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한국당 분위기가 좋다. 조국 정국의 최대 수혜자다. 14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0.9% 차이로 민주당 턱밑까지 치고 올라갔다. 1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9%까지 차이를 좁혔다. 한국당은 탄핵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국당은 여세를 몰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여권이 전력을 기울이는 검찰개혁에 강경한 태도로 돌변했다. 공수처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 사과와, 청와대 및 내각 개편, 정책전환까지 요구하고 있다. 인원 동원 논란에도 19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자신감 넘치는 한국당의 드라이브는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에 기인한 탓도 있다.

한국당 지지율은 정말 올랐을까?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충분히 겨룰 만한 수준일까? 1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은 27%를 획득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 이상에서 46%로 민주당(22%)을 따돌렸다. 50대에선 33%로 되레 민주당(37%)에 밀렸다. 2040에선 큰 변화가 없었다. 조국에 비판적이던 19~29세에선 11%로 모든 연령대에서 제일 낮았다. 30대와 40대에서도 15%, 19%로 나타나 상승 폭은 제한적이었다.

무당층은 19~29세 34%로 제일 많았고, 다음으로 30대(27%)였다. 민주당에서 이탈한 2030 일부가 무당층으로 이동한 것이다. 한국당은 중도층에서 25%를 획득, 올해 초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올랐다. 민주당의 중도층 지지는 37%로 올해 초에 비해 5% 내외로 빠졌다. 중도층은 무당층에 24%, 바른미래당에 9% 흩어져 있다. 2040, 중도층의 한국당 지지로 볼 때 민주당과 접전을 펼치기엔 아직 부족하다.

한국당은 지역별로 살펴봐도 취약하다. 수도권에선 상당한 차이로 뒤져 있다. 충청권에서도 31%로 민주당(36%)에 열세다. 대구경북에서만 앞서 있을 뿐 부산·경남에서도 팽팽하다. 11일 한국갤럽 한국당 호감도 조사결과는 더 좋지 않다. 올해 10월 2주 호감 28%, 비호감 62%이다. 작년 11월 4주 호감 15%, 비호감 75%에 비해 소폭 개선됐다.

한국당의 호감도 개선은 50대 이상, 즉 전통적 지지층에 의해 주로 이루어졌다. 10월 2주 60대 호감 50%, 비호감 38%로 작년 11월 호감 25%, 비호감 61%에 비해 반전했다. 50대에서도 호감도가 크게 늘어났다. 반면 2040에선 호감도 변화가 미미했다.

호감도 조사는 실제 정당 지지율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종종 활용된다. 비호감도는 투표에서 가급적 선택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갤럽 10월 2주 한국당 비호감도는 62%이다. 즉 62%가 한국당에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비호감도는 47%에 그쳤다. 과반 득표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국 정국으로 민주당 지지가 엷어진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한국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다. 확장성이 부족한 제한적 상승일 뿐이다. 한국당을 지지하기엔 성찰과 혁신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깔려 있다. 여권의 실책으로 분위기가 좋다고 막 나가다간 돌이킬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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