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원, 계약금 반환 소송까지 해야 한다고?
유기준 의원 “축구 중계도 안 이뤄지는데 무슨 공동 올림픽”
이정섭 KFA 실장 “영상 활용 권리 불명확,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지난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한국과 북한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 경기가 열렸다. [대한축구협회]
지난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한국과 북한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 경기가 열렸다. [대한축구협회]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지난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렸던 한국과 북한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이 도마에 올랐다. 사상 초유의 무관중‧무중계 경기와 함께 중계권료 등이 논란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현실이 남북관계의 현주소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적인 평양에서의 남북 대결이 일반 관중 없이 치러진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도 사전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에는 일반 관중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사상 첫 월드컵 예선에서의 남북 평양 맞대결은 축구 관계자들과 내빈들만 자리한 채 썰렁한 가운데 진행됐다. 경기 전날 양팀 관계자들이 참가한 미팅 때만 해도 ‘4만 명가량 올 것’이라고 통보했던 북한은 정작 경기일에 좌석을 텅 비워뒀다.

지난 16일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무관중은 우리는 물론 FIFA와 AFC도 몰랐다더라. 경기 전날 4만 명이라고 했던 예측만 알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현지에 파견된 직원의 전언에 의하면 김일성경기장 근처에도 축구를 보러 온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이 주민들의 입장 통제를 사전에 계획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선수단은 2박 3일간의 짧은 평양 생활 중 대부분을 호텔에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폰과 책마저 소지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푹 쉴 수 있었다. 가져간 재료를 사용하지 못해 식사는 호텔 식단으로 해결했다.

한 차례 신경전이 벌어질 정도로 치열했던 경기는 득점 없이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육탄전을 방불케 하는 북한의 플레이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통일부 장관까지 사과

유기준 “무슨 공동올림픽이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7일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북한 평양원정이 무관중·무중계로 진행된 데 대해 “통일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평양 남북축구가 세계적으로 이례적 일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무관중 축구가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질타하자 “축구 관련해 응원단도 못 가고 중계방송도 이루어지지 못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의원은 “북한이 남북 축구(경기)를 무관중으로 하고 중계도 안 해 주는 마당인데 대통령은 전국체전 개회식에서 (남북) 공동올림픽을 하겠다고 한다”라며 “당장 남북 축구에 대해서도 전혀 (응원·중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무슨 공동 올림픽이냐”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KBS는 지난 17일 “이날 오후 5시 방송 예정이었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축구 아시아지역 2차 예선 3차전 남북한 간 경기의 녹화 중계를 취소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국감장에 나온 양승동 KBS 사장 [뉴시스]
국감장에 나온 양승동 KBS 사장 [뉴시스]

북한에서 준 영상

방송용, 기록용?

 

양승동 KBS 사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서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평양 원전 경기 녹화중계가 취소된 이유를 밝혔다.

먼저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남북축구경기 중계는 계약금을 떼일 판에 있다. 문재인 정권의 북한 퍼주기에 KBS도 보태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북한에까지 바가지가 새니 적자 경영을 피할 수가 있겠느냐”면서 “남북축구경기 녹화중계를 원래 하려고 했는데 9시 편성표에서도 삭제했다. 계약금 17억 원을 선금으로 먼저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사장은 “(계약금은) 계약서에 밝힐 수 없도록 돼 있다. 금액에 대해서는 좀”이라며 “나중에 감사원 감사를 받는다. 계약금은 통상 A매치 수준의 액수였고, 통상 계약금의 5분의 1 정도다. 지상파 3사가 협상해서 계약을 해 분담했다”고 설명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예전에 국가대표팀의 영상이 좋지 않아도 송출한 적이 많이 있었다”며 “남북축구경기가 무관중 경기였고 북측이 굉장히 비신사적인 매너를 보였다고 한다. 북한에 대한 언론이나 여론이 나빠질 거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화질이 좋지 않다고 하면 다른 가공을 해서라도 (방송)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 사장은 “케이블을 받았는데 SD급(기본화질)이고 (화면 비율도) 4대 3이었다”며 “뉴스에서는 동영상을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북한축구협회에서 방송용이 아니고 기록용으로 제공했다. 녹화는 HD로 한걸로 스포츠국에서 판단한 걸로 아는데 SD로 DVD에 담겨져 있다”며 “대행사가 북한축구협회에 위임을 받아서 위임장도 첨부해 계약을 맺었다. 대행사에 ‘방송용으로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오늘 축구협회 관계자들이 DVD를 가져왔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방송용이 아니고 경기 기록용으로 규정에 있어서 준건데, 방송하면 나중에 문제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방송했을 경우 대행사와 원래 계약한 금액 방송권위를 다 주는 것이 아니라 1차로 계약금 준 걸로 아마 정산하는 방향에서 DVD를 받아서 방송을 하고 딜레이 방송을 하는 거다. 그걸로 갈음하려고 하는 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다가, 화질도 안 좋고, 라이브 중계가 무산됐고 중계 제작진도 현장에 파견 갈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계약이 성사될 수 없었다. 다시 계약금 반환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화질도 화질이고 지상파 3사가 방송을 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 속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연맹

기자들에게 영상 공개

 

경기 영상 공개 여부가 논란이 되자 KFA는 지난 1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남북전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정섭 KFA 홍보마케팅 실장은 이 영상이 공개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실장은 “지상파 방송 3사로 구성된 협의체가 조총련 영상 중계 에이전시가 낀 상태에서 북한과 협상을 진행했다. 생중계를 전제한 상태로 협의해 왔지만 경기 전날 북한 쪽에서 생중계가 불가능하고 녹화 방송은 가능하다면서 ‘경기 후에 녹화물을 귀국길에 준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후에 대표팀 지원팀 편으로 DVD를 전달 받았는데 여기서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 영상물이 경기 전 미팅에서 전달되는 경기 기록물인지, 방송용 영상물인지를 북한 측이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 실장은 “입국 후 이 영상물을 확인했다. 지상파 대표로 KBS에서 담당 프로듀서분들이 오셔서 내용물을 확인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화질이 HD급이 아닌 SD급이고 방송 비율 또한 4:3으로 맞지 않았다. 결국에는 방송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공개된 영상의 화질은 현재 한국에서 송출 중인 FHD급 이상의 화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이 실장은 “이 영상을 활용할 수 있는 권리가 불명확하다. 확실한 것은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KFA는 축구 팬들의 알 권리를 위해 하이라이트 부분을 편집해 소셜미디어(SNS)로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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