대구 잡으면 대권 직행, 총력 다한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사퇴했지만 들끓는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권은 이때를 노려 대여공세 강화에 나섰다. 특히 TK 지역(대구·경북)의 반문정서가 그대로 이어지며 보수 유권자들이 한국당 중심으로 뭉친 모양새다. TK 지역 야권의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배신자로 낙인찍히며 21대 총선에서 수도권 출마를 고민하고 있고 여권의 김부겸 의원이 험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비문으로 다음 총선 공천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물부재에 빠진 TK 지역에 김병준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출마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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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유승민, 총선 가상대결서 참패... 금배지 위기론 확산

조국 법무부장관이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다”라며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조 장관이 사퇴하자 여론은 환영의 뜻을 보였다. 지난 16일 국민 10명 중 6명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잘한 결정으로 평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62.6%로 ‘잘못한 결정’이라는 응답 28.6%보다 두 배가량 높게 조사됐다. 모름 또는 무응답은 8.8%였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지역 등 대부분 지역에서 ‘잘한 결정’이라는 답이 대다수였으며 TK 지역이 76.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조국 사퇴에도 TK 여론 ‘부글부글’

조 전 장관의 사퇴에 여론은 환영했으나 여권 지지층은 둘로 갈라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조 장관 사퇴의 책임을 당 지도부에게 돌리며 ‘이해찬 대표 사퇴하라’, ‘민주당은 책임져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리얼미터는 19세 이상 성인 9327명에게 접촉해 502명이 응답을 완료해 5.4%의 응답률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조 전 장관이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는 지난 16일 데일리안의 의뢰로 실시한 10월 3주차(15일) 정례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지난주에 비해 0.9%포인트 하락한 42.0%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TK 지역에서는 28.3%로 30%선이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조원씨앤아이의 연구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한국당의 대여투쟁 기조가 잡혀 있는 상황에서 보수 유권자 무당층이 한국당으로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민주당 중도층이 무당층으로 빠지는 경향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1038명(가중 1000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9.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여론이 잠잠해지지 않자 보수 야당은 대여공세를 강화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처음부터 이 문제는 조국 개인이 아니라 문 대통령에 있었다”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뉴시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뉴시스]

유승민, 지역구서 교체 여론 압도적

유 의원이 ‘조국 사태’로 인한 여론 훈풍을 등에 업고 문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가는 중에 지역구에서는 찬바람을 맞고 있다. 영남일보와 대구 CBS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대구 동구을 선거구 가상대결에서 유 의원이 22.4%로 51.5%의 지지를 얻은 김규환 한국당 의원에게 완패했다. 또 유 의원의 재당선 여론은 23.1%에 불과하고 새인물로 교체돼야 한다는 응답은 61.5%로 조사돼 유 의원에 대한 지역구 여론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대구시 동구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자동응답 방식(ARS 100%, 무선·휴대전화 가상번호 80.4%, 유선·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19.6%)으로 조사됐다. 전체 5만1398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500명 응답 완료해 4.0%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유승민 의원의 이 같은 ‘교체론’은 TK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대구 지역 한국당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비서실장까지 지낸 유의원이 앞장선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게 지역정서”라며 “동구뿐만 아니라 대구 전역에서 유 의원을 비판한다. 나오면 떨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의원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의 대표를 맡고 있는 유 의원은 당이 내홍을 겪으며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보수통합의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유 의원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황교안 대표와 따로 연락한 건 없지만 양쪽에서 중간에 매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와라. 낡은 것 다 허물고 새 집 짓자’는 제안에 진지하게 생각하고 만나자고 한다면 언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황 대표는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를 해야 하고 만남이 필요하면 만날 수 있고 회의가 필요하면 회의체도 구성할 수 있다. 모든 노력을 다해 자유우파가 함께하겠다”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유 의원과의 보수통합을 두고 한국당 내 친박 의원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당을 떠난 중도층이 돌아와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보수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 의원과 바른미래당의 동지들이 돌아와야 한다”며 “지금은 어느 누구도 통합을 위해 헌신해야 할 시간이다. 황 대표와 유 의원은 오늘이라도 만나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도 주저할 이유도 없다”고 적었다.

반면 김재원 의원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얕은 꾀에 넘어가면 안 된다”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이 전제조건을 달면서 보수통합 카드를 꺼내는 것은 ‘탄핵 인정’을 받아내며 한국당에 기어 들어가지 않은 모양새를 갖추고 보수통합으로 지역구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함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하지만 대구지역 한국당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당에서는 유 의원을 용서해도 대구 유권자는 용서하지 않았다”며 “심지어는 유 의원을 받아들이면 황 대표가 내쳐질 수 있다는 지역 정서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의원의 통합 반대 의견에는 “지역정서가 유 의원에게 좋지 않기 때문에 김 의원이 받아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유 의원은 현재 ‘변혁’ 대표로 변혁 소속 의원들의 정치적 구심점이다. 유 의원이 보수통합을 성사시키거나 신당 창당을 주도하는 등 정치적으로 행동을 보여줘야 유력한 대권주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유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민심이 악화된 TK 대신 수도권 출마도 점쳐졌지만 하태경 의원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서울 출마는 도망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당내 여론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유 의원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조국 사태’에 수성갑 민심 돌아서

TK 지역의 여권 대권주자인 김부겸 의원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비문인 김 의원은 친문일색인 민주당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영남일보와 대구 CBS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대구 수성갑 선거구 가상대결에서 김 의원의 지지율은 35.9%로 47.9%를 얻은 정순천 한국당 수성갑 당협위원장에게 큰 격차로 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과의 가상대결에서는 김 의원이 34.8%, 이 구청장이 49.7%로 역시 차이가 큰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대구시 수성구갑 선거구에 사는 만 19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 방식(무선·휴대전화 가상번호 85.3%, 유선·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14.7%)으로 조사했다. 전체 3만1515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502명이 응답을 완료해 5.4%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기사에 쓰인 모든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 결과는 패했지만 한국당 유권자도 김 의원에 대해 큰 반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TK 지역 한국당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인물은 괜찮은데”라며 “현재 민주당임에도 불구하고 험지인 대구에서 잘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출신인 문 대통령이 부산에서 많은 표를 얻었지만 부산의 모든 지역구에서 이기지는 못했다”라며 “마찬가지로 김 의원이 대권에 도전한다면 대구 유권자는 8~90%까지는 아니지만 40~45%의 지지를 보내줄 수 있다는 게 지역 여론이다”라고 말했다.

김부겸이라는 정치인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지역구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만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를 계속 끌고 가 험지 중의 험지인 대구 민심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됐다. 때문에 김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대구 지역 정계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김 의원이 탈당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문 정부의 TK 홀대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가 대권 욕심에 명분 없이 당을 나오면 TK 유권자들이 박수쳐 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과 김 의원이 다음 총선에서 대구에 나와 승리한다면 잠시 주춤한 대권 행보에 탄력이 붙을 거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인물 부재론에 빠진 TK 지역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병준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출마를 노리고 있다. TK 지역의 대권주자는 누가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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