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인권센터, ‘박근혜 탄핵 국면 계엄령 문건’ 황교안 연루 의혹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여의도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과정 관여 여부를 두고 격랑에 휩쓸렸다. 여야는 ‘조국 정국’을 거치며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 왔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가족 관련 논란에 대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 온 만큼 더불어민주당 역시 황 대표의 계엄령 검토 관여 여부 논란을 두고 한국당을 향해 거센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된 것과 관련해 ‘조국 정국’을 끌고 가려는 반면, 민주당은 이에 맞서 황 대표의 계엄령 검토 관여 여부를 높이 띄우며 대치하는 양상이 빚어져 여의도에서 혼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수사 재개 여부, 美 도피 중인 ‘키맨’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송환에 달려

‘조국 정국 그 이후’는 여야 간 예산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지난 2017년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의혹이 제기돼 순식간에 판도가 뒤집혔다.

한국당 “명백한 가짜뉴스” vs 센터 “한국당, 이유 설명 못해”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이하 센터·소장 임태훈)는 지난 24일 계엄령 문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라고 주장하는 문서를 사이트에 게시했다.

검찰은 이 결정서 ‘인정사실’에서 ‘피의자 황교안’에 대해 본 계엄 문건 작성에 관련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으나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황 대표에게 본건 계엄 문건을 보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계엄 문건에 ▲비상계엄 선포문 등 대통령 권한대행이 서명하도록 돼 있는 문건이 포함된 점 ▲탄핵소추가 기각되는 상황과 인용되는 상황을 모두 언급하고 있는 점 등을 사유로 거론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16년 12월께부터 탄핵소추안 가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가 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를 수행했다. 

이에 이들은 계엄 문건이 작성돼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에게 보고되는 2017년 2~3월경 계엄선포 권한을 비롯한 국정 운영 전반을 총괄하던 황 대표(당시 대통령 권한대행)로부터 결심을 받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탄핵소추가 인용될 경우 계엄선포 권한은 황 대표가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본건 계엄 문건의 실행의사 유무 판단은 그와 조 전 기무사령관 사이 사전 의사 연락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검찰은 또 “2017년 3월경 피의자(황 대표)가 참여한 공식행사에 조현천이 4회 참석한 정황이 나타나는 등 피의자에게 본건 계엄 문건을 보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한국당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는 동시에 임 소장을 검찰에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에 임 소장을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황 대표는 이날 한국당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계엄령의 ‘계’자도 못들었다”며 “나에게는 보고된 바가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황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인 ‘황교안지킴이 황사모’ 역시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에 임 소장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임 소장이 국정감사장에서 계엄령 문건을 공개한 것과 관련, “(임 소장은) 황 대표가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해 당시 촛불집회에 대한 군사력 투입을 논의한 정황이 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해 황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특히 임 소장은 ‘당시 NSC 의장으로서 이 문건에 대해 몰랐다면 황 대표는 무능한 사람이고, 알았다면 이 음모에 가담했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해 황 대표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잇따른 고발 조치에 대해 김형남 센터 기획정책팀장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한국당은 부인하지만 그 사유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논란이) 정말 맞는지, 아닌지는 규명을 해 봐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당이 제기한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김 팀장은 “이번에 공개한 문건은 작성 과정부터 인가되지 않은 비인가 USB에서 작성된 문건이고, (문건을 작성한 컴퓨터 역시) 비인가 컴퓨터였을 것”이라며 “어떤 군사 기밀을 군에서 인가하지 않은 컴퓨터에서 작성하고, 비인가 USB에 보관하겠느냐”며 반문했다.

그는 “법적 절차를 따져 봐도 (이 문서가) 정상적인 군사기밀등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건 이미 다 나온 사실이다”라면서 “작성자들이 군사기밀등재 신청만을 했을 뿐이지, 그 과정을 모두 밟아 ‘기밀’이 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당 문건은 2017년 5월께 훈련비밀로 등재를 위한 결재 절차까지 밟았으나 비밀등재를 위한 사후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훈련비밀로 등재되지 않은 바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령 문건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령 문건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임태훈, ‘민주당 사람’?…‘표지 오자’에 조작 논란

한국당은 임 소장의 문건 공개와 의혹 제기에 대해 ‘물타기’라고 주장했다. 최근 조 전 장관 사태로 국민 여론이 여당과 정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을 쇄신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임 소장이 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하는 등 당과 연관 있는 사람이라며 민주당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조지연 한국당 부대변인은 지난 24일 논평을 통해 임 소장에 대해 “민주당의 입법보조원으로 등록돼 있고, 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탈락한 전력이 있는 전형적인 ‘민주당 사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만희 한국당 대변인 역시 지난 22일 논평을 발표해 “조국이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대통령 눈치나 살피며 조국 비호에 앞장서다 국민께 단단히 혼나게 생긴 민주당에 구원자가 나타났다”며 “진실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야당 대표를 정략적으로 공격하려는 질 나쁜 정치공작을 벌이는 데 대해 한국당은 반드시 진상을 밝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 팀장은 “임 소장은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게 아니고, 2012년도에 (민주당) 청년 비례대표 경선을 할 때 지원서를 넣었던 것이다”라며 “공천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것이 아니다”라고 사실 관계를 바로잡았다.

이와 더불어 한국당은 임 소장이 공개한 문건에 오탈자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조작이 아니냐’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종명 한국당 의원은 지난 21일 한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된 문건 표지에 오자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 의원에 따르면 표지에 적힌 ‘국군 기무사령부’의 한자 표기 중 센터가 쓴 ‘기(幾)’는 원본의 ‘機’를 잘못 쓴 것이다. 그는 “원본이라고 했는데 표지부터 만든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센터 측은 해당 문건이 공익제보를 통해 얻어진 만큼,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문서를 필사하던 중 오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공익제보를 보호하는 건 당연하고 원본을 보면 공익제보자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필사했고, 그 과정에 오타가 있었던 것 뿐”이라며 “검찰이 이미 이 문건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센터가 (문건을) 조작해서 낼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뉴시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뉴시스]

尹 ‘계엄령 문건’ 알았나…‘키맨’ 조현천, 오리무중

한국당과 센터 간 진실공방은 검찰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임 소장은 지난 2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검찰이 입수하고도 덮어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지난 23일 “이 문건은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기존 검찰조직과는 별개의 독립수사단으로 구성됐고,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 활동 기간 중 윤 당시 지검장은 지휘 보고 라인이 아니어서 관련 수사 진행 및 결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센터 측은 이튿날인 24일 “관여한 바 없다는 윤 총장의 변명은 거짓말”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센터에 따르면 당시 군 검찰과 민간 검찰 간 합수단이 꾸려졌고,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판단의 책임은 당시 합수단장의 상관인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게 있다.

뿐만 아니라 센터 측은 “불기소이유통지서에는 발신인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으로 돼 있고 직인도 찍혀 있다”며 “합동수사단이 기존 검찰 조직과 별개의 독립수사단이었다면 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사건을 관할하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대검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센터가 불기소이유통지서를 조작했다”며 불기소 결정서 원문의 일부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부장·차장검사와 검사장 결재란에 빗금이 그어져 있다. 하지만 센터 측이 이를 임의로 지웠다는 주장이다.

대검 측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차장검사의 결재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당시 사건을 처리한 검사가 검찰 내부 결재 없이 독립적으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즉각 보도자료를 배포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사건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이공이 교부받은 불기소이유통지서를 그대로 공개한 것”이라고 반론했다. 

이들은 “본래 민원인(고소·고발인)에게 발급되는 불기소이유통지서에는 담당검사의 결재, 날인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결재 표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결재는 검찰 내부 문서에만 남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 측의 조작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앞서 임 소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구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황 대표가 ‘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 과정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이와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미진했다며 즉시 수사를 재개해 황 대표를 위시한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임 소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센터가 공익제보를 통해 입수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의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 계획’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된 문건은 2017년 2월 만들어져 군사 Ⅱ급 비밀로 분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엔 당시 국내외 상황에 대한 현상 진단과 계엄 준비·선포·시행·해제 등 단계별 조치, 3월3일 계획을 완성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 2일 전부터 계엄 시행 준비에 착수하겠단 내용 등이 포함됐다.

그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계엄 준비를 위해 계엄 임무를 수행할 기계화 4개 사단(8·20·26·30사단), 기갑 2개 여단(2·5여단), 특전사 3개 여단(1·3·9여단 및 707대대)을 지정하고 있으며 계엄군 부대 별 기동로와 기동방법, 계엄군 배치 장소 등과 관련해 이전 문건보다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기존 문건에 나오는 ‘국회 계엄령 해제 시도 시 야당 의원 검거 계획’에 추가로 ‘반정부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 ‘고정간첩 등 반국가 행위자 색출 지시’ 등을 발령해 야당 의원들을 집중 검거 후 사법처리 하는 방안도 적시돼 논란이 됐다.

임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무사는 문건에서 계엄 선포 필요성을 다루는 부분에 ‘NSC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 적시했다. 기존 공개된 문건에는 없는 내용”이라면서 “당시 NSC 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이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황 대표는 권한대행 직무가 개시된 이후인 2016년 12월9일, 2017년 2월15일과 같은 달 20일 세 차례 NSC에 참석했다. 이에 따라 황 대표 등 정부 주요 인사 간에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황 대표는 당시 세 차례 NSC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NSC에) 참석할 일이 있으면 참석한다”면서도 “그런데 방금 이야기한 계엄령 문건 같은 것은 본 일도 없고 들은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논란과 관련해 조 전 사령관이 ‘키맨’으로 떠올랐다. 센터가 지난 24일 공개한 불기소이유통지서에 따르면 조 전 사령관과 황 대표 등 당시 피의자 8명(성명불상자 포함)은 모두 불기소 처분 상태다.

검찰은 황 대표의 불기소 처분 사유에 관해 “사정이 이러하다면 본건은 조현천의 진술을 들어봐야 피의자(황 대표)의 관여 여부 등 그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이나, 조현천의 소재를 알 수 없다”며 “조현천의 소재가 발견될 때까지 참고인 중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조사는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9월 전역해 같은 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로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에 대해 여권무효화 조치를 내린 상태다. 사실상 그는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조 전 사령관 관련 질문에 “검찰 요청에 의해 인터폴을 통해 공조 요청을 한 적은 있다”면서도 “정치적으로 관여된 인물이라 인터폴 수배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번 의혹을 풀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조 전 사령관의 국내 송환 여부에 따라 진위가 밝혀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의 국내 송환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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