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종교‧주술적 행위 없었다”···‘명상 집착’이 불러낸 죽음인가

제주 서부경찰서는 지난 15일 시신을 건물 내에 방치한 명상수련원 관계자 3명을 긴급체포해 범죄 혐의 관련 여부를 조사 중이다. 50대 남성 시신이 발견된 제주 시내 한 명상수련원의 창문이 열려 있다. [뉴시스]
제주 서부경찰서는 지난 15일 시신을 건물 내에 방치한 명상수련원 관계자 3명을 긴급체포해 범죄 혐의 관련 여부를 조사했다. 50대 남성 시신이 발견된 제주 시내 한 명상수련원의 창문이 열려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명상을 위해 지난 830일 제주도에 간 남성 A(57전남)씨가 제주시내 한 명상수련원에서 부패된 시신으로 발견돼 사망 원인에 관심이 쏠렸다. 수련원 관계자들은 상당한 기간 A씨의 시신을 방치, 설탕물을 먹이는 등 기이한 행동을 하고 명상수련원 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사망 아닌 명상 중이라고 말해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당초 경찰은 종교주술적 연관성이 있는지 수사를 확대했지만 특별한 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사기한방 침에탄올 시신 관리용’···수련원 관계자들 수련원 원장 말 믿었다

경찰은 유기 치사와 사체은닉, 사체은닉 방조 등의 혐의로 수련원 원장 B(58)씨 등 6명을 입건해 조사했다.

수련원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의 시신을 닦고 설탕물을 주입했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종교주술적 의식이 이뤄졌는지에 방점을 뒀다.

수련원 관계자는 A씨와 연락이 끊기자 찾아온 가족을 막아서며 치유에 방해가 된다고 말하고, 실종신고가 접수돼 출동한 경찰에게는 “A씨는 지금 명상 중”, “영장을 들고 오라며 진입을 막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주술적 의식뿐만 아니라 범행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됐다. 시신이 발견된 수련실 안에서 설탕과 함께 주사기, 한방 침, 에탄올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주사기, 한방 침의 용도를 의심했다. 부검의로부터 시신에 침 자국이 발견됐다는 소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수련원 원장과 명의상 대표 2명 등 총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대표 2명을 제외하고 원장 B씨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원장 B씨와 달리 대표 2명이 범행을 공모했다고 입증하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입소 3일 뒤부터

연락 두절

A씨는 지난 830일 일행 2명과 함께 명상수련원에 입소했다. 아내는 A씨를 수련원에 입소시킨 뒤 전남 소재 자택으로 돌아갔다. 이후 일행 2명은 91일 돌아가고 A씨만 남았다.

무슨 영문인지 3일 뒤인 92일부터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이를 수상히 여긴 가족들은 지난 15일 자택 인근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으며, 공조 요청을 받은 제주 서부경찰서 형사들이 수련원에서 이불에 덮여 있는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추가 시신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특공대와 수색견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른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신은 발견 당시 반듯이 누워 있었다. 경찰이 수련실 문을 열었을 때 시신 부패 냄새가 가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신 부패 정도가 계절과 장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사망 시점은 알 수 없지만 한 달 정도가 지난 것으로 파악했다.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여러 분석들이 나왔다. “사이비 종교집단일 것”, “무허가 의료시술을 했을 것”, “강한 신체활동이 원인등 전문가 의견이 잇따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일요서울에 현재 뭐라고 정확하게 얘기하긴 어렵지만 경찰이 발표한 바를 보면 이단 집단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의 결속력은 굉장히 높고, 외부로부터 차단된 집단이었던 것 같다면서 그러던 중 생계를 이어 나갔던 일을 중단해야 하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사실을 왜곡한 것인지, 이들에게 공유된 독특한 신념 체계가 있었던 건지 정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심장질환추정

국과수 약독물 검사주목

결국 수련원 원장 등 관계자 6명은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 24일 제주 서부경찰서는 유기치사 및 사체은닉 혐의를 받고 있는 수련원 원장 B씨를 기소의견으로 구속 송치했다. 같은 혐의를 받거나 비교적 가담 정도가 낮은 5명은 기소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B씨는 지난 91일 오후경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A씨에게 적극적인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시신을 그대로 수련원에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 5명 중 한 회원에게는 유기치사와 시체은닉, 수련원 대표의 남편에게는 시체은닉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수련에 왔다가 돌아간 2명과 수련원 대표는 시신 은닉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그동안 경찰은 B씨의 피해자는 숨진 게 아니고 명상에 빠졌다는 진술을 토대로 A씨의 죽음이 비정상적인 종교와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그러나 경찰은 입건된 피의자들을 개별적으로 조사한 결과 구체적인 진술이 일치하는 등 종교주술적 행위로 인한 범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속된 수련원 원장은 경찰에 체포되는 순간까지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 아니라 명상에 빠진 것으로 믿었다는 설명이다.

수련원 관계자들과 입건자를 대상으로 시신과 종교범죄의 연관성을 조사했지만, 연관성은 특별히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경찰은 전했다.

수련원에서 발견된 설탕은 원장과 회원 1명이 거즈에 설탕물을 적셔 피해자 입에 올려놓는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주사기와 한방 침, 에탄올 등은 부패한 시신을 관리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수련원 회원은 숨진 A씨를 처음 발견했을 당시 결가부좌 자세로 늘어져 있었으며, 이후 “A씨가 깊은 명상에 빠졌다는 수련원 원장의 말을 믿고 A씨를 눕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의 피의자들 역시 명상에 대한 B씨의 신념이 상당히 강해 수련원 원장의 주장을 믿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A씨는 당초 91일 함께 온 지인들과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수련을 더 하고 싶다며 수련원에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부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A씨가 심장질환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약독물 검사 등 추가 감정 의뢰를 했으며, 정확한 사인은 앞으로 2~3주 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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