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보다 세대공존…現 국회 특정 세대·성별 과도하게 포진해 있어”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수혁 주미대사의 비례대표직을 승계해 지난달 11일 당선증을 받고 비례대표 16번으로 국회에 들어섰다. 올해 36세로 민주당에선 ‘막내’다. 일요서울은 정 의원을 만나 그에게 국회 입성 및 첫 국감을 치른 소감과 앞으로 활동 계획에 관해 들었다.  

일요서울은 지난달 29일 이수혁 주미대사의 비례대표직을 승계받은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요서울은 지난달 29일 이수혁 주미대사의 비례대표직을 승계받은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국민, 민주당에 분명 답답한 부분 있을 것…黨,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고민해야”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 임기가 6개월가량 남은 가운데 국회에 입성해 ‘국회의원 막차’를 타게 됐다. 다른 의원들과 비교한다면 1/8 정도에 불과하다 보니 국회에 들어선 이후 눈코 뜰새 없이 의정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달 29일 ‘8배속’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 정 의원을 만나 여성 청년 의원으로서 향후 포부와 관심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이번에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를 치렀다. 소감이 어떤가.
▲헌정사상 국회의원 가운데 등원 첫날부터 국감을 한 사람은 없을 거다. 특이한 사례였다. 갑자기 국감에 임하게 됐지만 두 달 전부터 승계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국감 시작날인 10월2일부터 질의서가 준비돼 있었다. 

(준비 기간은) 보좌진도 모두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스스로 공부하고 질의서를 쓰게 됐는데,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해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국민의 시각에서 질의를 해 보자’는 의미로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나 신문기사를 보며 준비한 뒤 (국감에서) 질의했다. 

지난달 14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 국감에서는 신재생에너지나 탈원전 관련, 21일 진행된 중소벤처기업부와 특허청 종합감사에서는 청년 창업이나 스타트업(설립한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 관련 질의를 많이 했다. 특히 청년들이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재도약기에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산자중기위를 택한 배경은 무엇인가.
▲산자부(산업통상자원부)가 다루는 분야에서는 신재생에너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중기부는 미국 유학 당시 만난 친구들 가운데 창업해 봤거나,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 근무하다 온 사람이 많았다. 그 친구들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나이에 본인이 구상하는 걸 실제로 구현해 내더라. 

우리나라는 아직도 ‘청소년’ 또는 ‘청년’이라고 하면 공부 성실히 해서 대학가고, 취업하는 경우만을 생각한다. 세상에 할 일은 많고 다양한 직업은 많다. 

‘청년들이 직업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게 뭘까’를 고민해본 결과, 중소기업이나 벤처 스타트업 중심으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됐다. 

-산자위 국감에서 옷을 3번 갈아입어서 화제가 됐다.
▲의원실에 아직 운영비가 지급이 안 돼 돈이 없다. 카메라도 구비가 안 돼서 국정감사 기간 내내 보좌진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야 했다. 나중에 의정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평가에도 적용돼 중요하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이미 찍은) 사진들은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카메라도 없고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마침 국감 마지막 날 취미로 사진을 하는 친구가 도와주기로 했다. 

친구가 ‘한 번 왔으니 여러 장을 찍자’며 그 전주에 입었던 옷들을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갈아입으면 여러 장의 사진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해 줬다. 다른 의원들에게도 미리 이 부분에 관한 양해를 구했다. 회의 중간에 나간 건 아니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옷을 갈아입었다. 

-국회의원 임기가 약 7개월가량 남았다. 다른 의원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인데, 포부가 있다면.
▲다른 이들이 봤을 땐 막차지만 나에게는 첫차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도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나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 사람이다. 환경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고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스스로가 노력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조절할 수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운칠복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7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이지만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하루를 일 년 같이 생활하고 있다. 이 기간에 ‘낡아서 없어지기보다 나를 다 써서 닳아버리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정은혜 의원은 국회에 연령, 직업, 성별이 골고루 섞여 다양성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혜 의원은 국회에 연령, 직업, 성별이 골고루 섞여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최연소’ 의원이다. 더구나 현재 20대 국회에서 30대 의원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은데, 당과 국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싶은가.
▲나는 국회의원이 의원실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 최대한 많은 청년들을 만나고, 듣고, 그 내용을 정치권의 기성세대에게 전달하려 한다. 또 이것이 실제 법안 마련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향성을 세웠다. 

동시에 캠페인도 많이 하려 한다. 청년 의제 안에는 청년 이슈나 청년 일자리뿐만 아니라 많은 청년들의 시대적 요구도 담겨 있다. 이를 내가 어떻게 듣고, 어떤 방식으로 기존 정치인들에게 전달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기존 정치인들이 청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다음 선거에서도 많은 청년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국회에 청년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국회의원 10명 가운데 청년이 1명이라면 (청년 관련) 얘기를 많이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세력이 20명, 30명 이런 식으로 커진다면 서로 협의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여성과 청년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 있다. 이전에도 많은 의원들이 ‘청년정치’, ‘여성 참여 정치’를 강조했지만 상황이 크게 변화되지 않았단 지적이 있다.
▲현재 국회의원 300명 중에 30대가 3명이다. 1%에 불과하다. 민주당 의원 128명 중에서도 현재 7~80년대 생이 나를 포함해 10명이다. 굉장히 소수다. 

나는 세대교체보다 세대공존이라고 말한다. 국회에는 70대도, 20대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가 인구비례에 맞춰 다양한 연령이 골고루 있어야 한다. 국회에 어떤 특정한 세대나 성별이 과도하게 내포돼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2016년 기준으로 국회 평균연령이 55세 남성이었다. 지금 3~4년이 지나 이들은 58~59세가 됐다. 성별, 연령, 직업 등에서 다양한 이들이 국회에 골고루 섞여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각 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수가 너무 적다. (지금 국회는)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부족한 부분이 있다. 

국회에 다양성이 보장되면 그에 따른 법률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와 병행해 이뤄져야 하는 게 ‘정은혜 생활법 12개’에서 언급한 청소년 참정권 확대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10대 때부터 정당 가입을 하는 등 어린 나이부터 정당 활동을 한다. 이 때문에 20~30대라고 해도 이미 10여 년의 정당 활동 경험이 쌓이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현재 정당가입도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고,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 14~15세가 되면 정당에 가입 가능토록 한다는 골자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의원 브이로그’를 준비하고 있다던데. 앞으로 청년, 국민과의 소통 방법은.
-유튜브는 다양성이나 자신의 관심을 표현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국회의원의 삶은 어떤지 생생하게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국회의원 브이로그를 기획했는데 시간이 없다. 유튜버들 정말 대단하다. 영상은 조금씩 찍어 놨으니 나중에 편집해 공개할 방침이다. 가능하면 국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실제 국회의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주고 생생한 환경을 전하고 싶다.

소통 부분에서는 지속적으로 간담회 등을 열어 청년 및 여성과 소통하려 한다. 내가 주최하거나, 외부에서 주최된 행사를 많이 참여할 방침이다. 방송이나 인터뷰를 많이 하는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국회의원이 늦게 됐으니 국민들은) 나를 잘 모르지만 이를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요즘 페이스북도 열심히 하고 있다. 실시간으론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알리고, 댓글을 읽으면 ‘좋아요’를 누른다. ‘이게 궁금하다’고 말씀하시는 부분들은 개별적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여당 의원을 향해 정권에 쓴소리를 하면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까지 걸려 있어 조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당청이 수직적인 관계에 놓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바라보나.
▲만약 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면 ‘저 당은 왜 이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느냐’,  ‘혼란스럽다’, ‘저런 당이 여당으로서 의정을 할 수 있느냐’라고 비춰질 수 있다.

정치인이 지지자를 신경 쓰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건 당연하다. 청와대와 우리 당은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당청 간) 불협화음이 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국민 여러분은 (현재 우리 당에게) 분명히 답답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에 있어 당이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해야 한다.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당에서는 7월1일까지 선거인단을 모두 모집했다. 나는 이보다 늦었기 때문에 특정 지역을 선정해 출마 의사를 밝히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그래서 총선쯤 돼서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출마를) 생각하려 한다. 당 지도부가 판단했을 때 여성 청년이 필요한 지역이 있다면 언제든지 출마할 계획이 있다. 나는 항상 열려 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부천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수도권 지역으로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긴 한다. 하지만 선당후사다. 당에서 필요로 하고 내가 출마했을 때 의미 있는 지역이라면 어디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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