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구직·주거 불평등에 3년간 4300억원 투입
필요한 모든 청년에게 생애 1회 청년수당 제공돼
주거비 고통 청년 1인가구에 月20만원…4만5천명
'청년 불평등 완화 범사회적 대화기구'…대안찾기

[일요서울ㅣ이지현 기자] 서울시가 월 50만원의 구직비용을 최대 6개월간 지원하는 '청년수당'을 현재 연 7000명에서 3년간 10만명으로 확대 지원한다. 또 청년 1인가구에 월 20만원의 월세(임대료)를 최대 10개월간 지원하는 '청년월세지원'을 시작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청년 등 50여명과 '청년-서울시장 타운홀미팅'을 갖고 청년수당 확대와 청년월세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청년문제의 양대 이슈인 구직과 주거 출발 불평등 해소가 목표다. 3년간 약 4300억원이 투입된다.

이들 정책은 청년 당사자들의 민간거버넌스인 '서울청년시민회의'에서 청년들이 직접 제안하고 숙의·토론·공론화 과정을 거쳐 채택됐다.

구직활동 지원을 위한 '청년수당'은 2020년부터 향후 3년간 총 10만명에게 지원된다. 예산은 3300억원이 배정됐다. 청년수당이 필요한 모든 구직·취업 준비 청년들은 생애 1회는 반드시 지원을 받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청년들의 구직비용은 한 달에 약 50만원이다. 시는 이 비용을 청년수당으로 보전한다. 그동안 소득 등 기본요건을 충족하는 미취업 청년 중 대상자를 선발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기본요건을 충족하는 청년 누구나 청년수당을 받을 수 있다.

시는 우선 내년에 1008억원을 투입해 올해(7000명)보다 4.6배 많은 3만명에게 지급한다.

청년수당 대상자 요건과 지원 내용은 기존과 동일하다. 서울거주 중위소득 150% 미만, 만 19~34세 졸업 후 2년 지난 미취업청년이다. 월 50만원을 최대 6개월간 받을 수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가진 권한과 예산의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겠다. 복지와 관련해선 늘 낭비, 포퓰리즘이라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가장 절박하고 절실한 분야의 예산은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이것은 포퓰리즘이 아니고 리얼리즘이다. 청년들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경 서울시 청년청장은 "청년수당은 여유를 가지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미래를 보장한다. 특별한 기회가 아니라 보편의 경험이 되도록 하겠다"며 "청년수당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포퓰리즘이라는 근거 없는 비판을 했다. 정책의 공백을 메꾼 포용성의 확대"라고 강조했다.

청년월세지원도 도입된다. 시민회의에서 가장 우선순위로 제안된 사항이었다. 청년월세지원은 독립생활 출발선에 선 청년 1인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의 주거안전망이다. 만 19~39세 청년 1인가구(중위소득 120% 이하)에게 월 20만원씩 최대 10개월간 지원된다.

시는 내년에 5000명 지원을 목표로 총 100억원을 편성할 방침이다.

만 19세~39세 청년에게 임차보증금 대출과 이자를 지원(연 2%)하는 '청년 임차보증금 지원'은 문턱을 낮추고 조건은 현실화된다. 내년부터 연소득 조건이 기존 30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완화된다. 보증금 대출 규모는 최대 7000만원(기존 2500만원)으로 상향된다. 시는 4억3500만원을 편성할 계획이다. 내년 지원 목표는 1000명이다.

김 청장은 "지난해 기준 서울의 청년 1인가구 중 월세 가구는 63.7%, 월세는 약 49만원"이라며 "월세를 내고 나면 자산을 축적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시는 내년도 청년수당(1008억원)과 청년주거비지원(104억원) 예산으로 총 1112억원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시는 '청년 불평등 완화 범사회적 대화기구'도 가동한다. 자산과 소득, 학력, 직업의 대물림으로 인한 청년 불평등 문제를 논의하고 실천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청년 당사자부터 청소년, 중장년, 노년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 각 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범사회적, 범세대적 논의의 장이다. 대화기구 내에 ▲공정채용 분과 ▲청년정치 분과 ▲기본소득 분과 등이 구성된다.

12월 출범 후 내년부터 격월로 포럼, 토론회, 세미나 등이 진행된다. 공정채용, 소득 같은 청년 불평등과 관련한 다양한 의제가 논의된다.

박 시장은 "자기 일을 꿈꾸는 청년, 독립생활을 꿈꾸는 청년에게 꿈 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청년수당을 대폭 확대하고 월세지원도 새롭게 시작한다"며 "서울시는 오늘 청년들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과감하게 단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마라톤 경기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누구나 같은 출발선에서 뛰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출발하고 있다"며 "청년이 내일을 떠올렸을 때 절망이 아닌 희망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공공의 책무, 시장의 책무, 정치의 책무다.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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