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비롯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개혁 법안 4건을 12월3일 본회의에 부의키로 했다. 부의는 본회의에서 심의가 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뜻으로, 다음 단계는 법안을 실제 심의하는 상정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검찰개혁 법안에 앞서 오는 11월27일에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 선거법 개정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따라서 검찰개혁 법안과 선거제 개혁 법안의 ‘일괄 처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조국 사태 이후 집권여당은 선거법 개정안보다는 검찰개혁 즉 사법개혁안에 방점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의당을 비롯한 야3당은 의원정수 10% 확대를 포함, 선거법 개정안 수정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길 바라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에 못 이기는 척 수용하면서 공수처법 처리에 더 몰두하고 있다. 범여권 진영에서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건 안 되건 내년 총선에서 나쁠 게 없다고 보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은 현 253석 지역구를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다. 궁극적으로 지역구가 28석이 줄어드는 만큼 자유한국 등 야당뿐만 아니라 당내 지역구 의원들 역시 반발하고 있다.

개정된 선거법을 소수정당인 야3당이 몰아붙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당 지지율만큼 의석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당은 절대 반대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강 건너 불 구경’이다.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원내 1당이 안 되더라도 범여권 성향의 정의당과 대안신당 등과 소연정을 통해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 운영하면 된다. 

반대로 선거법이 무산돼 현행 선거구제로 총선을 치를 경우 1여 다야 구도가 되니 민주당 입장에서는 더 환영이다. 민주당이 선거법보다는 검찰개혁안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이런 정황은 내년 총선에 불출마한 이해찬 대표의 지역구 상황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세종시는 한마디로 이해찬 도시다. 행정복합도시로 여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공무원들이 대거 이사 왔다. 재선에 성공한 이춘희 세종시장 역시 이 대표 사람이다. 그런데 세종시 인구가 늘면서 현행 선거법상 분구가 확실하다. 내년 총선에서는 세종시 갑을로 나뉘어 선거가 치러질 공산이 높다. 

그런데 두 지역에 이 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이강진 전 세종시 부시장과 강준현 전 부시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개정된 선거법이 통과된다면 단일 선거구로 묶여 측근 간 혈투가 불가피하다. 결국 이 대표의 측근들마저 개정된 선거법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인식하고 출마를 한 셈이다. 

결국 여당 입장에서 선거법 개정안은 양손의 떡이다. 통과될 경우 장관직 한두 개 소수야당에게 주고 소연정을 하면 된다. 무산될 경우 분열된 보수진영에 맞서 유리한 선거환경에서 당당하게 원내 1당을 노려볼 수 있다. 

사법개혁안 역시 마찬가지다. 20대 국회에서 통과가 안돼 폐기될 경우 21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 다시 추진하면 된다. 민주당이 의원정수 확대뿐만 아니라 개정된 선거제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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