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정국’에 李 거취 이목 집중…“총선 역할론” vs “靑, 李 안 놓아 준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여권 내에서 잠룡으로 분류되던 안희정 전 충남도시자,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법적 분쟁으로 발목이 묶인 가운데 범여권 대선주자로 이낙연 총리가 지목되고 있다. 이 총리는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1위로 집계돼 이목이 집중됐다. 이와 맞물려 이 총리는 최근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청와대는 ‘조국 정국’으로 수선한 국정을 정돈하기 위해 이 총리를 쉽사리 놓아 주지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총선이 바싹 다가옴에 따라 이 총리의 거취에 많은 눈길이 모이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총리의 향후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에 복귀하는 ‘총선역할론’을,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총리직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해 귀추가 주목된다.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총리의 향후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에 복귀하는 ‘총선역할론’을,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총리직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해 귀추가 주목된다. [뉴시스]


- 이달 말 되면 재임 881일 ‘최장수 총리’…李, “총리를 너무 오래 하고 있다”
-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이번 방일 ‘대통령 특사’나 다름없어


이낙연 국무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쭉 총리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이달 28일이 되면 재임 881일로 1987년 10월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 반열에 오른다. 

현재까지 가장 오랜 기간 총리를 맡은 사람은 이명박 정부 김황식 전 국무총리로, 2010년 10월1일부터 2013년 2월26일까지 총 880일 동안 총리 업무를 수행했다.

이낙연, 진보진영 대권주자 선호 ‘1위’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일부터 양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총리는 선호도 22%를 나타내 1위에 선정됐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7%를 기록, 그 뒤를 이은 2위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이 총리의 선호도는 지난 조사보다 1% 상승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지난 조사 대비 1%p↓)로 4위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5%(지난 조사 대비 1%p↓)로 6위를 차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일 전국 성인 5999명을 상대로 진행, 이 가운데 1004명이 응답해 응답률 17%를 기록했다. 표본추출 방식은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고 가능하다.

이 총리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포함돼 있다. 이 배경으로는 장기간 총리 업무를 소화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도와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이바지했다는 이 총리에 대한 평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도마에 오른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비롯한 각종 부처별 현안을 살뜰히 살피고 야당의 공세에 강단 있게 대처하는 모습 등이 부각돼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 총리의 역할론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 총리는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나루히토(徳仁) 일왕 즉위의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다. 일정 중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방침이다.

그는 지난 18일 일본 현지언론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아베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한일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 총리는 “한일관계가 나의 방일만으로 개선될 정도로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라면서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작은 토대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동아일보 기자 생활을 하던 1989년에는 동경주재특파원으로 일했고, 2012년에는 국회 한일의원연맹 수석부회장을 지낸 바 있다. 이 같은 전력으로 그는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지일파 인사이자 일본통으로 꼽힌다.

아사히신문 역시 이 총리에 관해 “언론인 시절 언론인 시절 도쿄특파원 주재 경험도 있으며, 문 정권에서는 손꼽히는 ‘지일파’”라고 전했다. 따라서 이 총리가 한일 관계의 매듭을 풀 촉매제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세간에서는 이 총리가 이번 방일 일정을 통해 모종의 성과를 거둔다면 그의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시각이 우위를 차지해 많은 이들이 이를 주목하고 있다.

‘안이박김’에 ‘조’까지…李, ‘굳히기’ 들어가나

이 총리가 유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당초 여권에서 유력 대권주자로 거명됐던 이들이 법정 문제에 휘말려 정치적 타격을 입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여권 내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묶어 ‘안이박김’이라고 부르며 이들이 잠재적 대권주자라는 여론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항간에서는 ‘안이박김 숙청설’이라는 뜬소문도 퍼졌다.

안 전 지사는 대한민국에서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의 열풍이 불 당시 수행비서 성추행 사건에 휩싸여 지난달 9일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2022년 8월까지 복역 생활을 하게 됐다.

법원은 이날 안 전 지사에 대한 피감독자 간음,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해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지사의 경우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등법원은 지난달 6일 항소심 공판에서 이 지사의 혐의에 대해 1심의 무죄를 파기하고 벌금 300만 원을 언도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확정 받으면 당선이 무효 처리된다. 

이에 따라 이 지사는 이후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서 항소심 선고 결과가 확정될 경우 도지사직을 상실한다. 그는 향후 재판에 대비해 상고심 변호인으로 이상훈 전 대법관을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돼 법정 공방을 치르고 있다. 김 지사는 2016년 12월4일부터 지난해 2월1일까지 드루킹 일당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올라간 기사 댓글 등을 조작하는 데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그는 올해 1월30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나 지난 4월17일 보석이 허가돼 구금생활 77일 만에 풀려났다.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가족이 임명 과정에서 각종 의혹에 휘말리면서 이 총리의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고 관측했다.

‘친문(親文)의 적자’로 여겨지던 김 지사가 드루킹 사건으로 암초에 부딪히자 친문 진영에서 새로이 대권주자로 세우려던 이가 바로 PK 출신의 조 전 장관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마저 청문회 과정에서 고초를 겪은 뒤 장관직을 사퇴해 미지수라는 견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사퇴를 표명하며 36일 만에 법무부장관 자리를 내려놨다. 이후 그는 서울대에 복직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범여권 진영에서 이 총리가 대권주자의 자리를 다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靑, 黨? 혹은 ‘대선’…이낙연 거취 ‘주목’

진보진영에서 이 총리의 몸집이 커짐에 따라 총선을 앞두고 그의 움직임에 많은 이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일련의 사태로 홍역을 치르면서 이 총리가 당에 복귀해 수도권이나 세종에 출마하는 등 당을 위해 일할 것이라 바라봤다. 이 총리 역시 최근 발언을 통해 ‘출마’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대정부질문에서 “(총리를) 너무 오래 하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거론한 바 있다. 앞서 해외 순방지에서는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냈다.

다만 이 총리 역시 사퇴 관련해서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한 언론매체는 지난 15일 ‘이 총리가 방일 이후 총리직 사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이날 “이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즉각 반박했다.

조 전 장관으로 인해 인사 문제가 도마에 오른 청와대가 그를 쉽게 당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대두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총리의 총선) 출마 자체가 불투명하다”며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현 정부가 이 총리를 총선 때 놔 줄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서는 (이 총리가) 내년 총선까지는 계속 가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며 “(조 전 장관이 사퇴하면서) 법무부장관 후보를 다시 지명하긴 해야 하는데, 이번에 인사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다시 인사 정국으로 가는 건 (청와대에) 마이너스”라고 밝혔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 총리의 복귀와 관련, “그런 사실은 없었다”며 일축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가 알고 있는 한 우리가 그것(이 총리 조기 당 복귀설)을 공식적인 회의석상에서 논의한 적은 없다”며 “개별 의원들이나 개별 인사들 차원에서 그런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 주변의 언론에 흘러가서 우리 당의 전체 이야기처럼 검토된 것으로 알려진다”고 이 총리의 조기 당 복귀설을 부인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총리가 총선에 출마 의사를 밝힌다 해도) 가능하면 서울에서 출마해야 할 텐데,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고 언급했다. 내년 4월 총선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이미 출마자들이 준비 태세를 굳건히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에 이 총리가 출마에 나간다면 지역구로 출마해야 할 텐데, 이미 모두 (지역에서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당의 원칙은 현역의원이 있는 지역은 경선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현역의원이 없는 지역일지라도 모두 지역위원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의도에서는 이 총리가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공공연한 사실로 보고 있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주 의원은 이날 출석한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에게 “역대 정치인 출신 국무총리들 가운데 대선이 가까워지면 선거를 준비한다”며 “총리실에서 이 총리의 대선을 도울 기획단이 꾸려져 있다고 한다”고 물었다. 노 실장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의혹 확산을 저지했다.

조국 정국으로 청와대와 국회 안팎이 소란스러운 가운데 이 총리가 향후 어ᄄᅠᆫ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