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4.15 총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주목받는 호남 인사 3인방이 있다. 바로 전남 영광의 이낙연 총리, 전남 장흥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전북 진안의 정세균 의원이다. 3인 모두 호남 출신으로 차기.차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 총리의 경우 최장수 총리 타이틀에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유지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왕의 남자로 각광을 받던 임 전 실장은 종로 출마를 위해 이사 간 이후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은 그동안 꿈만 꾸던 대망론을 지피기위해 물밑에서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 DJ이후 무주공산이 된 호남 맹주 자리와 차기 대권까지 얽혀 3인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호남을 달구고 있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26일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정대웅 기자>asraiphoto@naver.com

- “한 명은 발목 잡히고 한 명은 목줄 잡히고...종로 정치학
- 종로-총리직 두고 물고 물리는 시소게임..기본은 호남대망론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장수 총리에 등극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은 내년 총선에서 이 총리가 돌아와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총리가 집권여당으로부터 각광을 받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호남이라는 지역적 기반과 온화하고 합리적 성품으로 중도보수층 흡수 능력에 전남도지사와 총리를 지내면서 보여준 신뢰도와 안정감에 기인한다.

계파성향을 보더라도 친노.친문이라기보다 비문 인사로 계파색이 엷어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통합이미지도 강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당에 복귀한다면 깐깐한이해찬 대표와 비교되면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낙연 차기 당권.대권 넘어야 할 산보니

이 총리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고향인 호남보다는 외연확대차원에서 서울이나 세종에서 지역구를 갖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전국을 누비고 싶은 게 솔직한 심경이다. 총선을 통해 조직과 세를 다지고 이후 배지를 달고 당권.대권에 도전하는 게 최상이다.

그러나 이 총리의 바람이 현실화되기위해서는 두 가지가 선결돼야 한다. 하나는 출마 지역이 또 다른 하나는 최장수 총리라는 타이틀이 역설적으로 말해주듯 마땅한 후임총리를 찾아야 한다. 현재 이 총리 출마예상지역으로는 세종시와 종로가 거론되고 있다.

세종시는 행정복합도시가 들어서면서 공무원 인구가 급증해 여권 성향의 도시로 재탄생했다. 인구가 늘어 현행 선거법상 내년 총선에서는 단일선거구에서 세종시 갑/을로 분구가 확실시 되고 있다. 이럴 경우 이 총리는 세종출마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여당이 패스트트랙에 태운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이는 연동형비례대표제가 통과될 경우 세종시는 단일선거구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이해찬 대표의 도시인 세종시에서 이 대표 측근과 일합을 겨뤄야 한다는 점에서 이 총리가 나서기 힘들다.

그렇다고 종로 출마도 여의치 않다. 대한민국 정치1번지로 이 총리 입장에서야 세종시보다 훨씬 구미가 당기지만 종로는 정세균의 도시불릴정도로 탄탄한 조직과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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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에 100회 의정보고회를 개최할 정도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정치1번지를 버리고 추미애 의원이 있는 광진을로 쫓겨나다시피 이사간 이유다. 국회의장 출신으로 정 의원이 지역구를 물려줘야 하는데 오히려 대권 출마의 뜻을 밝히며 종로출마의 뜻을 접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걸림돌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비서실장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10.23. 뉴시스
이 총리와 임 실장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10.23. 뉴시스

여기에 조국 사태이후 차기 총리감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까지 발이 묶일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거론되는 인사중에서는 김진표 의원, 유은혜 경제부총리겸 교육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원혜영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이 총리 측근들은 정세균 총리설을 통해 종로-총리 빅딜설을 흘리고 있다. 이 총리 입장에서는 13피구상으로 총리직도 내려놓고 지역구도 물려받고 잠재적 경쟁자인 임종석 전 실장까지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차기 대권을 꿈꾸는 정 의원실에서는 의장까지 했는데...”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총리가 정 의원에 발목이 잡혀 있다면 임종석 전 실장은 정 의원에게 목줄이 잡힌 상황이다. 임 전 실장은 현재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삼가고 주로 등산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시절만 해도 왕의 남자’,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 간주됐지만 잠행모드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종로출마를 위해 이사간지도 4개월 이상 됐지만 지역구 행사에 얼굴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내년 2월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그때가서 당에서 정세균-임종석간 교통정리를 해 줄 것이라는 얘기다. '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정 의원은 종로 재출마를 통해 차기 대권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정 의원이 당에서 인위적으로 정리를 한다고 해도 임 전 실장 입장에서는 정 의원의 조직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임 의원은 86운동권 대표주자로 보수색채가 강한 종로 특성상 외연확대에 한계가 있다. 정 의원 입장에서는 지원하고도 패할 경우 동반추락하게 된다. 오히려 종로를 물려준다면 중도표를 흡수할 수 있는데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이낙연 총리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 전 실장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16.17대 국회의원을 지낸 후 국회를 떠난 지 11년이나 됐다. 내년 총선 출마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데 임 전 실장이 출마할 수 있는 지역은 고향을 제외한 다른 지역으로 출마는 쉽지 않다. 은평에서 종로로 이사온지 얼마 안돼 다시 총선 출마를 위해 주소를 옮기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결국 정 의원의 결심에 따라 임 전 실장의 정치적 운명뿐만 아니라 이낙연 총리의 거취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 정 의원은 올해 초 대권 출마에 대한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정 의원은 129일 전북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대선출마관련 질문에 지금은 대통령께서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드리는 게 중요한데 자꾸 다음 대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 차기 대권 선호도 조사 포함...대권 출마 뜻

이에 사회자가 적당한 시점이 되면 어떤 결심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거야 당연하다다음 대선에서는 누가 되든 호남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또 국민적인 득표력을 가진 좋은 후보가 만들어지길 고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10월 중순에는 한 일간지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차기 정치지도자를 묻는 조사에서 처음으로 정 의원을 포함시켜 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정 의원은 미미하지만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비슷한 지지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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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안될 정도로 응답율이 저조하지만 같은 구간에 있는 놓인 후보군을 보면 박원순, 안철수, 유승민, 오세훈, 홍준표, 심상정 등이 포진해 첫 데뷔쳐놓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게 정 의원 측근들의 반응이다.

결국 정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호남 대권 구도뿐만 아니라 이낙연.임종석 잠룡군의 정치적 운명도 엇갈릴 전망이다. 총선은 5개월 남짓 남은 가운데 여권에서 정 의원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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