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가 무너진 지는 오래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과의 방위비 분담이나 무역 역조 문제를 놓고 다투면서 “동맹국들이 적국(敵國)보다 우리를 더 벗겨먹는다”며 동맹국들을 적대적 존재로 간주했다. 그에겐 군사적 동맹이나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적 유대보다는 자신의 개인적 정치 득실만을 계산한다. 그는 과거 부동산 개발 및 임대사업 당시 40여 명과 동업하면서 대부분 동업자를 고소하는 등 동업자의 등에 칼을 꽂았다.

그는 동맹국에 앞서 동업자부터 배신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는 27%에 불과하고 불신한다는 답변은 70%에 달한다.
그동안 끓어오르던 트럼프에 대한 불신은 10월9일 트럼프가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주둔한 미군 1000명을 철수시키면서 폭발했다.

시리아 북동부 주둔 미군은 2015년부터 시리아 내 쿠르드족(族) 민병대 주축으로 이뤄진 시리아민주군(SDF)을 지원하고 있었다. 쿠르드 민병대는 악명 높은 이슬람국가(ISIS)를 퇴치하기 위해 미군의 전투기 지원을 받으며 미군과 함께 피를 흘렸다. 쿠르드 민병대는 1만1000명의 전사자를 냈다. 미국의 충실한 혈맹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명령으로 시리아 주둔 미군이 철수하자, 터키의 레제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즉각 쿠르트 민병대 공격에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 민병대가 터키 내 쿠르드족 독립운동을 지원한다면서 적으로 간주한다.

터키군은 10월9일 전투기를 앞세워 쿠르드 민병대에 대한 공격을 개시, 며칠만에 수백 명의 쿠르드 민병대를 죽였고 20만 명의 피난 행렬을 빚어냈다. 쿠르드 민병대는 수만 명에 달하는 ISIS 포로들을 20개 수용소에 억류하고 있는데 터키군에 쫓겨 이 포로 수용소들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처했다. 뿐만 아니라 쿠르드 민병대는 터키군과 싸우기 위해 ISIS 전선에 배치된 민병대를 빼내야 하므로 ISIS의 반격과 재기의 기회를 열어주게 되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중재로 닷새간의 휴전에 17일 합의했지만 쿠르드 민병대는 이미 치명적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서방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 비난에 나섰다. 이스라엘의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의 칼럼니스트는 ‘칼이 우리의 등 뒤에 있다. 트럼프를 믿을 수 없다’고 썼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트럼프가 사적 이익을 극대화 하려 대외정책을 경매 부치면서 미국을 마피아 집단으로 전락시켰다’고 했다. 이어 이 신문은 트럼프가 미•북 3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미국 민주당을 사이버 해킹해 준다면 대북 제재를 완화해주겠다는 딜이 나올 판’이라고 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트럼프가 ‘세계에 재앙을 퍼뜨리고 있다’며 ‘트럼프 탄핵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애당초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와 역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등 많은 공화당 지도자들은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 될 자격이 없는 협잡꾼”이라고 반대했다. 전 공화당 행정부의 고위 국가안보 관료출신 50명은 트럼프가 “미국 역사상 가장 무모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거부했다. 그런가 하면 브라질 작가 엘리언 브럼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추대된 걸 보고는 더 이상 미국이 개발도상국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영국 가디언이 우려한 대로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민주당을 사이버 해킹해 준다면 대북 제재를 완화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몇 주 전 ‘일요서울’ 칼럼에서 나는 트럼프가 북한과 핵 합의서를 끌어내 내년 대선 외교업적으로 삼기 위해 김정은에게 대북제재를 완화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더 이상 트럼프를 믿지 말고 경계해야 한다. 한국인의 등에도 칼을 꽂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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