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참모진 모두 국가경영 모르는 상태서 권력잡아 혼란야기필요할 경우 자신의 지지세력 버릴수 있는 정치적 용기 필요새정부에 대한 국민여론이 최악의 수준이다. 참여정부와 대통령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사회기강도 극도로 혼란되어 있다. 노무현 정부가 발족한지도 이미 5개월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국가경영이 제모습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탄은 이때문이다.원로 논객 남시욱 전문화일보 사장과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의 대담을 통해 오늘의 국가 혼란상을 짚어보고 참여정부가 나아갈 길을 들어본다.

남 : 21세기 들어 처음 실시된 16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이 됐지만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여 국가적으로 기로에 서있는 느낌입니다.이는 크게 두가지 문제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북한문제에서 비롯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위기감입니다. 아울러 주한미군 재배치로 인한 안보상 불안감도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둘째는 1인당 GNP 1만 달러시대에 접어든지 약 10년이 됐지만 더 이상의 발전없이 ‘1만 달러의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해 우리나라가 과연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심화되고 있는 점입니다.노대통령은 후보시절에 연평군 6~7% 성장과 재임 중에 GNP1만5천 달러 달성을 약속했습니다만, KDI는 올해 성장률을 3.1%정도로 낮춰 잡고있습니다.우리 경제는 지금 과거의 외환위기 이래 최악상태라고들 말하고 있습니다.정치, 외교, 사회 등 여러 분야에 걱정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경제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느껴집니다.

김 : 노정권의 성격은 당선을 이끈 세력과 선거과정으로 이미 규정되었습니다. 노대통령은 21세기형 디지털 선거를 통해 당선됐습니다. 한마디로 2030세대의 반란이죠. 이는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긍정적·건설적 개혁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습니다.그리고 5개월이 지난 지금 그런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노대통령을 ‘기분에 따라 말이 달라지는 사람’이며, 현재 우리나라는 ‘망망대해에서 태풍을 만난 배와 같다’고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경제 5단체장은 이례적으로 긴급 성명을 통해 ‘총체적 경제파탄, 국가의 총체적 통제기능 상실’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국민들 중에도 현재 상황을 IMF때보다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북핵과 사스, 이라크 전쟁 등의 위기 속에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5개월이 지난 지금 총체적인 난맥상을 노출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집권자의 통치스타일이 많이 작용한다고 봅니다.

남 : YS의 문민정부나 DJ의국민의 정부조차 출범 초기에는 90% 이상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YS는 하나회를 척결하여 군의 정치개입을 차단함으로써 민주화정착에 기초를 마련하고, DJ 역시 부작용들이 파생하고 있지만 IMF사태를 극복했습니다.이처럼 과거 정권들은 최소한 한가지씩 뚜렷한 업적을 보여주었지만 노 정권은 출범 초부터 시끄러운 소리만을 내고 있습니다.참여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불신과 비판의 대상이 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우선 노대통령 개인의 지도력과 그가 속한 민주당의 동요를 들 수가 있습니다. 정치개혁, 특히 여당의 개혁이 안 되는데 나라의 개혁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번 정대철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와 관련되어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고 돼지저금통의 실체가 탄로나자 노 대통령이 나서서 장치자금법을 개정하자느니, 여야가 모든 대선자금내역을 밝히는 고해성사를 하자느니 하고 제안한 것은 정말 실망스러운 일입니다.야당 측에서는 이것을 야당을 끌어들이려는 물귀신작전이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것은 대선자금문제가 앞으로 공개되고 형사문제화하는 것에 대비해 여야가 다 같이 법의 제재를 피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왜 하필 청와대가 나서서 그런 말을 합니까. 주권자인 국민은 안중에 없는듯한 발언이자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있을 수 없는 발상입니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개혁을 운위할 수가 있습니까.나라꼴이 이래서는 1인당 GNP 2만달러의 선진사회가 되는데 걸맞는 정치, 경제, 사회제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참여정부가 양김 정권보다 오히려 평가가 낮은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김 : 노정권이 YS·DJ 정부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YS정부는 군개혁, 금융실명제실시, DJ정부는 IMF 극복이라는 실적을 세웠으나 핵위기속에서 출범한 노정권은 아직도 방향을 못잡고 있어요.참여정부는 손발이 안맞아요. 외교부 장관, 청와대 외교 안보 수석, 대통령의 말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국민의 지지도가 낮은 것은 당연합니다.그리고 민주당도 신·구주류간의 이전투구가 극심한 양상을 보이고 있고, 당과 정부가 따로따로 구심점이 없이 노대통령은 당의 큰짐이 되고 있으며 당은 정부에 대한 부담이 되고 있어 ‘저게 여당인가’하고 의문이 듭니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입니다.

남 : 대통령 주변을 둘러보면 조직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현재 매도당하고 있지만 과거 군사정권의 지도자들은 그래도 독재는 했을 망정 정부의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훈련이 돼있던 사람들입니다.현재에는 그런 지도력이 대통령이나 참모들에게 부족합니다. 대통령 자신, 참모진, 지지세력 모두 조직·국가 경영을 모르는 상태에서 권력을 잡아 혼란이 야기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입니다.개혁을 한다면서 공무원사회에 비공식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비판이 일자 개혁을 연구하는 스터디 그룹을 만들자는 이야기라고 한 것도 이런데 연유합니다.

김 : 노대통령의 또다른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반미 촛불 시위를 하던 자신의 지지세력에서 충분히 해방되지 못한다는 겁니다.대통령은 필요한 경우 지지자를 버릴 수 있는 도덕적·정치적 용기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지지세력이었던 항공관제사 1만3,000명을 해고한 적이 있습니다.그들이 불법파업을 했기 때문이죠. 종속이론의 아버지였던 브라질의 카르도수도 대통령이 되자 시장경제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완벽하게 돌아섰습니다.노대통령도 자신의 발목을 잡고있는 대선때의 지지세력들을 과감하게 떨쳐야 합니다. 또다른 문제는 노대통령은 당선 당시 그래도 도덕성은 우월할 것이라 생각됐으나 출범하자마자 주변에서 온갖 비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지금은 대통령의 도덕적·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라고 생각합니다. 종래의 지지세력을 극복하고 ‘노사모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위상을 굳혀야 해요.

남 : 우리의 민주화 운동은 80년대로 접어들면서 점점 변질돼 일부가 좌경·친북화 경향을 보였습니다.노대통령은 바로 이때 변호사로서 이들의 반미·반자본주의 사상 등을 만나 일정한 영향을 받게 됐는데, 저는 많은 문제들이 여기서 기인한다고 봅니다.대한민국 CEO의 이념이 확고하지 않으면 나라가 흔들리는 것입니다.노대통령은 본인을 둘러싼 이들 운동권과의 관계를 청산해야 합니다.전제군주시대에도 통치를 위해 외척을 가차 없이 처단한 역사를 돌아봤으면 합니다. 친 노조정책으로 인해 민노총이 불법투쟁을 하는 것을 방치하니까 온건했던 한국노총도 극렬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노대통령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주변을 정리하고 진용을 재정비해서 새출발을 해야 합니다. 현상황의 지속은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김 : 저는 여기서 노대통령의 무지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과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데 정작 대통령 자신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충고를 따라야 해요.노대통령은 어디가 부족한지 자신을 알고 비판을 경청하면서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남: 노대통령은 바람직한 정부와 언론관계를 ‘건전한 긴장관계’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그런 이야기는 언론인이나 언론학자들이 주장할 말이지 언론의 협조를 받아야 할 정치지도자가 할 말은 아닙니다.앞으로 노대통령은 올바른 정치를 위해서도 언론과 협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겸허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김 : ‘건전한 긴장관계’라지만 실제로는 언론과 적대적인 관계입니다.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은 결국 ‘조중동’의 비판을 견제하는 정책으로 언론의 하향평준화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언론개혁은 언론계 스스로 하는 것이 최선이며 정치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처사입니다.

남 : 언론문제를 다루려면 언론을 잘 아는 사람이 다루어야 합니다만 노대통령이나 주위를 보면 너무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현정부를 비판하는 언론매체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데 사실 언론은 탄압하면 할수록 그 매체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데서 나오는 처사입니다.DJ는 언론사 사주 몇 사람만 구속하면 언론을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 역사 언론의 기본 속성을 모르는 얕은 생각이었습니다.언론 뒤에는 독자와 국민이 있습니다. 언론에는 국민의 여론이 절대적이며 국민의 지지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습니다. 이런 것을 모르고 실패한 DJ의 언론정책을 노대통령이 승계하고 있습니다.

김 : 노대통령이나 이창동 장관은 ‘언론은 검증받지 않은 책임없는 권력’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는 언론에 대해 너무 모르는 발언입니다.언론은 매일같이 독자들에게 검증을 받습니다. 사설이나 기사가 잘못되면 인터넷이 다운될 정도로 비난이 들끓습니다. 또 만약 사주의 개인적 요구에 의해 공정치 못한 기사가 1주일만 나간다면 부수가 떨어져 견딜수가 없을 것입니다.남 : 최근 노대통령이 자신의 좋아하는 사람을 KBS사장에 임명한 것도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서나 있을 법한 일로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송의 원리에 일치하지 않습니다.또한 노대통령이 영향력 있는 보수 신문을 떨어뜨리고 코드가 맞는 군소신문과 인터넷 신문 등을 끌어올리려는 디자인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데, 이를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국가적 불행만 가져올 것입니다.

김 : 민주당은 현재 신·구주류 모두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래서는 아무것도 안됩니다.건국대학교 황주홍 교수가 최근 어느 세미나에서 주장한 대로 신주류는 남아서 노대통령을 지지하고 구주류는 비판적 지지세력이 되는 식으로 명예롭게 갈라선 이후 정책적인 연대도 하고 단일 후보도 내고 자민련도 끌어들이면서 우당 관계로 가야 내년 총선때 도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남 : 민주당은 여당인데 문제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앤다고 대통령과 총재를 분리했는데 이 새로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습니다. 신당 문제도 그렇습니다. 당개혁을 위해서라면 외부에서 참신한 세력을 맞아들이고 지도부와 당분위기를 바꾸면 될 것을 개혁신당이다, 통합신당이다해서 당을 새로 만들려 하다가 보니 ‘부도난 회사가 신장개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국민을 속이는 행위로 비칩니다.그리고 어떤 신당이 됐든 과거에는 청와대의 힘과 자금력으로 신당창당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김 : 노대통령의 ‘신당에 대해 일체 관여안한다’라는 발언도 비현실적입니다.대통령이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모습을 보면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구주류의 원심분리 역할밖에 못하고 있습니다.이제 당도 다원화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같습니다. 또 이를 내각책임제로 발전적으로 확대해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남 : 한나라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보수는 수구다’라는 이미지를 깨는 것입니다. 개혁은 진보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레이건과 대처와 같은 보수파의 개혁들도 있습니다.우리나라에서는 좌우파라는 말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보수와 진보라는 용어를 즐겨 쓰고 있지만 앞으로 이 용어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합니다.친북파와 진보세력을 자처하는 것은 세계의 대세에 어긋나는 일입니다.현재 노 정권은 중도좌파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DJ정권 이래 국민의 여론 또한 상당히 평등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수구적인 당의 이미지를 씻을 진용을 갖추고 젊은 보수세력을 영입해서 개혁이미지를 살려야 합니다. 이게 현 최병렬 대표체제의 한나라당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당면 과제입니다.<경제풍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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