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의원 <뉴시스>
이철희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부끄럽고 창피하다. 허나 단언컨대,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다.”

이철희(54)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총선 불출마 선언문 가운데 일부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메시지와 블로그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고 표현했다.

그는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까지 모두를 패자로 만들뿐이다”라며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정치)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 곳곳에서 안타깝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우원식(63)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보면서 나 또한 우리 정치의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이성에는 이성을 맞설 수 있는 것이 정치이지만, 야만 앞에서 정치는 가끔 무력해진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불출마 선언 이튿날인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1대 국회에서) 최소한 우리당에 20~30대 국회의원이 20명은 넘었으면 좋겠다”면서 “20~30대 국회의원들이 정말 그네들(20~30대)을 제대로 대변하고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20~30대 국회의원이) 1~2명으로 너무 소수여서 힘을 못 쓰고 있다. 집단적인 힘을 발휘하려면 20~30대 20명 이상이 돼야 한국정치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런 분들이 (국회에) 들어오려면 우리가 먼저 길을 열어 줘야 한다”고 불출마 배경에 관해 언급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비례대표 8번 후보로 출마, 당선에 성공해 비례대표 초선 의원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20대 국회에서 이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운영위원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예결산특별위원회 등 굵직한 상임위를 두루 거쳤다.

이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밝힌 지난 1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법무부에 ‘검사 블랙리스트’가 존재했고 현재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수사를 맡고 있는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실무자였다는 의혹을 제기해 이목을 끌었다.

이 의원은 김오수 법무부 차관에게 올해 2월 폐지된 법무부 내규상 ‘집중관리대상 검사 선정 및 관리지침’을 거론하며 “2012년 6월29일 (지침이) 제정됐다가 올해 2월28일 폐지됐다”며 “2012년 대선 6개월 전에 만들어졌던 것으로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만든 시점부터 이것이 왜 만들어졌는지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관련 업무보고를 만들 때 참여했던 분이 지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다. 당시 실무자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한 것은 20대가 처음이나 이전에도 그는 정치권에 발 담고 있었다. 이 의원은 1994년부터 1995년 6월까지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했다. 이후 국회 정책연구위원, 국회 원내대표 비서실 부실장 등을 거쳐 2004년부터 1년9개월가량 국회의원 보좌관을 한 경험도 있다. 

아울러 참여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비서실 정책 행정관으로 청와대에 발을 디뎠다. 또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자였을 때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선거특별본부 간사를,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비서실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경상북도 포항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교에서 비교정치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학창 시절 학생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간에서는 이 의원을 ‘전략통’으로 평가한다. 그는 한국정치연구회를 비롯해 오랜 시간 정치연구소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

이 의원은 1988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정치연구회에서 운영위원과 섭외부 부장으로 일했다. 이후 1995년 정보화전략연구소 기획팀장, 2001년 21세기 문화정책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2011년에는 민주정책연구원 상근부원장을 담당했다.

이 의원은 2012년 ‘두문정치전략연구소’를 설립, 소장을 맡았다. 그가 2016년 초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이 자리는 서양호 중구청장이 이어받게 됐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의원은 같은 해 2월부터 민주당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 중앙당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 총선기획단 전략기획본부장 등 전략을 세우는 일과 밀접한 직책을 담당했다.

이 의원은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던 2016년 당시 공천개입설에 휩쓸린 바 있다. 유시민(60)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그해 4월14일 정의당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 출연해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공천배제)에 개입한 사람은 박영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과 이 본부장”이라고 지목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자신의 팬카페인 ‘이철희와 함께 가는 사람들’에 비공개 글을 올려 “공천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 당 당헌은 총선기획단이 공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내가 공천에 관여할 권한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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