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 즉위 의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 즉위 의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와 함께 일본을 방문하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면담에서 한일갈등 현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거나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이번 면담의 목표는 한일 대화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 총리는 24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면담을 가질 방침이다. 면담 시간은 ‘10분+α’로 강제징용, 수출규제, 지소미아 등 첨예한 현안 논의보다는 한일관계 개선 의지 표명에 주력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 총리는 지난 22일 일본에서 머물고 있는 도쿄 뉴오타니 호텔에서 일본 방문에 동행한 기자들과 만나 “신경은 온통 모레 아베 총리 면담에 가 있다”면서 “상황이 어떤지 이미 다 알고 왔으니 드라마틱하게, 단 말 몇 마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대화가 더 촉진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 이번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베 면담 내용과 관련, “공개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부 다 아이디어, 이렇게 하면 안 되나 저렇게 하면 안 되나 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아베 총리와는 구체적인 얘기가 안 나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구체적 얘기가 없다면 10분 면담도 긴 게 아니냐’는 지적에 이 총리는 “한국 사정을 모르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제안의 맹점, 한국에서 왜 받아들이기 어려운가 하는 설명을 해 줄 수는 있겠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이 이를 받기는 어렵다, 당신들이 주장하는 것과 한국의 생각은 뭐가 다른가 설명은 할 수 있겠다. 그 정도지 거기서 무슨 합의가 되거나 나갈 수가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총리가 ‘아이디어’를 언급한 것과 관련, 이번 방일에 앞서 특사가 극비 방일해 징용 판결 배상안 관련 제안을 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현재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으로 한국이 제시한 ‘1+1’(한일 기업의 자발적인 기금 출연) 방안이 무산되면서 새로운 제안이 나와야 하는 형국이다. 

이에 ‘1+1+α’로 한국 정부가 배상에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동안 일본 기업이 먼저 배상금을 지급하고 한국 정부가 보전해주거나, 한국 정부가 배상하고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돼 왔다. 다만 이 총리는 한국 정부가 배상에 관여할 지라도 ‘일본 기업은 배상금이나 위자료를 1원도 낼 수 없다’는 입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제징용 배상 책임이 일본 기업에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 취지이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전날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 의식 및 궁정연회에 참석한 소감도 전했다. 그는 연회에서 나루히토 일왕과 만나 “브라질에서 본 이래 다시 뵙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해 3월 브라질에서 열린 제8차 세계물포럼에 참석, 나루히토 당시 왕세자를 만나 잠시 동안 대화를 나눈 바 있다. 또 궁정연회에서 아베 총리와 조우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가) ‘모레 만납시다’ 그래서 ‘모레 잘 부탁한다’ 이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일왕 즉위 의식 참석 차 일본을 방문하고 있는 이 총리는 23일 일한의원연맹의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회장,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등 일본 정치인들을 광범위하게 만나 한일 우호관계 의지를 강조한다. 또 일본 젊은이들과 대화, 한일 문화교류 현장 방문 등 일본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한일 우호관계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저녁에는 아베 총리 부부 주최 만찬에 참석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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