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하나에 수십만 원 개인파산에 이르기까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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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현금을 지출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도박과 유사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한 지난 6월 폐지된 ‘결제 한도’를 다시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폐지됐던 ‘결제 한도’ 부활하나… 이용자 주의 당부

김경진 의원 “게임 중독될 경우 자율적인 규제 힘들어”

#1 게임 이용자 A씨는 게임카페 커뮤니티에 ‘게임이 현질 위주… 너무하네요’ 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번 패치(게임 등 프로그램에서 수정이 필요할 때, 일부 파일이나 소스코드 등을 변경해 수정하는 것) 이후에 게임 접으시는 유저들이 하나둘도 아니고 현질 위주로 패치 되는 이 같은 현상을 줄여줬음 좋겠다”며 “유저 몇 분이나 접어야 게임이 유지가 되는건지…”라고 하소연했다.

게임카페뿐 아니라 맘카페에서도 현질 위험성에 관한 얘기는 나오고 있다.

#2 한 맘카페 회원은 ‘게임 현질 40만 원’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주말부부인데 남편은 집에 오면 잠자기 전까지 핸드폰과 한몸”이라며 “전에는 1000~2000원 결제도 아깝다더니 이번에 카드 값이 나왔는데 40만원을 게임 현질로 썼다”고 말했다.

#3 또 다른 게임 카페에서는 이용자 B씨가 게임 운영자에게 현질 먹튀(먹고 튄다의 줄임말로 신조어)를 당했다고 말했다.

게임 현질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에서는 모바일 게임으로 엄마의 전 재산을 써 버린 철없는 딸 사연이 나오면서 누리꾼이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중국 매체 인민망에 따르면 모바일게임에 빠진 8살짜리 딸이 엄마가 평생 모은 돈 약 13만 위안(약 2200만 원)을 탕진했다. 딸은 12일 만에 게임 아이템으로 2000만 원이 넘는 돈을 쓴 것이다. 같은 해 10살 소년이 자신의 치료비 2500만 원을 게임에 탕진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8월 게임을 이용하는 19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PC 게임 이용자의 49.3%는 PC 게임머니 및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 현금을 지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PC 게임 이용자들이 PC 게임에 지출하는 월 평균 비용은 통신비 및 데이터 이용 요금을 제외하고 비용 지출이 있는 경우는 70.4%로 나타났다. 이들 중 ‘2~5만원 미만(21.0%)의 비용을 지출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월평균 총 비용과 게임머니 및 아이템 구입비용은 남성과 여성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연령별로 총비용은 상대적으로 40대가 가장 많이 지출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게임머니 및 아이템 구입비용은 30대에서 비교적 많이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PC 게임 비용 결제 방식은 ‘본인의 신용카드(65.5%)가 가장 높았다.

현금거래 이용… 제2의 범죄 우려

또한 이용자들 중 37.5%는 실제 아이템 현금거래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는 게임 아이템 현질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접근 할 수 있다. 일명 먹튀와 실제 만남 시 제2의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 ‘확률형 아이템’은 사행성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같은 돈을 지불해도 운에 따라 아이템을 얻는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로또와 스포츠 토토, 게임 룰렛 등 도박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PC 게임 이용자들 중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알고 있는 응답자는 88.5%로 이 중 29.2%가 확률형 아이템을 위해 현금을 지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총지출 금액은 평균 약 8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말 문화체육관광부는 50만 원으로 설정돼 있던 PC·온라인 게임의 성인 월 결제 한도를 폐지해 그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채무 커뮤니티에서는 “휴대폰 소액결제로 게임 현질을 하니 휴대폰 요금을 내려고 카드론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돌려막고 하다 카드론 대환대출을 알아보게 됐고 2000만 원이라는 돈을 대출했다”며 “그 길로 현질 하는 게임은 다 삭제했고 소액결제 한도도 걸어놨다”며 게임의 과소비성을 경고했다.

지난해에는 넷마블게임즈의 모바일게임인 ‘리니지2레볼루션’ 이용자 529명이 “넷마블이 이용자들에게 아이템 구매를 유도하면서 어떠한 제한 장치를 두지 않아 무분별하게 결제를 했다”며 구매 아이템 환불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발생했다.

소송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 측은 “소송인들은 유료 아이템 구매에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최대 1억1200만 원을 썼다”며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3800만 원을 대출받아 유료 아이템을 사 현재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대부분은 신용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소송에 참여한 게임 이용자는 “도저히 현질을 하지 않고서는 게임을 못하게 만들어 놨다.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처럼 중독성이 큰데 결제 한도에 제한이 없어 두 달 동안 무엇에 홀린 듯 계속 결제를 했다”고 주장했다.

소송대리인은 “사행성이 강한 게임은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성인은 월 50만원 청소년은 월 7만원으로 결제한도를 둔 PC·온라인 게임과 달리 모바일게임에 대한 결제 한도는 규제가 없어 피해를 더 키웠다는 것이다.

게임 결제 한도 대표발의… 구체적 액수 미정

무소속 김경진 의원은 지난달 정보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게임물에 결제 한도를 설정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결제 한도가 폐지된 지 약 4개월 후였다. 개정안은 PC·모바일 등 게임물의 결제금액 한도를 설정하고 이용자가 자제력을 잃고 게임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하는 과몰입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결제 한도 액수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김 의원 측은 “청소년은 물론 성인일지라도 게임에 중독될 경우 자율적으로 이를 규제하기 힘들다.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결제 한도를 설정할 수 있는 근거를 법으로 만들기 위해 법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알코올 중독과 같은 공식질병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도 오는 2022년까지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 개정안을 오는 2025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개정 때 반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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