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모친 강한옥 여사,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장례 절차가 이틀째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장례는 문 대통령과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종교계와 주요 정당 대표, 외교 사절들의 조문만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30일 빈소가 마련된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는 오전부터 사회 각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외부 인사의 조문과 조화를 사양하고 차분하게 '가족장'을 치르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빈소 주변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됐다.

조문은 가족과 지인 등에게만 허용됐다. 다만 문 대통령은 외부 인사 중 주요 정당 대표들에 한해서는 조문을 받기로 했다. 정치권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들과 만나 화합의 계기를 만들자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으로 보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후 630분께 빈소를 방문해 약 15분간 조문했다. 황 대표는 황 대표는 "(고인이) 6·25 당시 흥남 철수 때 내려오셔서 엄혹한 시기에 연탄 배달도 하고 행상도 하고 어렵게 자녀들을 키우셨다고 들었다. 고인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대통령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잘 모실 수 있도록 당부 드렸고 대통령께서도 먼 곳에서 와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주셨다"고 말했다.

황 대표에 이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빈소를 조문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께 위로 말씀을 드렸다며 "어머님을 잃으신 큰 슬픔에 대해 위로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히 어머님이 문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다음에는 하루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어머님의 굉장한 안타까움을 읽을 수 있어서 그 말씀을 같이 나눴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말씀을 나눴다"고 언급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동영 평화민주당 대표 등 다른 야당 지도자들도 빈소를 찾았다. 손 대표는 "무엇보다도 (모친을) 끝까지 고향 땅을 밟게 해 드리지 못한 송구스러움을 대통령이 말씀하셨다"고 했다.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 '나는 행복했다'고 말씀하신 만큼, 아드님을 반듯하게 잘 키우고 대통령까지 이르시게 한 훌륭한 어머니셨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조문을 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훌륭한 어머니를 잃으셔서 상심이 크시겠다고 말씀드렸다. 문 대통령은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깊은 슬픔에 잠겨 계신 우리 문 대통령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왔다. 어머님 잘 모시시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문을 온 야당 대표들과 10~20분간 대화를 나누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국 현안에 대한 대화는 거의 없었지만 손 대표는 경제 문제에 대한 건의 사항을 말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경제가 어려운데 기업인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펴고 그런 사람을 써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민 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장의 마지막날인 31일 조문을 하고 장례 미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국회를 대표해 장례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당초 청와대는 외부 인사들의 조문을 받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노영민 비서실장은 전날 정당 대표들에게 전화를 걸어 '조문을 온다면 어떻게 막을 수가 있겠냐'며 사실상 여야 대표들의 조문을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이낙연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를 대표해 빈소를 조문하고 국정 현안에 대해 보고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이) 어머님께서 편안한 상태로 잠드셨다고 말하셨다""저희가 몇가지 보고를 드렸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일본 관계 등에 대해 약간 말씀을 나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 함께 미중러일 등 주변 4강 대사들의 조문도 받았다. 당초 청와대는 외교 사절들의 조문도 사양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각국 대사관에서 조문 의사를 밝혀오자 문 대통령은 외교사절들의 조문은 받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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