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사건 은폐‧축소하려 했다”···교육지원청도 해결 난항

'불법촬영 사건'이 벌어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사립고등학교. 이 학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함께 있다. 기자는 취재를 위해 해당 학교에 방문했다. 여기서 만난 중학생들은 중학교에서도 불법촬영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조택영 기자]
'불법촬영 사건'이 벌어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사립고등학교. 이 학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함께 있다. 기자는 취재를 위해 지난 16일 해당 학교에 방문했다. 교문 너머로 만난 중학생들은 중학교에서도 불법촬영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조택영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기간제 여교사가 남학생에게 불법촬영을 당한 가운데 해당 학교가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서울 취재로 새로 부임한 장학사(해당 학교 담당)는 이 사건을 처음 접한 뒤 피해 교사와 연락하고 학교에 직접 방문하는 등 상황 정리에 나섰다. 그러나 해당 장학사가 속한 교육지원청은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가해 학생 퇴학처분, 근처 학교로 전학···피해자, 악소문에 2차 피해까지

지난 11일 일요서울에는 기간제 교사가 불법촬영을 당했음에도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하는 제보가 들어왔다.

피해 교사는 지난 716일 수업을 가던 중 계단에서 학생에게 불법촬영을 당했다. 교사는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사립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불법촬영 처음 아냐

피해 교사는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학교 측이 교육청에 알리지 않고 축소하려는 입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앞서 학교에서는 상황을 인지하고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 과정에서 학생에 휴대전화에서는 다른 인물의 동영상도 다수 발견됐다. 지하철, 도서관에서 찍은 영상과 함께 다른 학교 여학생을 촬영한 영상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피해 교사를 찍은 영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한다. 피해 교사는 사건 당일에만 찍힌 것이 아니라 그 전에도 찍힌 영상이 있었다고 했다.

학생안전부가 조사에 나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불법촬영으로 이미 선생과 제자 사이, 성인과 청소년의 관계는 넘어선 상태나 다름없었다. 불법촬영을 당한 교사는 피해자임에도 증거자료(불법촬영 영상) 조차 받을 수 없었다. 다른 선생에게는 성적 수치심이 들 정도의 영상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던 또 다른 교사는 피해 교사가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으면 학생에게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가해 학생이 또다른 저장 공간에 영상을 백업했을 가능성,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 등에 영상을 업로드 했을 가능성 등이 있음에도 가해 학생 조사 과정에서 피해 교사는 증거자료를 받을 수 없었다.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만큼 영상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또 피해 교사는 영상이 지워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학생들이 여교사의 치맛속을 몰래 촬영한 뒤 SNS를 통해 공유하다가 들통 나 퇴학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9월 여교사들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해 유포한 혐의로 고등학생 6명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한 학생을 통해 질문을 하는 척하며 관심을 돌린 뒤 다른 한 명이 치맛속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여교사 3명을 5차례에 걸쳐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몰래 촬영한 영상을 친구 6명으로 개설된 SNS 비밀 대화방에 올려 공유했다. 이중에서 2명이 또다른 친구 4명에게 영상을 보냈다가 덜미를 잡힌 것이다. 해당 사건으로 피해 여교사들은 정신적 충격에 병가를 내고 심리치료까지 받았다. 일부 교사들이 수업을 거부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증거자료 못 받은 피해자

송파구 사립고등학교 불법촬영 사건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해 교사는 가해 학생 휴대전화에 자신의 영상이 더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교감 선생에게 증거자료를 왜 주지 않는지’, ‘동영상이 더 있음에도 피해자에게 알려주지 않는지등을 물었다.

이때 함께 교무실에 있던 사건 담당 선생은 조사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사건을 축소시키는 사람 취급한다며 피해 교사에게 윽박을 질렀다고 한다. 심지어 사건 담당 선생은 피해 교사가 자신의 교권을 침해했다며 교감 선생에게 정식으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했다. 피해 교사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는 열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학생 부장 선생은 사건 담당 선생을 말려서 데리고 나갔다. 그러나 사건 담당 선생은 교무실로 다시 들어와 피해 교사에게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피해 교사는 이 과정에서 나는 큰 공포를 느꼈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학생의 불법촬영 건으로 이미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나에게 끊임없는 2차 가해가 돌아왔다고 했다.

피해 교사는 사건 담당 선생에게 사과 받고 싶다’, ‘사과 받지 못한다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아무런 사과나 언급조차 없이 여름방학이 시작돼 유야무야 뭉개져 버렸다. 피해 교사는 끝내 학교를 그만뒀다.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어떻게 됐을까. 가해 학생은 학교로부터 퇴학 처분을 받았지만 근처 학교로 전학을 갔다.

여기서 문제가 추가로 발생했다. 가해 학생이 기존 학교 자신의 반 단체 카카오톡 방에 장문의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전학을 간 학교 SNS 페이지에 불법촬영 사건 내용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를 해명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가해 학생은 무슨 소문이 퍼지고 있는지 대충 들었다. 소문이 100% 틀린 말은 아니고 내가 잘못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좀 심하게 왜곡돼서 퍼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우발적으로 선생님을 폰으로 찍은 건 맞다. 그러나 5m쯤 뒤에서 뒷모습만 찍은거고 이상함을 느낄 만한 그런 영상이 절대 아니다. 맹세할 수 있다. 전학을 간 건 그 샘이 나랑 같이 학교에 못 있겠다고 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글을 작성했다.

이후 피해 교사는 해당 반의 담임 선생이 조회시간에 그 학생이 올린 입장문이 다 진짜다’, ‘기간제 교사가 전학가라고 말한 게 맞다는 식의 얘기를 학생들에게 전한 내용을 듣게 돼 충격을 받았다.

피해 교사는 가해자의 해명글이 사실과 다름이 없다는 발언과 학교 측의 침묵으로 인해 불법촬영 건과 더불어 학교 내의 2차 가해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후 피해 교사는 추가로 어제(지난 15) 장학사가 학교에 전화를 했는데 교감 선생이 자기는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줬다고 말을 했다고 하더라라며 동영상이 더 있음에도 알려주지 않고 오히려 나에게 소리 지른 사건 담당 선생은 평가원에 들어갔다고 한다고 했다.

일요서울 취재가 시작되자 서울특별시 강동송파교육지원청 해당 학교 담당 장학사는 지난 17일 일요서울에 “(피해 교사와 소통을 한 것은) 전임자(전임 장학사)인 것 같다. 나는 이 내용을 연계 받지 못했다. 파악을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학교에 직접 나가 확인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재 결과 확인된 것은 학교 측에서 교육지원청에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육지원청은 이 내용을 피해 교사의 국민신문고 민원을 통해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해당 사건을 통합 관리하는 또다른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 내에서) 불법촬영 사실이 있던 게 맞다. 교권 침해 사안으로 학생은 퇴학 조치를 받았다. 선도위원회의 경우에는 출석정지 다음에 퇴학 조치밖에 없다. 학교에서 우려했던 부분은 출석정지 후에 학생이 다시 나오게 된 경우, 선생을 다시 만나게 되는 상황이 재현되면 안 되는 부분이라 전학 조치는 할 수 없었고 퇴학 조치를 한 것이라며 “(그러나) 퇴학을 하더라도 조건부로 기간을 둬 학생이 전학을 가기도 한다. 학교에서 일부러 전학을 보낸 건 아니었다. 피해 교사와 학교 측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지난 16일 일요서울에 교감교장 선생님이 학생 수련회에 같이 가셔서 자리에 없다. 다음주에나 오실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는 관련 내용을 전달을 하면서 연락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이 오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관계자는 23일 돌연, 관련 내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사건 관련 내용) 말씀을 안 드리면 어떻게 되는가. 말씀을 안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피해자의 입장을 듣고 사실 관계에 대해 설명하겠다는 입장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다. 타당한 이유가 있느냐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몰라서 고민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교육지원청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편 피해 교사는 학교에서 가해 학생에게 선처를 해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교권 보호 제도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도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해 가해 학생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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