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어느 정권이든 민심의 향배에 민감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권을 뒤흔들 논란이나 사건이 발생할 경우 집권당은 여론의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최근 문재인 정권이 그렇다. 여의도에서는 공공연히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을 ‘여론조사공화국’으로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청와대에는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포함, 각종 정책과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부서는 정무수석실, 홍보기획·국정홍보 비서관이 있는 국민소통수석실 그리고 시민사회수석실이 있다. 주중 여론조사를 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정책과 현안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최근 조국 사퇴 이후 상반된 여론조사 발표가 있어 논란이 일었다. 정치 영역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내놓은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가 널뛰기 양상을 보였다. 한국갤럽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0월14일 사퇴한 이후 15일부터 17일 3일간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8일 대통령 지지율을 발표했다. 

결과는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39%, ‘잘못하고 있다’는 53%으로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4%p 떨어졌고 부정평가는 2%p 올라 긍정·부정평가 격차가 8%p에서 14%p로 벌어졌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이자 집권 2년5개월만에 처음으로 30%대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은 일제히 문 대통령의 조국 지키기에 중도층이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고 조국 사퇴에도 불구하고 문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고 했다. 일부 보수 언론은 임기 초 국정 지지율 80%대에서 반토막 났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YTN 의뢰로 14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이 ‘잘한다’는 긍정평가가 45%, ‘잘못하고 있다’ 부정평가는 52.3%로 전주 대비 긍정평가는 3.6%p 올랐고 부정평가는 3.8%p 내렸다고 10월21일 발표했다. 리얼미터는 조국 사퇴로 정부를 지지하는 진보층이 결집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던 중도층의 지지세는 회복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대체 14일과 15일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조국 사퇴 이후 정국에 커다란 이슈는 없었다. 단지 하루 차이로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조사방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묻는 방식과 비율이다. 

한국갤럽은 녹음된 음성파일이 아닌 100%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건다. 반면 리얼미터는 녹음된 음성파일을 통해 휴대전화·집전화 90%를 차지하고 휴대폰 응답자 10%만이 조사원이 직접 통화한다. 일반적으로 녹음된 질문과 사람이 직접 통화를 해 질문할 경우 아무래도 기계음보다 사람의 목소리에 솔직하게 답하는 성향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물론 반대의 의견도 있다. 기계음이 더 편하고 사람의 물어올 경우 본심을 숨기는 경향도 적잖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도 보완해야 하지만 문제는 비슷한 시기에 정국을 뒤흔들 이슈도 없었는데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신뢰도를 목숨처럼 여겨야 할 여론조사기관마저 정치적, 보혁 진영 논리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이번처럼 조국 사퇴이후 하루 차이로 조사를 벌여 나온 결과가 ‘대통령 지지율 추락’, ‘지지율  회복’이라는 전혀 다른 결과에 해석마저 다르다 보니 민심을 전하는 여론조사기관마저 권력과 돈에 취해 신뢰성을 포기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조국 사태로 나라가 진영 논리에 빠져 반토막 날 위기에 처해 있는데 여론조사기관마저 거들고 나서는 것 같아 서글프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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