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사진=JTBC 제공]
설리. [사진=JTBC 제공]

금융실명제에 관한 과거 기사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이전에는 지하경제가 법적으로 일부 용인되고 있었다. 국민들의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비실명 거래를 허용했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무기명 예금 등 소득 발생을 포착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거액의 사채자금에 대한 세무조사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1982년 5공화국 시절 이른바 '장영자·이철희 부부 어음 사기 사건'이 나라를 뒤흔들자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치자금 조성 문제가 대두되자 전 전 대통령은 슬그머니 금융실명제 실시 방침을 거두었다. 그의 뒤를 이은 노태우 전 대통령도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실명제를 실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금융실명제를 미뤘던 두 전직 대통령은 아니러니하게도 김영상 정부가 전격 실시한 금융실명제 망에 걸려 법의 심판을 받았다. 

금융거래가 실명으로만 이루어지게 되면서 처음에는 많은 혼란이 있었다.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을 주고받는 계층과 범죄 조직, 사채 거래 등 불법적인 분야에서 돈을 주고받던 계층들이 무섭게 반발했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반발도 거셌다. 

그러나 이 같은 혼란은 금방 수그러들었다. 지하경제를 세상 밖으로 어느 정도 끌어올렸고 빈번했던 무자료 거래 역시 줄어드는 등 금융실명제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다음은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의 경험담이다.

기자가 한창 일선에서 뛰던 시절 사무실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기 소개도 하지 않은 채 다짜고짜 욕부터 하며 기자가 쓴 기사를 문제 삼았다. 그는 기자에게 설명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혼자서 일방적으로 분노를 터뜨렸다. 기자는 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차마 듣기에 민망할 욕을 퍼부으며 한동안 불만을 터뜨렸다. 기자도 사람인지라 부화가 치밀었지만 일단은 참았다. 마침내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기자는 그에게 성명이 뭔지 물었다. 그는 그저 독자라고 했다. 기사의 어느 부분이 문제가 되느냐고 물었다. 기사 내용이 다 틀렸다는 답이 돌아왔다. 왜 틀렸는지 물었다. 답이 없었다. 그럼 만나서 우리 서로 얼굴 보며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는 만남을 거절했다. 그리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온라인 악성 댓글도 거의 대부분 이런 식일 게다. 얼굴 보이지 않고 익명이니 무슨 말을 못하겠는가.

금융실명제처럼 온라인 댓글 실명제를 실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온라인 댓글 실명제를 실시한다면 근거없는 악성댓글은 어느 정도 사라질 것이다. 건전한 토론장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인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는 상황이 되기에 언어도 순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 않겠는가.

설리의 극단적 선택 사건으로 촉발된 일부 포털사의 댓글 금지 방안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게다가 기사에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하면 홍수처럼 쏟아져나오는 가짜뉴스에 대한 감시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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