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황금 여행’까지···업자들 말에 현혹되면 큰코 다쳐”

금괴. [뉴시스]
금괴.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금괴를 은닉해 해외로 운반하다가 적발되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지난해 밀수입밀수출 금액 규모만 해도 2조 원을 넘어섰다. 5년 만에 20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일요서울은 위험 부담이 크고 위법 행위임에도 금괴 밀수가 끊이지 않는 까닭에 대해 살펴봤다.

5년간 금괴 밀수입밀수출 규모 26990억 원···2015년과 비교 ‘200이상 증가

한 건당 50~100만 원···밀수 성공신뢰 얻으면 동행자 부른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26990억 원 상당의 금괴 56458kg이 밀수입밀수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홍 의원은 금괴 밀수의 급증 이유에 대해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해 금괴 같은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595억 원(201kg)이었던 금괴 밀수는 2016445억 원(959kg), 20171500억 원(5098kg), 지난해 23830억 원(47851kg)으로 폭증했다. 올해도 7월까지 금괴 1120억 원(2349kg)이 밀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밀수국은 금괴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홍콩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국, 일본 순이다.

일본 소비세 인상

밀수 증가할 듯

지난해 금괴 밀수 적발 금액이 전년(1500억 원)보다 15배 급증한 것은 금괴 소비세가 없는 홍콩에서 시가 2조 원 상당의 금괴 4321개를 밀수한 일당이 검거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국내 공항 환승구역에서 여행객의 몸에 금괴를 숨기는 수법으로 소비세가 8%인 일본으로 밀반송해 400억 원대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최근에는 약 52060만 원 상당의 금괴를 밀수한 혐의로 20대 한국인이 일본 경찰에게 체포됐다.

후쿠오카 경찰은 인천을 출발해 후쿠오카 공항을 경우, 금괴 9.5kg을 몰래 반입하려한 한국적 무역업자 A씨를 관세법 위반(무허가 수입미수)으로 신병 구속했다.

A씨는 지난 1일 인천 국제공항에서 금괴를 소지한 채 일본에 불법 반입하려고 했다. 그는 후쿠오카 공항에서 수하물 카트 프레임 안 등에 금괴를 숨겨 신고 없이 세관을 통과하다가 적발 당했다. A씨는 인천 공항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A씨의 사건은 일본 소비세가 10% 인상 후 최초 적발이다. 소비세가 높아질수록 금괴를 되팔았을 때 내지 않은 소비세만큼 이윤을 더 남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괴의 공급지는 대부분 홍콩으로 알려진다.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금을 구입하면 당국에서 부과한 세금이 현지 금 가격에 이미 포함돼 있기 때문에 금 구입에 드는 비용이 높다. 그러나 홍콩에서는 투자유치를 위해 세율을 낮게 설정하거나 면제하는 조세 제도를 둬 금의 현지 가격이 다른 국가보다 낮다. 밀수업자들은 이러한 점을 이용해 차익을 얻고 있다.

환승통로가 주요 거점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밀수업자들의 수익을 위해 한국인 아르바이트생들이 유입된다는 점이다.

이번에 적발된 A씨도 좋은 아르바이트가 있다는 말을 듣고 금괴를 갖고 들어왔다고 인천 공항에 설명했다.

예를 들면 밀수업자들의 지시를 받은 밀수 조직원들은 홍콩에서 일본으로 가는 항공권을 구입해서 탑승한다. 이때 한국을 중간 경유지로 하는 홍콩 출발-일본 도착 항공권을 구입하는 것이다. 항공 티켓 상에는 홍콩일본이지만 실제 비행 경로는 홍콩한국일본 순이다.

환승을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조직원들은 환승통로를 거쳐 출국장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운반책인 아르바이트생에게 금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4, 조직원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해 환승장에서 아르바이트생 2명과 만나 항공료와 배달료를 지불하고 금괴를 전달했으나, 아르바이트생들이 겁을 먹어 금괴 7개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상황도 발생했다.

홍콩에서 일본으로 직접 금괴를 가져가면 세관 검색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밀수업자들은 인천공항을 경유지로 선택한다. 또 입국장이 아닌 출국 대기 장소에 불과해 세관당국의 단속 권한이 미치지 않는 점을 밀수업자들이 악용하는 셈이다.

밀수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허리춤에 복대를 이용해 은닉하거나 바지 안 쪽에 넣어 숨긴다. 심지어는 항문에 넣기도 한다. 가방 골격 안에 숨기는 등 밀수 방법은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금괴 밀수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았던 B씨는 일요서울에 대학생 사이에서 금괴 밀수는 고액 아르바이트로 손꼽힌다. 욜로(YOLO현재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족의 증가, 여행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과시하는 성향이 짙어지는 등 해외 여행에 대한 욕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괴 밀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업자들은 설명한다면서 업자마다 다르고, 운반하는 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한 건당 50~100만 원의 수고비를 준다. 대학생들이 더 선호하는 까닭은 비행기 티켓과 호텔도 잡아주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를 해 수고비를 받아 여행 자금으로 쓰고, ‘비행기 티켓호텔은 업자들이 잡아주는 등 돈도 받고 공짜로 여행도 하는 황금 여행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아르바이트생들이 가장 두려운 부분이 적발이다. 업자들은 초범이면 쉽게 풀려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불법은 불법인 게 현실이라며 업자에게 밀수 성공으로 한두 번 신뢰를 쌓으면 동행자를 부르라고 한다. 확실한 운반책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수고비도 더 준다고 현혹한다. 그러나 이게 가장 무서운 일이다. 동행자나 자신이 적발됐을 때 공항 측에서는 서로 입이 맞는지까지 확인한다. 쉽게 풀려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업자들과 함께 예행연습을 하면서 적발 시 대처방법을 숙지해도 실제로 적발되면 당황하는 게 사람이다. 심지어 공항 측에서는 핸드폰도 압수해 검사한다. 업자들은 이때 완전히 남이 돼 버린다면서 쉽게 돈을 벌고 한탕주의에 현혹돼 블랙리스트가 될 수 있다. 업자의 말을 듣고 금괴 밀수를 하는 것은 정말 멍청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적발 사례가 꾸준히 발생함에도 금괴 밀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괴 짐꾼 노릇을 하다가 범법자가 되는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하는 상황이다.

한편 일본의 소비세가 오르면서 금괴 밀수를 통한 수익이 늘어났기 때문에 세관 당국 등은 경계를 강화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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