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 분열 노려 국민의당계 품는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바른미래당이 분당 수순에 들어갔다. 이준석 최고위원이 당 윤리위로부터 직위해제 징계를 받으며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내홍은 좁혀지지 않은 모습이다. 당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은 오는 12월 창당하겠다고 선언했고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물밑으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음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계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변혁 안에서도 탈당과 통합을 두고 이견이 나오고 있어 한국당과의 통합이 아닌 바른정당계만 한국당으로 복당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 [뉴시스]

-국민의당계, 매주 회동하기로... 변혁마저 쪼개질 가능성 높아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안철수 전 대표를 비하했다는 이유로 제소된 이준석 최고위원에게 당직 직위해제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손학규 대표는 안철수-유승민이 만든 정당을 말아먹었다”며 “그동안 당을 지탱해온 후배 정치인을 다 죽이겠다는 거다. 당은 망가져도 대표직 권력만 유지하면 된다는 손 대표, 참 추하다”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 또한 지난달 18일 손 대표를 향해 한 발언이 윤리위에 회부돼 직무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하 의원의 징계에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당권파 의원들은 당 지도부와는 별개로 당 혁신 등을 논의하는 모임인 변혁을 구성했다.

이번 이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로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나아지지 않자 변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변혁 대표를 맡고 있는 유 의원은 지난 16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보수통합 논의 대해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와라. 낡은 것 다 허물고 새 집 짓자’는 제안에 진지하게 생각하고 만나자고 한다면 언제든 만날 용의는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황 대표와 따로 연락 한 건 없지만 양쪽에서 중간에 매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유승민, 12월 창당 예고 손학규 “갈 길 가라”

하 의원은 지난 1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우리 내부에서 결론을 낼 것. 11월 내로 창당이냐, 12월 내로 창당이냐 이 선택만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유 의원이 지난 21일 신당 창당과 관련해 “12월 정기국회까지 마무리하고 결심을 행동에 옮기는 스케줄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며 오는 12월 탈당 이후 신당 창당이 기정사실화됐다.

유 의원의 창당 행보에 일각에서는 지역구에서 배신자 낙인이 찍힌 유 의원이 대권주자의 면모를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입국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대로 가다간 당에서 비주류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는 불안함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이다.

유 의원이 분당을 선언하자 손 대표도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손 대표는 “황 대표와 거래해서 한국당으로 돌아갈 궁리만 하는 분들은 더 이상 당을 망치지 말고 하루빨리 갈 길을 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제 당을 새롭게 정비하고 최고위원회도 다시 정비하겠다”라며 “적극적으로 인재영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유 의원의 창당 선언에 한국당 내 친박 의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 의원과 바른미래당의 동지들이 돌아와야 한다”며 “지금은 어느 누구도 통합을 위해 헌신해야 할 시간이다”라고 변혁 의원들의 한국당 입당을 촉구했다. 반면 김재원 의원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얕은꾀에 넘어가면 안 된다”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승용(오른쪽) 국회 부의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출신 의원 모임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주승용(오른쪽) 국회 부의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출신 의원 모임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뭉치기 시작한 국민의당계

유 의원의 탈당 예고에 국민의당계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변혁 소속 한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유 의원의 탈당 선언이 변혁 내 논의를 거쳐 이뤄진 것이냐는 질문에 “글쎄요”라며 “어느 정도 협의는 했지만 딱 잘라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변혁 소속 의원은 15명으로 바른정당계가 8명 국민의당계가 7명이다. 7명 중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6명(김중로·김수민·김삼화·신용현·이동섭·이태규)은 비례대표다.

국회법에 따르면 비례대표는 자진 탈당 시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들은 당이 제명할 경우에만 의원직을 지킬 수 있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소속 의원의 제명은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당원권이 정지된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과 활동 중단 상태인 박선숙 의원을 제외하면 최소 17명 의원이 이들의 출당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변혁 소속 의원 15명과 당권파 2표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당이 탈당·창당 등 분당수순을 밟자 국민의당계가 뭉쳤다. 이들은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난 후 주승용 국회부의장실에 모였다. 이날 모임은 호남계인 김동철 의원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 8월29일 국민의당계 의원들의 비공개 회동도 주최한 바 있다.

회동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약 6개월 만에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모였다. 앞으로 매주 화요일 오전에 회동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회동에서 손 대표 퇴진 문제와 유 의원의 12월 창당 선언 등 현재 당 상화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례대표 제명 문제 등도 오간 것으로 알려져 당권파에 속해 있는 국민의당계 의원들이 변혁 내 비례대표를 놔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유 의원과 하 의원 등 변혁에서 창당을 주도하는 이들은 단계적 창당까지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례대표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문제가 걸려있어 지역구 의원들이 먼저 탈당해 당을 창당한 후 총선이 다가올 즈음 합류하는 방식이다.

당권파에 속해있는 국민의당계 의원들은 변혁 소속 의원들을 향해 함께 당을 위해 함께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변혁 내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바른정당계가 신당을 창당한 후 손 대표가 물러난다면 국민의당계 의원들이 신당이 아닌 바른미래당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변혁 소속 국민의당계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손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당이 비전을 보인다면 탈당하지 않고 당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복귀도 국민의당계의 선택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변혁 내 국민의당계 의원들은 안 전 대표가 오는 12월 또는 1월 내로 입국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당 창당 후 한국당과의 통합을 생각하는 변혁에서 국민의당계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바른정당계가 한국당으로 복당하는 모양으로 비춰질 수 있어 앞으로 국민의당계의 행보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