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부호 '포에버21' 한인부부...‘악덕기업’ 불명예 속 파산보호신청

[포에버21 홈페이지]
[포에버21 홈페이지]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무일푼이었던 한인 부부가 세계100대 부호로 성공한 사례로 잘 알려진 포에버21의 창립주 장도원-장진숙 한인 부부가 결국 파산보호신청을 감행했다. 이들은 처음 파산설이 제기된 5년 전만 하더라도 전면 부인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매장 폐점과 직원 감축 등의 결정으로 전 세계에 파산에 직면한 경영위기를 알렸다. 일각에서는 이들 부부의 ‘악행’ 고발이 꾸준히 이뤄져 온 데다가, 포에버21의 파산보호신청에 따른 피해를 입을 채권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분위기다. 

LA 상점에서 세계 점유율 상위권 등극...5년 전부터 파산설 나돌아

한국소재기업 14곳 무담보채권총액...약 7200만 달러(한화 860억)


글로벌 한인 의류업체 ‘포에버21’의 파산설이 나돈 것은 2015년께 부터다. 당시 포에버21 측 관계자는 해당 설을 두고 언론 매체를 통해 “그같은 소문들은 완전히 잘못된 것(they are absolutely false)으로, 포에버21은 파산보호신청을 하지 않았고 했던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지난달 29일, 포에버21은 델라웨어연방파산법원에 챕터11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파산보호 신청은 포에버21을 포함한 포에버21인터내셔널홀딩스, 포에버21로지스틱스, 포에버21리테일 등을 비롯한 총 8개사로 장 부부는 이들 8개사의 파산보호신청사건을 병합 심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178개 점포를 비롯해 전세계 포에버21의 350여개 점포는 폐점될 전망이다. 한국 공식 온라인 홈페이지 온라인 쇼핑몰은 지난 18일을 끝으로 폐쇄됐고, 서울 명동점과 홍대점 등 오프라인 매장은 오는 11월 24일 폐점을 앞두고 있다.

국내 폐점 잇달아...갑질사기표절 논란도

폐점을 앞둔 국내 포에버21의 판매 상품들은 기존 가격에서 75%를 할인한 가격인 500원 대부터 1만원 미만 가격에 처분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 앞에 긴 줄을 섰고, 이 같은 반응에 오는 29일 판매 종료 예정이던 온라인 몰은 상품 조기 소진으로 이틀 만에 종료됐다.
 

포에버21의 명동 엠 플라자(M Plaza)점 [포에버21]
포에버21의 명동 엠 플라자(M Plaza)점 [포에버21]

포에버21은 스페인의 Zara와 스웨덴의 H&M과 함께 손꼽히는 SPA 브랜드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본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LA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어왔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다른 두 브랜드와는 달리 비교적 큰 입지를 확보하지는 못한 모양새다. 2011년 신사동 가로수길점과 2017년 인천 스퀘어원점을 오픈했지만 ‘화려’했던 오픈 당시와 달리, 조용하고 쓸쓸한 폐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오랜만에 가로수길 점을 찾기 위해 방문했지만,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져 당황했다”는 목격담을 나누기도 했다.  국내 소비 트렌드와는 다소 먼 거리감이 원인이기도 했지만, 가격대비 낮은 품질 등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패션시장의 외면을 피할 수 없던 것으로 보인다.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인물로 알려진 포에버21의 창립주 장도원-장진숙 한인 부부를 둔 비난의 여론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장 부부는 38년 전 무일푼으로 미국에 정착해 갖은 고생 끝에 한때 연매출 41억 달러를 달성했다. 지속적인 성장세로 2011년에는 포브스 선정 ‘세계 100대 부호’ 리스트까지 올랐다. 한국의 자부심을 세계 속에 알린 모범적 사례기도 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영세 하청업주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갑질 횡포를 비롯해 사기, 표절 등의 소문이 한인사회를 떠나 전방위로 전해지면서 ‘악덕기업’과 ‘악명높은 부부’의 수식어를 다는 불명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섬유 관련 회사 중 이들에게 사기를 당하지 않은 회사가 없다”며 “자살까지 이르게 하는 등 한인사회에서는 악명높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포에버21과 거래해 피해본 업체들이 많아 악덕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만큼, 한국인 기업의 파산소식이더라도 전혀 동정심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산보호신청에 채권자 피해 우려

전세계 700개 점포를 보유한 포에버21이 한 순간에 파산위기에 이른 것은 비단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닐 터. 일각에서는 포에버21이 만기도래채무액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미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포에버21은 파산보호신청서에 채권자가 10만 명이 넘는다.

실제 파산법원에 제출된 채권자리스트는 무려 2364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언론은 “포에버21이 지난 6월 고용한 최고구조조정책임자(CRO)의 진술서, 3억5천만 달러 긴급수혈 확인서, 파산보호승인요청서 등을 분석한 결과 포에버21은 만기도래채무 2억2800만 달러를 감당하지 못하는 점이 파산보호신청을 한 직접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채권액이 높은 50대 무담보채권자 리스트를 확인한 결과 한국소재기업 14곳과, LA 한인기업 1곳이 포함됐다”며 “한국소재기업 14곳의 무담보채권액총액만 약 7200만 달러(한화 860억 원)상당에 달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파산보호신청에 따른 채권자들의 피해 우려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법률전문가는 “파산보호신청을 할 경우 채권자는 상당기간 납품대금 등을 비롯한 채권액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청업체 등 거래처들의 잇단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포에버21의 직원 감축 결정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이들에 대한 동정의 여론도 일었다. 미국CNN 등의 외신에 따르면 현재 포에버21의 정규직 직원은 6400여 명으로, 이외에도 2만6400여 명의 시간제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포에버21은 직원의 약 20% 가량인 1170여 명에 대한 인원 감축 결정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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