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수 줄고, 예산 증가...“재정 적자 우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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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내년 세수가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예산은 올해보다 9.3%(43조9천억원) 증가한 513조5천억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에 사상최대 규모인 약 60조 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이 재정적자를 불리는 행위라며 불신을 드러낸다. 더불어 불황 장기화와 재정악화 악순환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내년 예산 513조5000억...올해보다 9.3% 증가

60조 적자국채 발행도...“불황 장기화 지속되나”


기획재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8월 누적 국세수입은 209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7000억 원 줄었다. 세외수입과 기금수입을 더한 총수입은 1월~8월 326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5000억 원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대표 세금의 징수실적은 지난해보다 6000억 원 줄어든 11조9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정부는 반도체 업황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악화한 기업 실적의 영향이라고 밝혔다. 법인세 중간예납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공개한 내년 세입예산안을 둔 말들은 무성하다. 기획재정부의 ‘2020년 국세 세입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국세 세입예산안은 올해 294조7천919억 원보다 2조8천억 원(0.9%) 줄어든 292조391억 원으로 전망된다. 일반회계는 284.1조 원으로 올해 예산 대비 3.0조원(1.1%) 감소할 전망이며, 특별회계는 7.9조 원으로 올해 예산 대비 0.3조 원(3.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법인세 감소가 두드러진다. 내년 법인세 전망은 64조4천192억 원으로 올해 79조2천501억 원보다 14조8천309억 원(18.7%)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출 예산은 증가

내년도 국세 세입은 줄어드는 반면, 지출 예산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정부는 29일 오전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예산안’과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심의해 의결한 바 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44조원 가까이 늘어 513조 5000억 원 규모로 편성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예산보다 총지출이 9.3% 늘어난 규모로, 5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세입은 재정분권 방침에 따른 국세재원(5.1조 원) 지방 이관, 반도체 업황 부진 등에 따른 법인세 감소 등으로올해보다 1.2% 늘어난 482조 원으로 특히 국세수입 여건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경기하방 대응 소요, 재정사업 지출 실소요, 세입여건 등 재정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당시 재정지출이 2년 연속 9%에 이르는 데는 “지난 2년간 있었던 초과세수를 활용해 국채를 당초 계획보다 약 28조원 줄여 재정여력을 그만큼 축적한 바 있기 때문에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로 OECD 평균에 비해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정책 수단 총동원...2%대 성장률 달성할 것”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6일 미국 뉴욕에서 한국경제설명회를 개최했다.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세인트레지스(St. Regis) 호텔에서 한국경제 설명회(IR)를 개최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나아가는 한국경제(Korean Economy, Making Headway for Sustainable Growth)’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홍 부총리는 “2020년도 예산안 총지출을 전년 대비 9.3% 확대 편성했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이 -1.6%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민간의 투자 여력이 급격히 위축된 만큼 정부의 재정 지원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그러면서 한국경제가 충분한 재정건전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D1)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35.9%에 불과하다”며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현격히 낮은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홍 부총리의 발표에 따르면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중은 40.1%로 일본(222.5%), 프랑스(123.3%), 미국(106.0%), 독일(72.3%) 등에 비해 낮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또 다시 1.25%로 내린 만큼 통화 정책도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다음날인 지난 17일(현지시각)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Fitch)와의 면담자리에서 2%대의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정부 목표치인 올해 2.4% 달성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2%대의 성장률 달성을 위해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성장세가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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