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도중 음식 빼먹는 행동 유행처럼 번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대한민국은 배달 산업이 활성화된 나라다. 과거부터 직접 식당을 방문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음식으로 배달 받아 맛볼 수 있었다. 사회 구성원들이 점점 바빠지며 배달 업계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최근에는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등의 배달대행 앱이 등장해 전화조차 하지 않아도 배달 음식을 받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배달대행 앱의 등장으로 식당 역시 배달 기사를 직고용하지 않으며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배달대행 업체는 다양한 이벤트와 할인 방식으로 고객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고객 입장에서 점차 편리해지나 싶었던 배달 업계에 황당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배달 기사들이 고객들의 음식을 몰래 빼먹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 “배달대행 기사가 손으로 집어먹던 음식 먹는다고 생각하면 불쾌”
식당 “배달 대행업체 소속이라 항의에 한계 있어”

배달 기사들의 ‘음식 훔쳐먹기’는 최근 들어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배달대행 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지난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는 배달할 때 (음식을) 빼먹기보다 ‘보온통’을 하나 들고 다니면서 한 두 개씩 담는다”라면서 “퇴근하고 집에서 맥주랑 먹으면 KFC 버켓으로 먹는 느낌 들고 꿀맛이다”라는 글과 함께 보온통 사진을 게재했다. 또 다른 배달대행 아르바이트생 B씨는 ‘치킨 시켜줘서 고맙다’라는 글에서 실제 치킨을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찍어 올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달에는 던킨 도너츠에서 도너츠 7개를 주문한 고객이 3개밖에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는데, 해당 매장에서는 고객에게 도너츠를 다시 발송했지만 배달대행 기사가 또다시 1개를 빼먹는 촌극이 빚어지며 거센 비판이 일었다.
실제 배달대행 앱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등의 리뷰 게시판에는 누군가 먹다 남긴 듯 양이 적거나, 튀김옷이 벗겨진 치킨 등의 사진이 담긴 항의성 리뷰가 끊임없이 게시되고 있다. 심지어는 탕수육이나 치킨, 피자, 찜닭 등 음식 종류별로 ‘빼먹기’ 난이도와 빼먹는 법을 설명하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난이도가 ‘하’에 해당하는 순살 치킨과 탕수육 등은 한 두 개씩 빼먹어도 고객이 알 수 없으며, 난이도 ‘중’ 피자의 경우 토핑이 많은 부분을 파악한 뒤 토핑을 일부 빼먹는 방식이다. 이들은 감자탕이나 닭볶음탕 등 국물음식은 난이도 ‘상’에 속한다며 국물을 일회용 수저로 티 나지 않게 먹어야해 이왕이면 시도하지 말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또 일부 배달대행 기사는 음식을 주문한 고객들을 ‘호구’ 등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행위까지 겹쳐 고객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O2O 서비스의 부작용

장난처럼 시작된 고객 음식 빼먹기는 이제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일단은 배달대행 기사들의 이러한 행동이 ‘절도’에 해당하는 데다, 맨 손 등으로 음식을 집어먹을 경우 고객이 식중독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식당과 고객의 1대1 거래가 아닌, 제3자로 볼 수 있는 배달 업체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낳은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배달대행 기사들은 식당 업주와 계약한 사이가 아니다. 과거에는 대부분 식당이 배달 기사를 직접 고용해 월급을 주며 일을 시켰고, 배달 기사 역시 식당에서 돈을 받는 처지였기에 고객의 음식을 함부로 빼먹는 행동은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의 배달대행 기사는 배달대행 업체 소속이다. 기사 개인이 아닌 업체와 식당이 계약하는 방식인 데다, 매번 배달대행 기사가 바뀌어 사실상 관리·감독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서울 노원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업주 C씨는 “양이 부족하다는 항의 전화나 리뷰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가게에서는 정량을 포장했는데 고객이 찍은 사진을 보면 양이 확연히 적다”고 토로했다. 이어 “배달대행 기사가 빼먹은 거라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고, 우리 가게 소속이 아니다 보니 강하게 말하기도 쉽지 않다”며 “결국 화난 고객을 달래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그러면 가게는 그대로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주 D씨 역시 “과거에 배달 기사를 직접 고용했을 때는 이런 항의를 받은 적이 없었다”며 “인건비가 부담돼 배달대행 업체를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다”고 호소했다. 이어 “나 말고도 식당 운영하는 사람은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사고를 친 배달대행 기사를 피하고 싶어도 면이 불거나 음식이 식을까봐 고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배달음식 시장 규모 20조 원
대책 마련해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배달음식 시장의 규모는 약 20조 원에 달한다. 2013년 규모가 3347억 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5년 사이 60배 가까이 급성장한 것이다. 대표적인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의 경우 월 주문 건수가 2800만 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인 가구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달 시장이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기에 배달대행 기사들의 ‘고객 음식 빼먹기’같은 일탈, 혹은 범죄 행위는 강력히 제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평소 배달 앱을 자주 사용한다는 직장인 김은주(26·여)씨는 “배달 앱에 익숙해져 사용하지 않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도 “배달 기사가 내 음식을 빼먹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불쾌하다. 법적 처벌이 어렵다면 회사 차원에서 한 번 걸리면 다신 배달 기사로 일할 수 없게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학생 최중호(27·남)씨 역시 “(고객 음식을 빼먹는 행위는) 엄연한 절도죄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요즘 빼먹기가 배달대행 기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법적 처벌을 해야 멈춰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외식산업 관계자는 노컷뉴스에 “배달대행업체에서 배달원들을 위한 배달교육 등을 실시한다고는 하지만,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엔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실제로 한 외식산업 관련 연구단체의 배달서비스 고객 불만 사항 조사결과를 보면, 배달직원의 태도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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