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실체를 묻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 인터뷰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사진=황기현 기자]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사진=황기현 기자]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북한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가깝고도 먼 곳’이다. 지리적으로는 그 어느 곳보다 가까우면서도 평생 북한 땅을 밟는 대한민국 국민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북한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다. 대부분이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가 전하는 소식이다. 이 매체는 김정은이나 노동당의 ‘위대한 업적’ 다루기에만 혈안이 돼 있어 북한 주민들의 삶은 알 길이 없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 주민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소문으로 들려오던 ‘인권 탄압’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을 만나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윤 소장과의 일문일답.

“17여 년간 수집한 인권 침해 사례만 12만 건 가까워”
“시위·집회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통제”

-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 우리 센터는 2003년에 설립됐다. 원래 목적은 두 가지다. 북한 인권 개선과 북한 과거 청산에 대한 준비. 주로 하는 일은 북한 인권 문제가 많이 있는데,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가) 얼마나 있는지, 어떤 식으로 발생하는지에 대한 기록을 축적하는 게 메인 역할이다. 북한에 가서 조사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북한에서 들어온 북한이탈주민, 탈북민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다. 또 북한 인권 관련한 글들과 탈북자들이 쓴 수기, 인터넷 글, 잡지, 기사 도 수집한다. 영상이나 사진도 종종 나오면 수집하고. 북한 내 판결문이나 조서도 가끔 들어온다. 그런 것도 파악을 해서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양식에 의해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든다.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지금 12만 건 조금 안 되게 만들어져 있다. 매년 백서 형식으로 출판한다. 특히 종교 박해에 대한 사건이 꽤 많아 별도로 종교자유백서를 출판한다. 한 5년 전부터는 국민들이 북한 인권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도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다. 인권 피해자, 고문 피해자, 장기 구금 생활자 등을 만나서 심리 치료를 지원하고 교육하고 서비스하는 정착지원본부도 있다. 우리는 정치적인 집회는 전혀 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20여년을 해왔지만 대중화작업이 제대로 안 됐다고 판단해 남북사회통합교육원을 만들어서 매일 밤 아카데미를 연다. 북한인권아카데미, 통일사회복지아카데미, 남북동행아카데미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 정부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원이 있나?

▲ 가끔 탈북해 오는 국군포로납북자들이 있다. 일반 탈북자는 통일부에서 운영하는 하나원에서 3개월 동안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국군포로납북자는 법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하나원에 안 가게 돼 있다. 하지만 그들도 사실은 완전한 북한 사람이다. 그 분들에 대한 교육 지원 관리는 전적으로 우리가 맡고 있다. 몇 년에 한 명씩 올까말까 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위탁한 사업이다.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사업이다. 센터는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최근에는 통일부가 저희를 방해, 통제를 많이 한다. 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원에 (탈북자) 조사를 가야하는데 거기가 보안시설이다. 출입을 통제한다. 못 들어가게 하고. 조사 범위도 줄이라고 한다. 몇 달 못 들어가기도 하고. 질문 못 하게 하고. 통일부가 ‘자기들이 하니까 하지마라’는 식이다. 2006년에 만들어진 북한인권법에는 정부 기관이 민간에 사업을 위탁할 수 있게 돼 있다. 강제규정은 아니지만 정부와 민간, 국제사회가 협력해서 더 잘해보라는 취지다. 그런데 요즘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약간의 협조도 해주지만 통제가 많이 된 상태다.

-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 국내에 떠도는 소문이 많다. 공개처형이라든지.

▲ 백서에 12만 건 가까운 사례가 있다. 사건이 7만3723건이다. 인물은 4만5000건 이상이다. 북한 전역에서 발생한 조사된 인권 침해 사건이다. 과거에 서독이 동독의 사례를 30년 동안 조사했다. 450만 명이 넘어왔는데 4만3000건 정도가 발생했다. 우리는 20년도 안 됐는데 이 정도다. 북한 인권이 엄청나게 심각하다는 걸 보여준다. 우리는 시시비비에 대한 논란이 일지 않도록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고, 국제적 표준에 맞춰서 조사한다. 백서의 내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내용에 대해 문제 제기를 받은 적도 없다. 북한에서 최근 공개처형은 줄었다. 하지만 비밀처형이 늘었다. 대부분이 배급을 못 받아서 먹을 것을 훔치거나 인신매매를 하다가 걸린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공개처형 하다보면 군중이 동요한다. 국제사회의 비판도 부담이 될 것이다. 대신 몰래 끌고 가서 처형한다. 전체적인 처형자 숫자는 줄지 않았다.

- 대한민국에서 북한은 민감한 주제다. 활동하시기 어려운 점은 없나.

▲ 후원금 마련보다 더 어려운 게 있다. 북한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인식보다는 이데올로기라든지 주입된 사고라든지에 의해 서로 반목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형태가 있어왔고 지금도 그런 부분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그런 측면에 부딪힐 때가 가장 안타깝고 어렵다. 절벽 같다. 아프리카 난민캠프에서 고통 받는 사람을 보면서는 안타까워하고 도우려고 하는데 북한에 적용을 하면 전혀 다른 태도나 자세를 보일 때 가장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 반대로 보람된 일도 많으실 거 같다.

▲ 연구원 1명으로 시작해서 지금 20명 가까운 연구원이 함께하고 있다. 젊은 친구들이 자원봉사나 인턴이나 활동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도 많고.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고 조금씩 늘어가는 걸 보면 그럴 때가 가장 보람되다.

- 목표가 있으시다면?

▲ 북한을 찍은 위성 사진을 보면 대한민국과 다르게 불빛이 거의 없다. 북한이 한국 정도는 아니더라도 중국 동북 3성 정도의 수준으로 발전하면 좋을 것 같다. 중국도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사회는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주민들이 굶고 그러진 않지 않느냐. 그게 통일이 돼서 이뤄지면 더 좋고, 김정은이 스스로 해도 좋고, 트럼프가 도와줘도 좋고, 문 정부가 해도 좋다. 다만 그런 날이 올까 쉽지 않을 거 같아 걱정은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