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찬 아기까지…적발된 337명 중 223명 한국인

[사진 제공=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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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아동 포르노는 전 세계 대다수 나라에서 촬영은 물론 소지·시청까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아동 포르노에 등장하는 아동들은 대부분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린 나이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없는 만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더욱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법적 규제 속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페도필리아(Pedophilia·소아성애증)들의 삐뚤어진 욕망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16일 한국과 미국·영국 경찰은 폐쇄형 비밀 사이트 ‘다크넷(darknet)’을 이용해 아동 포르노를 촬영·유통·시청한 이용자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놀랍게도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20대 초반의 한국인이었다.

아동 성 착취 영상 25만 건 업로드 해 4억 원 수익
징역 1년 6개월 솜방망이 처벌에 국민 여론 ‘활활’

다크넷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포르노 유통망 조직이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음란물이 게재·유통된다. 그런데 이 거대한 사이트의 운영자가 23세 한국인 남성이라는 사실은 놀랍게 다가온다. 한국인 손모(23)씨가 운영하던 이 사이트는 그동안 무려 25만 건의 아동 포르노를 유통했다. 이 조직의 이용자는 12개국 337명에 달했다. 한국인 이용자가 223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92명, 영국이 18명 순으로 나타났다. 비밀 사이트의 유료회원은 세계 38개국에서 4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운로드 횟수만 100만 건을 넘어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국과 스페인, 영국에서는 포르노 제작에 희생된 아동 23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손씨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승인된 회원만 별도 프로그램을 이용해 접속할 수 있는 ‘웰컴 투 비디오(Welcome To Video)’라는 사이트를 운영했다. 아동 음란물의 거래는 암호 화폐인 비트코인을 대가로 이뤄졌다. 328달러(약 38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불하면 6개월 동안 무제한 다운로드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수법으로 손씨가 거래한 아동 포르노는 100만 건 이상으로 알려졌다. 얻어낸 수익은 4억 원에 달했다. 그는 지난해 5월 한국에서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음란물 판매 등 혐의로 체포, 구속됐다. 재판부는 1심에서 손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억5600만 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해 현재 한국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미국과 너무 다른 처벌…왜?

문제는 손씨가 국내 법원에서 받은 처벌이 ‘솜방망이’에 가깝다는 것이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은 물론, 항소심에서도 1년 6개월에 불과한 징역형이 내려진 사실은 국민 여론을 들끓게 했다. 법원 판결대로라면 손씨는 다음 달 자유의 몸이 된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은 게시 3일 만인 24일 청와대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청원인은 “미국에서는 영상을 한 번 다운로드한 사람이 15년형을 선고받았는데, 한국에서는 사이트 운영자가 고작 18개월 형을 선고받았다”면서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학대하며 이윤을 만들었다는 반인륜적 범죄가 어째서 한국에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며 범죄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동 성착취 사이트 운영자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실명과 사진 공개를 요구한다”며 “현재 복역 중인 손모씨와 처벌대상인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도 원한다”고 덧붙였다.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 폐쇄 운동을 전개했던 여성단체 디지털성범죄아웃(DSO)의 고유경 활동가는 국민일보에 “국내와 외국의 직접 비교사례가 처음 생겼다는 건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단순한 음란물이 아닌 대규모 아동 성 착취 범죄를 정부가 그냥 넘어가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들끓는 비판에는 근거가 있다. 미국은 해당 사이트에서 단 1회 다운로드한 이용자 마크 롤러에게 아동 포르노 수령 혐의로 징역 5년과 5년의 보호관찰을 선고했다. 아동 포르노 수령과 돈세탁 혐의로 기소된 니콜라스 스텐걸은 징역 15년과 형 만료 뒤 종신 보호관찰을 선고 받았다. 전직 수사 요원이었던 리처드 그래코프스키는 다운로드 1회와 시청 목적의 접속 1회 혐의로 징역 70개월과 보호관찰 10년, 7명의 피해자에 대한 3만5000달러(약 4100만 원) 배상 명령을 받았다. 또 미국은 자국인을 포함한 모든 이용자의 실명과 거주지, 나이까지 공개했다. 한국과는 처벌의 수준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시 리우 워싱턴 DC 연방검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아동 포르노 매매에 암호 화폐를 사용한 것을 적발한 첫 번째 사례”라면서 “이 사이트의 모두 약 8 테라바이트 분량 자료 대부분은 사춘기 이전 아동 음란물로 심지어 걸음마를 배우는 유아나 젖먹이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불법 다크넷을 활용해 저지른 이들 범죄자가 끔찍한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계속 추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브라이언 벤츠코프스키 법무부 차관보 역시 “어린이 성 착취로 이익을 얻는 다크넷은 가장 비도덕적이며, 비난받아 마땅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물론 한국 역시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 음란물 제작 및 수입·수출에 대해서 ‘법률상으로는’ 엄격하다. 현행법상 아동 음란물을 제작이나 수입, 수출할 경우 5년 이상의 징역, 영리 목적의 판매·유통은 10년 이하 징역, 단순 소지는 1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재판부의 판단이다. 손씨의 혐의는 10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재판부는 고작 1년 6개월 선고에 그쳤다. 판사의 재량권이 크기 때문이다. 세부 양형 기준을 엄격하게 따져 형을 선고하는 미국 법원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 법무부, 강제 송환 공식 요청

미국 법무부는 손씨를 아동 음란물 게재의 공모와 실행,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묘사의 생산, 아동 음란물 배포의 공모와 실행, 돈세탁 등 9가지 항목으로 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실제로 손씨를 자국 법정에 세우기 위해 강제 송환을 공식 요청했다. 24일 CBS에 따르면 미국 사법당국은 외교 경로를 통해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손씨의 강제 송환을 요청했다. 미 법무부는 손씨가 최대 징역 30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1999년부터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주요 피의자 신병 인도에 대해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다만 국내 범죄인 인도법이 ‘인도범죄에 대해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경우 범죄인을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동일 범죄에 대해서는 이중 처벌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미국 법무부는 이를 인지하고 손씨에게 돈세탁 등 국내 법원에서 다뤄지지 않은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강제 송환이 이뤄질 확률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씨가 강제 송환될 경우 미국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한국에서 받은 형량과 큰 차이가 나면 국내에서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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