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영업적자 여전...그래도 성과급은 `억` 단위 받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지난해 공공기관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였는데도, 경영을 잘했다며 기관장에게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공공기관들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성엽 (정읍·고창, 대안정치연대 대표)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1000억 이상 손해를 본 공공기관 7곳에서 기관장에게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수천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들 중에는 채용비리 등 방만 경영을 일삼은 기관도 있어 관리·감독의한 필요성은 물론 공공기관 성과급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전 광물자원공사 수력원자력 LH 포함 7개 기관 `경영성과급` 물의
매해 지적되어도 뚜렷한 해법 없어..경영평가 방식 손 봐야
 

유성엽 의원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2017년 1조4000억 원 이익에서 1년 만에 1조1700억 원으로 손실 전환 됐음에도 기관장에게 1억700만 원의 경영평가성과급을 지급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뿐 아니라 최근 5년간 연평균 1조8000억 원대의 손해를 지속해서 기록했는데도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기관장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1천억 넘는 손해에도 경영성과급 지급한 공공기관들
 
광물자원공사 또한 5년 연속 연평균 8000억원 가량 손실이 발생했고 심지어 자본잠식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2년 연속 기관장 성과급을 지급해 왔다. 철도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1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도 각각 5400만원과 89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8년 결산 기준 부채가 130조원, 부채비율이 283%에 달하는 대표적 부실 공기업으로 꼽히고 있음에도 4년 연속 기관장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금융비용만 7000억 가까이 발생하였는데도, 기관장에게는 1억1000만원의 경영평가성과급을 지급했다.
 
유성엽 의원은 “수천억의 손해를 보고도 경영을 잘했다고 수천만 원 성과급을 지급하는 곳은 전 세계에 우리나라 공공기관들뿐일 것이다”라며 “해마다 반복되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안일한 조치로 국민의 혈세만 낭비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들 기관 외에도 막대한 금액의 성과급을 임원에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 임원 6명은 성과급 3억2700만원을 챙겨갔다. 한국수력원자력 임원 7명도 성과급 4억900만원을 받았다. 준(準)정부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낙제`에 가까운 경영 실적을 냈지만 임원 7명은 성과급 3억6300만원을 챙겼다.
 
추 의원도 "일반 기업은 손실이 나면 당장 임원들부터 임금을 동결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공공기관 임원들은 수천억 원 적자를 내고도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받아갔다"며 "현 정부 들어 `사회적 가치`라는 핑계로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지고 있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진행된 국감에서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문제가 지적됐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계양구갑)에 따르면 2년 연속 채용비리가 적발된 기관은 38곳에 달했다. 특히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2017년도 조사에선 수사 의뢰 1건에서, 2018년도에는 수사 의뢰 2건 및 징계요구 1건 등 총 3건의 채용비리가 발생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년 연속 채용비리가 적발된 기관 중 근로복지공단, 서울대병원, 전북대병원, 강원대병원, 한국건설관리공사 등 5곳에 대해 수사 의뢰했다. 또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한국산업단지공단 등 28곳은 징계 요구했다.
 
유동수 의원은 "채용비리가 개선되지 않고 도리어 심화한 근로복지공단 등 일부 기관이 2018년도 경영평가에서 `양호(B) 등급`을 받고, 심지어는 전년보다 평가등급이 상승한 것을 두고 결과적으로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유동수 의원은 "대다수 채용비리는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채용비리 연루자뿐만 아니라 기관 또한 그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청년의 날개를 꺾어버린 기관들에 경영을 잘했다고 평가등급을 상향 책정하고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감사원도 인천국제공항공사, LH, 한전KPS주식회사,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공기업의 비정규직 채용 및 정규직 전환 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친인척을 부당하게 채용하거나 자격능력을 확인할 수 없는 사람을 선발하도록 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의 안일한 조치로 국민 혈세 낭비” 
 
문제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매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고 있지만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이번 정부 들어 공기업 경영 평가 방식을 실적보다 ‘사회적 책임’ 부문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공기업 평가 배점 100점 중 ‘일반 경영관리’는 31점에서 25점으로 줄인 대신 19점이던 ‘사회적 책임’은 31점으로 대폭 강화됐다.

한마디로 정부의 정책 목표를 얼마나 잘 따라줬느냐를 공기업 평가의 잣대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련자들의 처벌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성엽 의원은 “정부가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보수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나, 성과급으로 충당하거나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해 제한을 피하는 등 허점이 많은 상황”이라며, “외국에서도 ‘살찐 고양이법’ 논의가 한창인 만큼, 우리도 공공부문 연봉의 상한선을 정해 세금 낭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관련해서 유동수 의원은 3번째 전수조사 결과 및 대책 발표 시 상습 채용비리가 발생한 공공기관에 대해 경영평가 등급 및 성과급 지급률 또한 하향 조정하는 등 `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대다수 채용비리는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채용비리 연루자뿐만 아니라 기관 또한 그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청년의 날개를 꺾어버린 기관들에 경영을 잘했다고 평가등급을 상향 책정하고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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