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청산→새 피 수혈’ 여야 총선 승리 방정식…누가 더 혁신할까?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한국당의 승리냐, 민주당의 승리냐, 제3정당의 승리냐.’ 여야가 물러설 수 없는 정면승부를 곧 펼친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이 바로 그것이다. 총선에서 승리하는 진영은 향후 정국 주도권은 물론 2022년 대선, 지방선거까지 승리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승리한 정당에 속한 차기 대권 주자들은 ‘프리미엄’을 얻게 돼, 치열한 당내 선거와 함께 강력한 대권 후보로 거듭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된다. 반대로 총선에서 패배한 정당은 당 존립마저 흔들리게 된다. ‘포스트 총선 발’ 정계개편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야가 총선 채비에 돌입한 가운데 물고 물리는 여야 간의 싸움이 시작됐다. 

짙은 안개가 11월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감싸고 있다. [뉴시스]
짙은 안개가 11월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감싸고 있다. [뉴시스]

-쇄신하면 중도층 잡을 수 있다…총선 전 ‘인적 쇄신’ 대결 불가피
-‘이이제이(以夷制夷)’로 친박친다? 서병수 불출마 공천심사위원장행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를 넘긴 여야는 총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전 장관 사태로 미뤄 온 총선기획단을 지난달 28일 출범시켰고, 올해 말까지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전략공천관리위원회 등을 설치할 방침이다. 이후 공천관리위원회, 재심위원회 출범에 이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한다.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체제 후 첫 당무감사를 마무리하고, 인재영입위원도 발족할 계획이다. 그러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황 대표의 1호 인재영입 대상자로 공식 발표하려 했으나 당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게 일자 ‘1호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또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엇박자에 이어 불출마 번복 등 개혁 공천에 역행하는 기류가 확연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한국당 내에서는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21대 총선 승리의 핵심 포인트는 ‘현역의원 물갈이’다.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부동층을 맞을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국당 등 인적 쇄신 카드를 쥔 쪽이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다. 

이미 총선 전쟁의 불은 지펴진 모습이다. 민주당과 한국당 내에서는 ‘총선 물갈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여의도에 공공연하게 떠도는 ‘살생부 괴담’은 물론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자체적으로 판단해 ‘살생부 명단’에 오를 인사들을 콕 집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특정의원은 스스로 불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당, 영남권 공들이기, 불출마 대상자만 40명?

여당인 민주당은 총선 물갈이에 시동을 서서히 걸기 시작했다. 친문 핵심인 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백원우 부원장(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그리고 이해찬 대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또 민주당 초선의원인 이철희, 표창원 의원도 내년 총선 불출마를 밝히며 당의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외부인사 영입에 몰두한 뒤 12월 인적 쇄신에 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실제 이해찬 대표 1인체제의 인재영입위를 꾸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총선 때는 당 밖에서 영입위원들을 통해 외부인사를 영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대표 지시로 당 의원 모두 영입위원으로 위촉해 활동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직접 인재를 영입해 인적 쇄신 필요성과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인재 영입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여성·장애인 등 다양한 세대 특성을 가진 인사들부터 외교·통일·안보·경제·통상 등 전문가 그룹, 전직 관료 등을 나눌 예정이다. 특히 지역별로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의 ‘험지’인 영남권에 대한 이른바 동진 전략을 가동해 전국 정당화를 이루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는 만큼, 대구·경북과 부산, 울산, 경남 지역 공략을 위한 인재 영입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민주당에서는 중앙부처 혹은 청와대 근무 인사 2~3명의 대구·경북 총선 출마 혹은 영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우선 대구 출신인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의 영입설이 흘러나온다. 

외부인사 영입이 본격화하면 당내 인적쇄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월 현역 의원 평가 결과 ‘하위 20%’에 대한 명단을 공개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명단이 공개될 경우 당내 경선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는 이미 여당에서 나왔던 현역 의원 물갈이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점에서 거센 물갈이 바람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여권 일각에서는 불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언급되는 15명 안팎의 인사까지 포함해 40여명이 교체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0명은 전체 의원수 대비 31%에 달하는 규모로, 이후 교체 대상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물갈이 시동 거는 한국당, 黃 1차 인재영입 ‘생채기’

제1야당도 마찬가지다. 다만 인재 영입 계획이 초반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황 대표가 인재영입 1호로 꼽은 박찬주 예비역 육군대장을 두고 당 최고위원들이 일제히 반발, 영입 인재 명단에서 제외됐다. 한국당 조경태, 정미경, 김순례, 김광림, 신보라 최고위원은 박맹우 사무총장을 만나 ‘공관병 갑질’ 논란 당사자인 박 전 대장은 영입 인사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표적 수사’ 피해자인 박 전 대장에게 ‘1호 인재’라는 상징성을 부여하고, 그를 대여 투쟁 동력으로 삼으려는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 측은 박 전 대장 영입 적절성 논란에 대해 “당에 기여하겠다는 사람을 두고 광범위한 논의를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영입을 강행하려 했으나 최고위원들이 반기를 들자 영입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황 대표 리더십에도 손상이 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당 박 전 대장을 뺀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플랜트 EPC(설계·구매·시공)BG 부사장과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정보기술)금융경영학부 교수, 윤봉길 의사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 청년이여는미래의 백경훈 대표와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인 장수영 정원에이스와이 대표만 발표했다. 

이와 함께 박맹우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기획단을 발족했다. 박 사무총장을 포함한 총선기획단 인원은 총 12명이다. 당 상임특보단장인 이진복 의원이 총괄팀장을 맡고, 전략기획부총장 추경호 의원이 간사를 맡기로 했다. 위원은 박덕흠·홍철호·김선동·박완수·이만희·이양수·전희경 의원과 원영섭 조직부총장, 김우석 당 대표 상근특보 등으로 구성됐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한국당 내 인사들도 불출마를 번복할 것이 아니라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당 고위 인사는 “3선 이상 동일지역 공천 배제”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특히 보수의 본산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마음으로 자기희생을 선도할 의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 대상으로는 20대 총선 당시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친박계로 공천 받았던 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다. 대구·경북 정치권에 큰 혼란을 빚었고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진박 마케팅으로 당선된 후 의정활동이 기대 이하인 의원들도 거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보수 몰락에 일정 부분 책임 있는 인사들도 살생부 명단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박’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총선에 불출마하고 대신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문제는 ‘공천 혁신’과 ‘공천 학살’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이다. 현역 의원 물갈이가 새 피 수혈이 될지, 아니면 인위적인 물갈이가 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천 때마다 당내 역학구도를 둘러싼 계파 간 전쟁은 필연적이다. 

제3 정당 분당 수순 “새로운 길을 찾아라!”

거대 양당을 제외한 타 정당 사정은 오히려 좋지 않다. 바른미래당은 손학규계와 유승민계가 각각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

실제 유승민 전 대표가 이끄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 신당 창당을 위해 순차적으로 탈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르면 11월 말부터 12월 초다. 지역구 의원이 1차 탈당을 감행하고, 탈당시 의원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1월 탈당한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도 제3지대 신당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정의당은 권영국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등을 영입해 총선 대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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