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현역의원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불출마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10월15일 비례대표인 이철희 의원이 스타트를 끊었다. 그의 불출마의 변을 그가 보낸 문자를 통해 받아봤는데, 그가 보낸 문자의 일부다.

“‘왜 그리 자주 NG를 내고/눈물을 감추고/마른 입술을 깨물어야 했을까요’ 단역배우의 슬픔을 담은 전동균의 ‘행인3’이란 시의 한 대목입니다. 지금의 제 심정이 정확히 이렇습니다. 의원 생활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합니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자를 그에게 보냈다. “항상 응원하며 지켜봤는데 아쉽지만 훌륭한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정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더 큰 역할이 주어질 테니 조금 더 힘내세요.”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은 매우 냉소적이지만, 매우 권력 지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감이 가는 사람은 아니었다. 국회의원이 되더니 사람이 되어 간다 싶었다. 그런 그가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철희 의원의 바통를 넘겨받은 이는 표창원 의원이다. 표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불출마를 밝히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가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고 고백했다.

불출마 선언 후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우리에게 제기된 내로남불, 공정성 시비도 힘들었다. 특히 젊은 세대, 청년들이 느꼈을 실망감에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두 의원 모두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크게 심경의 변화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국 정국의 유탄이 나름대로 양심을 가지고 좋은 정치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꺾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두 의원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초선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기까지 과정은 다르지만 방송을 통해 유명인이 되었고, 방송에서 그들의 발언이 치우치거나 왜곡되지 않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였기에 많은 지지자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랬기 때문에 그들의 불출마선언이 유감이다.

돌이켜보면 그들은 현실정치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들이 하고자 했던 정치, 그들이 알고 있던 정치는 우리의 현실정치와 너무나 차이가 났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현실정치가 그런 것인지 정말 몰랐을까? 필자와 같은 범생이는 꼭 현실정치를 경험해 보지 않아도 정치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그들은 왜 몰랐을까?

어쨌든 내년 총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고, 정기국회도 예산안 심의에 들어가면서 국회의원들은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다. 공천의 칼자루를 쥔 정당의 지도부들도 총선 준비로 바쁘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표창원 두 의원을 따로 만난 것도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이해찬 대표는 이들을 만나면서 이철희, 표창원 의원처럼 염치 있는 척하는 사람들은 애초부터 공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을 것이다. 그것이 7선 의원을 가능하게 한 관록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피아(彼我) 간의 끊임없는 투쟁인데 저렇게 감성적이어서 당에 도움이 되겠나! 그런 사람들보다는 염치를 버린 사람이 훨씬 당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인재들을 찾아보리라!’

내년 총선을 통해 정치인의 길로 나가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철희, 표창원 의원이 길을 제시한다. ‘정치를 하려거든 염치를 처치(處置)하라!’ 염치를 처치한 사람들은 정당에 요구한다. ‘염치를 처치한 사람을 공천하라!’

필자는 이야기한다. “염치를 처치한 당신, 당신은 21대 국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일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