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에서 호남에 배분된 국회의원 의석수는 모두 28석이었다. 전체의석이 300석이었고, 지역구 의석수가 253석이었으니 지역구 의석의 약 1/9이 호남에 배분된 것이다. 우리 정치현실을 보면 호남이 정치적으로 과대 대표되는 부분이 있는데, 총인구 대비 호남 인구를 감안하면 잘못된 의석 배분은 아니다.

과거 호남의 유권자, 호남의 정치인들은 이러한 의석수를 가지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보다 크게, 그리고 많이 관철시킨 경험이 있다. 그런 면에서 호남은 정치라는 시스템을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지역일지도 모른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은 진보세력 간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정당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에게 23석을 몰아주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 되어 20대 총선의 실질적 승자가 되었지만, 자신들의 정치적 본거지인 호남에서 3석을 얻는 데 그쳐 체면을 구겼다.

반면 수도권에서 대승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불모지인 영남에서 의석을 챙겨 제1당이 되었던 것이다. 과감하게 호남을 버리는 기호전략(棄湖戰略)을 통해 영남에서도 의미 있는 의석수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이러한 전략은 더불어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들었고,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여 하야시키기에 이르렀다. 총선 승리를 이끌고 당을 홀연히 떠나간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공이 컸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21대 총선에서 호남의 정치적 위상은 어떻게 변모할까? 여당이 되어 21대 총선을 맞이하는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과 같은 기호 전략을 과감하게 구사할 수 있을까? 작년 지방선거와 같은 상황이라면 기호 전략이 아니어도 영남에서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고, 호남의 고토도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조국 정국이 막을 내렸지만 조국 정국의 후유증은 정부여당을 집어삼키고 있다. 권력을 독점하고자 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빚어진 일이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내년 4월15일로 예정된 21대 총선은 누가 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을 어떻게 포섭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첫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호남 정치세력을 통합하는 것이다. 현재 대안연대에서 활동하며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는 정치세력에게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하여 공정한 공천경쟁을 통해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세력을 일원화하는 것이다. 구원(舊怨)이야 있겠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구원 따위에 집착한다면, 이미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은 임기 말까지 지속될 것이다.

둘째는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에게 보다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류의 일관된 재집권전략은 호남의 기반 위에, 영남 후보를 내세워 영남을 주전장(主戰場)으로 하는 싸움에서 승리하여 집권하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조국 정국 이후 영남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유력 후보들이 거의 없어졌다. 이럴 때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상책이다. 즉, 호남을 강화하고 그 기세를 수도권으로 북상시켜 총선에서 승리하는 전략이 그것이다. 정세균 전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등에게 역할을 부여한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셋째는 정공법은 아니나 충분히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역공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른바 기영전략(棄嶺戰略)이다. 영남을 버리는 전략, 다시 말해 영남을 고립화시키는 전략이다. 상황이 좋을 때야 영남에서도 의미 있는 의석수가 필요했지만, 소선거구제에서 지역적으로 의석쏠림이 나타나는 자연스런 일이다. ‘영남을 버려 총선 승리’ 시도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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