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분양회사인 A사는 시행 중인 아파트 27세대에 대하여 B신탁회사와 부동산관리처분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위 각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을 B사에게 이전하였다. 신탁계약의 내용 중에는 A사가 B사의 사전승낙 없이 위 아파트를 임대하는 등 권리를 설정하거나 아파트의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약정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사는 B사의 사전 승낙 없이 2005. 7. 중순경 위 아파트를 C사에 매도하여 그로 하여금 아파트를 임대하고 보증금을 받게 함으로써 합계 10억 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 A사는 B사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되는가? 

위 사건에 대해 1심과 2심은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판결하였다. 즉 위탁자(A씨)는 이 사건 부동산을 계속 점유하고 보존 및 관리하는 업무만을 해야 할 뿐이고 B신탁회사의 승낙 없이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임대차 등 권리의 설정 또는 그 현상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탁부동산의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될 임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그 임무에 위배하여 B사의 승낙을 받지 아니한 채 위 아파트를 C사에 매도하여 이를 임대하고 보증금을 받게 하여 스스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고 신탁부동산의 가치를 저감하고 B사의 임대차 및 입주자 관리, 수익금 운영, 처분 등의 업무를 방해하여 손해를 가한 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견해는 달랐다. 대법원은 “위 신탁계약은 부동산에 관하여 담보를 위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B사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됨으로써 C사가 위 아파트를 유효하게 처분할 가능성이 없게 되어 그 목적은 이미 달성되었고, 위탁자인 A사가 신탁목적물인 위 아파트를 계속 점유·사용하면서 그 보존 및 관리의 비용을 부담하고 아파트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A사 자신을 위한 사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신탁목적물의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의무조항은 단순히 신탁계약상의 채무에 그친다. 따라서 신탁계약 내용만으로는 A사가 B사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할 임무가 있다고 볼 수 없어 A사에 대해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결국 A사가 신탁계약 내용을 위반하여 C사에게 매도하여 그를 통해 이익을 얻었다고 해도 이는 신탁계약상 채무불이행에 해당됨에 그칠 뿐 B사에 대한 배임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결국 이 경우 B사는 신탁계약위반을 이유로 A사와의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A사에게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된다.  

수탁자의 배임행위와 신탁계약해지

반대로 수탁자의 배임행위로 인한 신탁계약 해지 여부를 다투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신탁법 제15조, 제55조의 규정에 따라 신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에는 신탁이 절대적으로 종료하나, 그 목적의 달성이 가능하지만 단지 수탁자의 배임행위 등으로 인하여 신뢰관계가 무너진 경우에는 위탁자 등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수탁자를 해임하거나 또는 위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을 뿐, 이행불능을 원인으로 하여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02.03.26. 선고 2000다25989 판결).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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