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전해철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전해철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조국 공방’을 벌인 여야가 이번에는 ‘예산 전쟁’의 막을 올린다. 국회는 22일부터 약 513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본격적으로 들어선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9.3% 상승한 513조5000억 원 규모인 ‘초(超)수퍼예산’을 편성한 만큼 여야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정부의 시정연설이 계획된 오는 22일 2020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후 28~29일에는 국무총리, 기획재정부장관 등이 출석한 가운데 종합정책 질의를 진행한다.

오는 30일과 다음달 4일에는 경제부처 예산안 심사를 거쳐 내달 5~6일에는 비경제부처 예산안 심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동시에 각 상임위원회도 소관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에 돌입한다.

예결위는 각 상임위가 낸 예산 수정안을 바탕으로 증액·삭감 여부를 가르는 소위원회를 다음달 11일부터 가동한다. 이후 다음달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시한은 12월2일까지다.

정부는 올해 예산(469조6000억 원)보다 9.3%(43조9000억 원) 늘어난 513조5000억 원을 정책 집행에 사용할 방침이다. 올해(9.5%)에 이어 총지출 증가율은 2년 연속 9%대를 유지해 확장 재정 기조를 견지했다.

분야별로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 속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부문이 올해보다 27.5% 증가한 23조9000억 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이 밖에도 일자리사업 예산은 21.3% 증가한 25조8000억 원, 연구·개발(R&D)예산 24조1000억 원, 사회간접자본(SOC) 22조3000억 원 등으로 편성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남북협력기금은 올해(1조1063억 원)보다 1140억 원 증가한 1조2203억 원으로 꾸려졌다. 남북 간 합의 이행을 위한 철도·도로협력, 산림협력, 인도적 지원 관련한 사업비들의 예산이 늘었다. 사업비 1조2176억 원, 기금운영비 26억 원이다.  

정부가 ‘경제 회생’을 목표로 사상 최초로 500조 원을 웃도는 예산을 편성한 만큼 재정건전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 세계적인 경기성장세 둔화 등을 들어 재정확장 입장을 밀어붙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달리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총선용 선심성 예산을 비판하며 대대적인 예산 삭감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 간 입장차가 뚜렷해 올해도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법정시한을 지킨 경우는 지난 19년 간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정치권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수사권 조정, 선거법 개정안 등 여야 간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예산안 심사가 뒷전으로 밀려 올해도 졸속심사로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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