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철강사업 잡아주는 비철강 계열사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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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이번 호는 철광 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미래 신성장 투자 길을 찾는 포스코에 대해 알아본다.

3분기 영업이익 1조398억 원… 1조 넘었지만, 지난해보다 감소

최 회장 “2023년까지 철강 소재, 에너지 등에 45조 투자할 것”

포스코는 전기차배터리 소재인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 미래를 이끌 신성장 부문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2023년까지 철강과 소재, 에너지 등에 45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신성장 부문에만 10조 원 규모의 예산을 책정해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포스코 100대 개혁 과제’를 발표했다. 2차전지 소재인 양·음극재사업을 203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의 20%, 매출 17조 원 규모로 키운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자체보유현금과 향후 5년간 벌어들일 자체창출자금, 채권 발행 등을 통해 현금을 모으는 중이다. 국내·외 채권 발행을 통해 얻은 2조2000억 원과 계열사인 포스코케미칼은 2500억 원 등 최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 국내 설비투자에도 적극적인데 지난해 세종시에 1공장을 종합 준공해 연간 2만4000t의 최대 규모를 구축한 상태다. 또 1598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자하면서 2공장 1~8호기 신설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2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연간 총 7만4000t의 음극제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지난 8월에는 2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생산 공장을 중국의 코발트 공급업체 화유코발트와 함께 중국 저장성 통샹시에 연산 5000t 규모로 공장을 준공했다. 법인명은 ‘절강포화(저장푸화·ZPHE)’로 포스코가 60%, 화유코발트가 40%의 지분을 투자했다.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 업체인 화유코발트와의 합작으로 포스코는 안정적인 원료 수급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포스코는 향후 상황을 판단한 후 추가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철강사업 침체기…“승풍파랑 각오”

하지만 포스코의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자동차와 조선 철강사업 등 수요산업이 침체를 겪고 있어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연결기준 3분기 매출액은 15조988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7%(4225억 원)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2.09%(4913억 원) 줄어든 1조398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률은 9.3%에서 6.5%로 1.8%p 하락했다. 실적 부진의 이유로는 철강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철강 수요산업 부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이 꼽히고 있다. 조선사와 진행 중인 자동차용 강판 및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 협의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최 회장은 이 같은 실적 악화를 예견했는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승풍파랑(乘風破浪,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간다’라는 뜻으로 원대한 포부를 비유하는 고사성어)의 각오로 경영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에는 철강 산업에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미국 상무부가 포스코 열연강판에 58.86%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포스코의 입장에서는 해외 정부가 보호무역을 강화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美 상무부, 한국산 열연강판 관세율 낮춰

다행히 올해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1차 연례재심에서 포스코 열연 제품에 적용할 상계관세(CVD)율을 기존 41.57%에서 0.55% 낮췄다. 미국 국제무역법원(CIT)가 상무부가 고율관세 산정의 합당한 근거를 대지 못했다며 한시적으로 해당 관세를 약 17%p 하향 조정한 것이다. 국내 철강 업계가 부진인 상황에서 포스코가 미국에서의 재도약을 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철강 수요산업인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업황이 모두 좋지 않아 포스코는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고객사로부터 제품 가격 인상을 포스코가 설득하지 못한 채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익성이 나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약 5년 전 포스코는 계열사인 포스코강판의 첫 해외공장을 미얀마에 지었다.

당시 철강산업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성장성 및 수익성 기반 약화가 예상됐던 상황이었다. 이에 포스코강판은 5년 전 미얀마로 빠져나갔다. 그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해외기업의 국내 유턴을 촉진하고 국내기업이 자국 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본사는 부진에 빠져 있지만 비철강 계열사들은 다행히 선전하는 상황이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호조를 보여주면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5.6%(812억 원) 늘어난 1633억 원을 기록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웃도는 이익을 창출해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포스코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또한 지난 25일 국내 최초로 해외 곡물 수출터미널을 준공했다. 최 회장이 지원한 100대 과제 중 ‘국가 식량안보’ 부분이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이번 곡물 수출터미널 준공을 통해 우크라이나 생산 곡물의 단계별 물류 컨트롤이 가능해졌고 제반 리스크를 줄여 효율적 재고관리도 기대하고 있다. 이번 곡물 사업의 경우는 국내 민간기업이 해외 수출 터미널을 운영한 것으로 곡물 트레이더로서 역량 강화했고 해외곡물 비축사업을 민간기업이 나서 정부와 협력해 국가의 곡물을 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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