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현1-2조합 vs 서대문구청 vs 철도시설공단’ 첫삽도 못 뜨고 대치 중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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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북아현 1-2구역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조합의 기반시설 중 하나인 과선교 설치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조합원과 서대문구청, 한국철도공단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4년째 첫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그간 과선교 문제 해결을 위해 촉진계획 변경안을 수립하는 등 고심해 온 서대문구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오랜 기간 불편함을 몸소 체험한 입주민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공단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낀다. 과선교는 2015년 준공된 북아현 1-2구역과 내년 8월 준공 예정인 1-1구역 사이를 지나는 철도 선로를 가로질러 건널 수 있는 교량이다.

북아현 1-2조합, “용역 맡긴 설계업체에서 공사비 책정한 것”

서대문구청, “재개발조합, 과도한 설계 공사비용 책정…재점검 필요”

한국철도시설공단 “과선교 설치에 적합한 관련법 현재까지는 없어”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북아현 뉴타운은 2005년 말 서울시가 뉴타운지구로 지정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동안 사업진행 속도가 더디다 2012년 이후 다시 사업이 진척돼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5구역 중 1-2구역, 1-3구역에는 각각 아현역 푸르지오와 e편한세상 신촌이 들어섰고 1-1구역은 내년 8월 힐스테이트 신촌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5년 준공된 북아현 1-2구역과 한창 공사 중인 1-1구역 사이에는 경의선 철도가 지나고 있다. 입주자 모집 당시 서대문구는 주민들이 통행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도록 두 구역을 잇는 과선교 설치를 약속했다. 입주자들은 과선교 설치 약속을 믿고 북아현 뉴타운에 입주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나도록 과선교 설치는 감감무소식이다. 이를 두고 입주자와 입주예정자들은 북아현 재개발 지역 부동산 카페 등을 통해 불만을 쏟아냈다. 입주민 A씨는 “입주 당시 과선교와 녹지교량 등 다 조성돼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지금까지도 안 돼 있는 상태라 답답하다”며 “과선교 설치를 기다리는 주민들의 입장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구청, 예치금 받는 조건으로 준공 허가

규정대로라면 과선교 공사가 끝난 뒤 아파트 준공허가를 내줘야 하지만 구청은 1-2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미리 과선교 공사대금 예치금을 받는 조건으로 준공 허가를 내줬다. 조합이 공사비를 구청에 지불하고 완공된 과선교는 서대문구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1-2조합측이 공사비 명목으로 서대문구청에 예치한 금액은 113억 원. 하지만 구청 측은 과선교 설계 과정에서 조합이 과선교 설계 공사비용으로 150억 원을 제시했다며 설계 공사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재점검을 요구한 상태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과선교 건설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지만 구청이 과선교를 설계하거나 공사하는 주체는 아니다”라며 “구청은 과선교를 공사하는 주체인 조합이 충분히 해낼 수 있도록 일단 공사대금만 예치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 과다 산출에 대해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 설계 도급비인 102억 원을 교량설치면접 1400㎡로 환산할 경우 ㎡당 730만 원이 되는데 국토부 도로 업무편람에 고속도로 교량 구조별, 면적별 평균 건설단가는 최대 금액을 적용하더라도 ㎡당 330만2000원에 불과해 2배 이상 과다하게 편성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아현 1-2 조합은 “용역을 맡긴 설계업체 측에서 공사비용을 책정했고, 해당 업체로부터 과도한 책정이 아니라는 전달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다. 구청과 조합 측이 공사비용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지만 정작 과선교 설치를 하려면 철도 부지를 이용해야 한다. 구청과 조합은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현재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부지 사용을 허가하지 않은 상태다.

조합, 철도 부지 매입 방안...공단, “매각 불가”

이에 조합은 철도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공단 측은 ‘매각 불가’라고 통보한 상황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국유재산 점유에 대한 얘기는 철도시설공단의 시설처와 재산처의 견해 차이가 있었다. 당초에 아치교 건설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통보가 됐지만 재산처와 추후 논의 과정 중에서 국유재산의 연구 시설물 축조가 불가하다며 아치교가 교량형으로 바뀌게 됐고 따라서 교량형에 대한 과선교로 인해 공사비도 증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과선교 설치 문제를 두고 한국철도시설공단 재산지원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단 측은 과선교 설치는 무조건 안 된다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지자체와 협의 했지만 과선교 설치와 적합한 관련법이 없어 우리 측에서 ‘안 된다’는 답변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철도부지가 아니라 개인 소유라고 해도 안전혁신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번 문제는 철도부지가 직접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지자체와 조합 측의 심의요청은 완료됐지만 완료 후에는 재산운영 국토교통부 철도부지 부서와도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부지 사용도 허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청이 미리 조합으로부터 과선교 공사대금 예치금을 받고 준공 허가를 내준 것에 대해 서대문구의회 의원들은 구청에 질타를 쏟아냈다.

서대문구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이경선 의원은 서대문구의회 제25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해당 공사(과선교 설치)는 2015년부터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불허 방침을 밝혔던 곳이다. 계속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하고 개별사업으로 진행하라는 대안까지 제시했지만 서대문구청은 이를 듣지 않았다. 예치금만 남아 있고 시작도 안한 사업”이라며 “인허가권을 가진 구청이 지금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는 잘못도 크다”고 지적했다.

주이삭 바른미래당 소속 서대문구의회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구청은 예치금을 받고 준공인가를 냈음에도 조합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손 놓고 기다린 것도 문제라며, “공단이 철도부지를 활용한 공간을 잘 허용해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선교 설계를 내놓은 조합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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