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월경의 시작, 사춘기, 폐경 등과 같이 여성 성장의 한 단계로서 정신적인 성장과 신체적 성숙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반면에 정신질환이 잘 올 수 있는 취약시기이기도 하다. 여성들은 임신과 함께 많은 생리적, 신체적, 사회적 변화를 겪게 되며 이러한 상황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이에 적응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특히 임신 중 정신적 문제가 발생하면 산모와 태아는 물론 나아가 가정 모두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주산기 정신 장애는 임신기와 산후에 발생하는 우울, 불안, 공포, 또는 정신적 증상을 모두 포함하는 질환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와  사회적 관심은 대부분 산후 우울증에 치중되어 있다. 여성은 평생 동안 4명 중 1명이 우울증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는 남성의 2배다. 더욱이 정신적인 변화가 큰 임신 기간에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비임신기간의 2배가 될 수 있어 최근 보고에 의하면 임신 중 우울 증상의 빈도는 20%까지 보고되고, 이는 산후우울증 발생률 11%의 두 배에 해당한다. 또한 산후 우울증 발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치료받지 않은 임신 중 우울증이다. 

임신 제 1 삼분기에는 호르몬 변화로 인해 감정 기복이 커지고 임신 초기에 일어나는 입덧, 유방 압통 등의 신체적 변화가 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임신이 진행될수록 신체적인 변화는 커지며 분만과 양육에 대한 두려움이 기분 변화에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적인 변화는 대개 임신의 적응에 필요한 과정이고 호르몬 변화와 관련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보편적인 정서적 변화들을 우울증과 연관된 증세들로부터 구분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임신 중 우울증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1. 지속적인 우울감
2. 집중력의 현저한 감퇴
3. 불면증 또는 과다한 수면
4. 평소 즐기던 일에 대해 이유 없이 흥미를 잃음.
5. 죽음, 자살에 관한 반복적인 생각
6. 불안감
7. 이유없는 죄의식이나 자존감 결여
8. 폭식 또는 거식증

다음과 같은 요인이 있을 경우 임신 중 우울증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산모와 가족들은 다음 중 해당사항이 있을 경우 임신 중 정서적인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며 미리 정신적인 지지를 보여야 한다.
1. 최근의 대인 관계 문제
2. 우울증의 과거력 및 가족력
3. 이전 임신 시 유산, 사산 또는 태아의 선천성 기형 
4. 난임으로 인한 치료를 받은 과거력
5. 최근 큰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6. 임신 중 합병증이 있는 경우
7. 약물 남용이나 중독의 병력  
8. 계획되지 않은 임신 
 
임신 중에 발생한 우울증이 임신 때문에 생긴 단순한 감정 변화로 치부되고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 중 우울증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 하는 경우 산모와 태아가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된다. 우울증을 겪는 산모는 영양 결핍, 음주, 흡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유산, 조산, 태아발육지연 및 출생 후 성장지연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우울증이 있으나 치료받지 못한 산모들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더 민감하고 예민한 기질을 보일 수 있다.

임신 중 우울증의 치료는 도움을 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산모가 먼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것이 이상적이나 가족과 주변인의 정신적인 지지가 필수이다. 전문가와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개인적인 정신상담은 물론 단체 상담이 가능하며 필요에 따라 약물 치료를 선택할 수도 있다. 임신 중 항우울제 복용의 안정성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았으나 중증의 우울증으로 진단되어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이 고려되는 경우 태아의 상태를 잘 관찰하며 약물치료를 지속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 전 항우울제를 복용하던 우울증 환자들이 임신 후 약물 복용을 중단한 경우에 중단하지 않은 경우에서보다 우울증의 재발률이 현저히 높았다고 한다.

임신 중 우울증상은 산후 우울증에 비해 사회적 관심도가 적으나 오히려 발생 빈도가 높으며 임신 중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산후 우울증의 가장 큰 발생 요인이 된다. 또한 산모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는 물론 조산, 태아 발육 지연, 임신 중독증, 유산 등과 같은 임신의 합병증을 높히고 분만 후에도 신생아의 인지 및 신체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임신 중 산모와 태아의 신체적인 건강에 치중된 현재의 산전 검사 시스템에 산모의 정신적인 건강을 보살피는 노력을 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모와 가족은 임신 중 우울증이 호르몬 변화에 의한 보편적인 현상이 아님을 인지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임신 기간에는 물론 엄마와 아기의 평생의 건강한 정신과 신체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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