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DB그룹 전 회장, 성추행·폭행 혐의 검찰 송치
김준기 DB그룹 전 회장, 성추행·폭행 혐의 검찰 송치
  • 양호연 기자
  • 입력 2019-11-01 16:26
  • 승인 2019.11.05 15:32
  • 호수 1331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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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서열 2위 ‘난감’...영향력은 그대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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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비서와 가사도우미를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김준기 DB그룹(전 동부그룹) 전 회장이 지난달 31일 결국 검찰에 송치됐다. 김 전 회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제출된 증거를 고려해 충분히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추문으로 얼룩진 행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 전 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은 배제할 수 없는 모양새다. 피소 이후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김 전 회장이 대주주 리스트에 포함된 만큼 그룹 안팎에서는 끊임없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분위기다.

여권 무효화, 인터폴 적색수배...2년 3개월 만의 ‘불명예’ 입국

DB그룹 지배구조 정점 DB손해보험...김 전 회장 지분 6.65%

성추문 의혹 등으로 김준기 전 회장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오르내린 것은 2017년부터다. 2017년 7월부터 질병 치료차 미국에 머물던 김 전 회장은 그해 9월 여비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개인의 문제로 인해 회사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오늘 동부그룹의 회장직과 계열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고, 후임으로는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이근영 동부화재 고문이 선임됐다.

혐의 부인했지만...검찰 송치

사회적 파장이 일고 난 이듬해인 2018년 또 다시 문제가 터졌다. 이번엔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가 김 전 회장을 고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기업 반열에 오른 기업의 총수에 관련된 사안인 만큼 사회적 파장은 크게 일었지만 수사는 좀처럼 이뤄지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이 미국에서 6개월마다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지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렸고, 이어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했다. 결국 김 전 회장은 2년 3개월 만인 지난달 23일 새벽 귀국했다.

2년여 만에 입국한 김 전 회장의 입에 여론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와 비서 성추행 혐의 모두)인정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회장은 입국하자마자 경찰에 긴급 체포됐고, 지난달 31일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 전 회장의 혐의는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별장에서 일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성추행한 점과 2017년 2월부터 7월까지 비서를 성추행한 점 등이다.

성추문 얼룩져도...향방은?

성폭행·성추행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DB그룹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창업자 김 전 회장의 경영일생과 경영전략‧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DB그룹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한국산업 근대화 60년 역사에 독특한 발자취를 그려온 기업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2000년 재계 10위의 대기업 집단으로 DB그룹을 성장시킬 만큼 손꼽히는 수재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으로 불명예 배지를 달기 전까지만 해도 현직에서 경영에 나서는 창업주의 사례로도 손꼽혀 왔다. 김 전 회장은 1969년 1월24일 당시 자본금 2500만 원과 직원 2명으로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설립했고, 건설부에 건설업 면허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동부관광, 동부고속, 동부상호신용금고 등을 위한 신규면허를 잇따라 취득해 설립하면서 기업을 키워 왔다.
 

DB손해보험 2019 반기보고서 일부 내용 [단위:주, %]
DB손해보험 2019 반기보고서 일부 내용 [단위:주, %]

이런 김 전 회장의 영향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고도 지속되는 분위기다. DB손해보험의 2019 반기보고서(6월30일 기준)에 따르면 김 전회장은 최대주주로 6.65%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주식은 보통주 형태로 주식수는 470만8500주에 달한다. 김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이 DB손해보험의 지분율 8.30%, 주식수 587만9520주를 보유한 점과 비교하면 두 번째로 높은 지분율을 보유한 셈이다.

이 외에도 해동화재 김동만 부회장의 손자와 결혼해 현재 미국에 거주 중으로 알려진 딸 김주원 씨가 지분율 3.15%, 주식수 222만9640주를 보유, 김 전 회장이 설립한 ‘DB김준기문화재단’도 지분율 5.00%, 주식수 353만9070주를 보유하는 등 그 뒤를 잇는다. 김 전 회장의 보유 지분은 비단 DB손해보험뿐 만 아니다. DB금융투자는 지분율 5.00%, 주식수 212만2205주를, DB는 지분율 11.20%, 주식수 2252만2980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나섰다. 만약 김 전 회장의 혐의가 사실로 나타날 경우 ‘옥중경영’까지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다. 기업 이미지 실추에 따른 피해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경영악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그룹사 내 직원들 사이에서도 자존감을 잃는 직원들이 상당하다는 후문이 전해졌고, 영업조직을 중심으로 판매부진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눈앞의 이익보다 기업인 본연의 길을 먼저 고민해왔다고 했다. 투철한 기업관이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DB그룹을 지탱시켜온 동력이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 결코 주저함 없는 도전정신의 원천이라는 것. 하지만 이러한 경영철학을 퇴색시키는 불명예는 좀처럼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맞은 DB그룹이 향후 어떤 길을 걷고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호연 기자 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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