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검찰 수사 중인 사건 관계인 등의 명예를 훼손하는 오보를 낸 기자의 검찰청사 출입을 제한하는 새로운 법무부 훈령을 비판하는 언론계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에 대해 "법무부는 언론통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31일 촉구했다.

법무부의 훈령을 언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한 협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 훈령이 시행되면 수사 기관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은 크게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협회는 오보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오보를 낸 기자의 검찰청사 출입 제한 규정에 대해 우려했다. 협회는 "법무부의 자의적 판단으로 정부에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출입제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의 의견수렴 과정도 지적됐다. 협회는 "의견수렴 과정에서 내용이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는데 불합리한 내용이 거의 수정되지 않았다"라며 "보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는 의견 회신을 한 적이 없다고 했고, 대검도 검찰에서 취할 조치가 아니라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지만 무시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형사사건 공개 금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통한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면서 "법무부는 훈령을 철회하고 사회적 논의부터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이날 법무부 훈령을 "검찰 권력에 대한 언론 감시 무력화하는 출입 제한"이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검찰 권력에 대한 언론 감시 무력화하는 출입 제한 반대한다"라며 "법무부는 문제가 되는 조항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도 이 규정안에 명시된 오보에 대해 "오보의 기준이 무엇이며, 누가 판단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라며 "검사, 수사 업무 종사자 등이 언급된 것을 보면 누가 판단할지는 짐작이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이 때문에 검찰에 대한 언론 감시 기능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고, 검찰의 입장만 대변하는 언론 길들이기 내지는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라며 "지금도 비판을 받는 재벌과 정치권의 권력형 비리 등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는 더 늘어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법무부는 '검찰이 허락한 기자와 매체만, 검찰이 내놓는 보도자료만 진실인 것처럼 써야 한다'라는 뜻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이 규정안을 철회해야 옳다"고 재차 주장했다.

법무부는 지난 30일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에는 수사 중인 사건 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낸 기자의 검찰청사 출입을 제한하고, 검사나 수사관이 기자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등 기자의 취재를 대폭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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