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일감 몰아주기 공방전 끝은?

이강래 사장 [뉴시스]
이강래 사장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더해 한국도로공사에서도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졌다. 한 언론 매체는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에 사업 일감을 몰아줬다고 보도했다.

해당 뉴스가 보도되자 한국도로공사 측은 해당 사업이 이강래 사장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내용의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도로공사 적폐청산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접수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섰다. 현재까지 검찰 조사 여부 등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다.

한국도로공사 “공개입찰사 전적 조달...이 사장, 인스코비 부품 몰랐다”
노조연맹 "청와대, 결자해지 차원...직접 조사하고 사태 해결해야"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달 28일 한 언론 매체가 이를 보도하면서다. 해당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 사장이 취임한 2017년 11월 당시 ‘사람 중심의 스마트 고속도로’를 강조했는데, 5개월 뒤인 2018년 4월 도로공사는 2300억 원을 투입해 전국 고속도로 가로등과 터널 등을 자동으로 밝기가 조절되는 LED등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국도로공사는 코스피 상장기업인 인스코비와 스마트 가로등에 쓰이는 PLC칩 납품 계약을 맺었고, 다른 업체가 진입할 수 없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도로공사에 납품된 PLC칩의 80%는 인스코비 제품으로, 인스코비의 최대주주는 밀레니엄홀딩스다. 이 사장의 둘째동생이 30.8%의 지분을 보유했고, 셋째동생이 인스코비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는 이유에서 의혹 제기에 힘이 실렸다.

“취임 무관, 회사 피해” 잇단 해명

한국도로공사는 해당 보도 직후인 지난달 29일 해명자료 통해 취임시 강조한 첨단 스마트 고속도로 사업은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 사업을 지칭한 것으로, LED 조명 교체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LED 조명 교체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 효율화 정책(2013년)의 일환으로 터널 및 가로등의 효율성 향상과 고속도로 주행 안정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2014년 12월에 터널조명등 교체 시범사업 계획과 2017년 3월 가로등 교체 시범사업 계획에 의거 진행해 오던 사업으로써 이강래 사장 취임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LED 조명 교체 사업은 공개입찰을 통해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과 계약을 체결해 진행하고 있어 등기구, 모뎀, PLC칩 등을 포함한 모든 부품은 ESCO업체에서 전적으로 조달하고 있다”며 “LED조명등기구 교체 사업은 2014년부터 진행해 왔고, 이 사장 취임 후인 2018년은 인스코비 시장점유율이 73%로 2017년 대비 19%p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스코비와 모뎀(제어기)업체인 A사와는 사적관계이며, 도로공사 어느 누구도 해당 부품을 권유하거나 지침을 준 사실이 없다”며 “이강래 사장은 동생과 인스코비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인스코비에서 생산된 칩이 가로등 제어시스템의 부품으로 사용되는 것은 이번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한국도로공사에 이어 인스코비도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해명자료를 통해 인스코비의 최대주주는 밀레니엄홀딩스이며, 밀레니엄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인스코비의 대표이사인 유인수 회장이라고 적극 반박에 나섰다. 인스코비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이강래 사장의 동생은 투자를 통해 주주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을 뿐, 인스코비의 주요한 경영활동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다”며 “그런데도 해당 매체는 본사에 사실 확인 절차도 없이 마치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이 동생이 투자한 회사인 인스코비에 도로공사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줬고, 이로 인해 회사 매출이 신장한 것으로 과장 보도함으로써 시장에서 본사의 신뢰성을 손상시키고 경영활동과 투자 유치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리 혐의 규탄...철저한 수사 촉구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이하 민주일반연맹)은 지난달 29일 오후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해고 노동자들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이강래 사장의 비리 혐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를 통해 일각에서는 국민권익위원회 1차 조사에 이어 검찰 수사로 확대될지 주목된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일반연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도로공사는 오래전부터 각종 부정부패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못했다”며 “이강래 사장의 가족이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로 되어 있는 회사가 도로공사와 사업계약에 있어서 독점적 지위에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스코비 자회사는 또 이강래 사장의 부인이 무려 4만주나 투자·보유하고 있는 만큼 가족들과는 막대한 수익사업을 독점으로 몰아줘 배를 채우는 형국”이라며 “부정부패비리 백화점 도로공사 나무에 열리는 것은 악취 나는 열매 뿐인 만큼 청와대가 결자해지 하라”고 촉구했다.

이같이 팽팽한 양측 입장에 해당 보도를 접한 이들 또한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 네티즌은 “업체 선정 과정의 투명성, 특혜로 의심되는 행위가 있었는가, 인스코비의 칩이 정말 품질이 우수해서 납품되고 있었는가 등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만약 품질이 보통 이하고 더 우수한 제품이 있다면 어떻게 납품업체로 선정되었는지 조사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비리가 하루 이틀인가 싶을 만큼 그렇지 않은 곳을 찾는 게 더 힘들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관공서와 공기업, 대기업 등에 대한 감사원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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