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성역?···피해자를 ‘음해 인물’로 몰기도

성폭력. [그래픽=뉴시스]
성폭력.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30여 년간 여성 신자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목사가 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고, 조카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개신교 목사가 실형을 받는 등 교회 내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그러나 교단의 대응은 미흡하기만 하다. 미투(#Me too성폭력 고발 운동) 운동이 종교계로 확산하면서 교회 차원에서 묵과했던 사건들이 수면 위로 올랐다. 문제는 성폭력 대책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교단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목회자-교인 성폭력 가장 높아···피해 미성년자 24%에 달해

최근 40대 조카를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개신교 목사가 실형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1(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로 기소된 한국기독교장로회 A목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교회의 담임목사였던 A목사는 지난 20174월 조카 B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르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이후 B씨가 자신을 허위 고소했다며 무고한 혐의도 받았다.

목사가 30여 년간 여성 신자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최근 전북경찰청은 여성 신자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강간 및 강제추행)로 전북에 위치한 한 교회의 목사를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C목사는 199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여성 신도 9명을 성폭행 또는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거부하는 신도에게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하는 거니 괜찮다”, “이렇게 해야 천국 간다고 말하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C목사는 주로 신앙심이 깊은 신자나 가정이 있어 주변에 피해를 알리기 어려운 신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내용의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C목사를 소환해 조사했다.

그러나 C목사는 경찰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거나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호소 힘들어

불평등한 권력 구조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접수사건 지원했던 상담 통계를 집계한 결과 목회자-교인 간 성폭력 접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총 86건 중 목회자가 교인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가 59%로 전체 사건의 과반을 넘었다.

가해자 직분별로는 담임목사가 33건으로 가장 높았으며 부목회자(부목사전도사), 선교단체 리더, 교수도 24, 6, 4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가해자 소속을 살펴보면 예장통합 16(19%), 예장합동 14(17%), 감리회 6(7%), 등 정통 교단 소속이 총 52(61%)으로 비 교단에 비해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피해자의 성별은 여성이 9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건 당시 피해자가 성년인 경우는 62(72%)이었으며 미성년자인 경우는 21(24%)에 달했다. 전체 상담 건수의 4분의 1가량이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었다.

센터 관계자는 성폭력 사건이 가해자 개인의 일탈비행이 아닌, 불평등한 권력 구조안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교회 내 성폭력이 발생하더라도 피해자들은 제대로 호소조차 하기 힘들다. 신앙심으로 참고 견뎌야 한다는 견해, 대다수의 교인들이 성폭력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특히 목회자가 교인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을 경우, 성도들은 목회자를 성역에 두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도리어 피해자를 음해 인물로 몰기도 한다. 사이비로 몰아 교회에서 퇴출시키는 경우까지 존재한다. 결국 성폭력 대책에 대한 심각한 논의와 교회법 제정이 중요한 대목이지만 교단의 조치는 미흡하기만 하다.

문제 발생해야

움직임 보여

올해 들어 총회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만 성폭력 대책을 논의했을 뿐 대다수의 교단에서는 토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해야만 움직임을 보이는 구조다. 교단과 신학교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던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지난해 부결됐던 교회 내 성폭력 특별법을 제정했다. 총대(총회대의원)들은 지난해 성폭력 자체가 사회법에서 처벌이 가능한데 교회까지 법을 제정해야 하느냐는 논리로 특별법 제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신대 교수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올해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교단 내에서도 성폭력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일부 교단들은 성폭력 종류와 사건 발생 뒤 지침 등을 담은 성폭력 예방 처리 지침서를 총대에 배포하고, 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관련 전문가를 포함해 대책위원회를 구성 및 피해자를 우선 보호한 뒤 가해자를 격리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리는 등 대책을 수립하는 모양새지만 이 밖의 교단들은 성폭력과 관련한 논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

논의를 한 것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교단은 아직까지 성폭력 대책의 필요성 자체를 중요시하지 않는 행태를 보인다.

한 교회 핵심 관계자는 대다수 교단이 성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다. 이 때문에 성폭력 대책을 논의하는 상황조차 꺼리는 것이다. 또 성폭력과 관련한 교회법이 제정될 경우 교회 내 문제를 도려내야 하고, 안 좋은 내용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등 뒷감당을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라며 교회 내 성폭력은 항상 존재했지만 잘 덮어와서 없는 것처럼 보였던 상황이다. 그러나 미투가 개신교로 번지면서 드디어 감춰졌던 내용들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이제는 제대로 개혁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더 이상 신도들도 입을 다물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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