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임종석·우상호·송영길…86운동권 중 누가 불출마 선언하나

[일요서울 | 강하늘 언론인] 내년 4·15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가 생존을 걸고 맞붙을 한판 승부를 향한 정치 시계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조국 대란’이라고도 불리는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은 “20년 집권” 운운하던 여당에 총선 승리를 장담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악화된 민심을 다시 사로잡기 위해서는 특단의 ‘쇄신’ 카드가 필요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철희·표창원’ 두 초선 의원이 당긴 ‘불출마 신호탄’이 더불어민주당의 ‘인적 쇄신’, ‘세대교체론’ 목소리에 힘을 싣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적 쇄신의 핵심 타깃으로 거론되는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중진 리스트를 알아봤다. 

왼쪽부터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왼쪽부터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중진 문희상 정세균 원혜영 이종걸 추미애 등 거명돼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 ‘세대교체론’ 목소리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엔 총선을 앞두고 ‘조국 사태’가 정국을 휩쓸고 가면서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은 물론이고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는 점에서 ‘인적 쇄신’ 필요성이 대두되는 분위기다.

‘불출마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초선 의원들이다. 가장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한 이철희 의원(비례대표)은 지난달 15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그래서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이 의원은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면서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밝혔다. 

뒤이어 지난 2015년 12월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 직접 발표한 영입인재 1호였던 표창원 의원(경기 용인시정)도 지난달 24일 “사상 최악 20대 국회, 책임을 지겠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 제가 질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 방식으로 참회하겠다”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초선인 두 의원이 이처럼 ‘불출마 신호탄’을 쏘아올렸지만 아직까지는 이를 잇는 움직임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이들과 기존에 불출마를 검토했던 몇몇 의원들 이외에는 인적 쇄신 차원에서 불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의원이 감지되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 내 대표적 86세대 정치인으로는 이인영(3선, 서울 구로구갑), 우상호(3선, 서울 서대문구갑), 송영길(4선, 인천 계양구을), 재선 국회의원(16대·17대)을 지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일요서울’ 취재 결과 이들은 모두 다음 총선에 출마 의지가 강하다. 

전대협 3인방 출마 가능성↑ 그나마 임종석 ‘주목’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지난 5월8일 1년 임기의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인영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검경수사권조정 등 사법개혁안과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에 대한 여야 협상과 지역구 관리를 동시에 하느라 쉴 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인영 의원 측은 지난 1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86세대 용퇴론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씀이 없었다”며 “내년 총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특이 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우상호 의원도 총선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우 의원은 지난달 2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철희 표창원 의원의 불출마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한 지역에 새로운 사람을 새롭게 발굴해서 당선시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고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다음에 한국당이 당선되면 그것이 바람직한가”라고 반문했다.

우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혼자 편하려고 하면 안 된다. 사실 그만 두는 일이 제일 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해결이 안 될 때면 소주 한잔하며 (불출마) 얘기를 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며 “책임을 지고 파고를 넘어 선거를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의원도 내년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송 의원 측은 “총선 출마는 당연하다”고 못 박았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월 서울 은평구에서 종로구 평창동으로 거주지를 옮긴 후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이 높게 거론됐다. 다만 종로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지역구이고, 정 전 의장이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그의 출마 여부 최종 선택과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다른 지역구로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도전설이나 ‘통일부장관·국무총리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임 전 실장 측은 최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정치인들은 향후 무슨 일을 할지 본인이 알기 힘들다”며 “어떤 일이 올 경우 그 일을 할 수 있는 준비는 늘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희상·이해찬·원혜영 ‘불출마’, 총리설 정세균 ‘고민 중’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시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시스]

4선 이상 중진의 대표적 인물로는 문희상 국회의장(6선, 경기 의정부시갑), 이해찬 대표(7선, 세종특별자치시), 정세균 전 국회의장(6선, 서울 종로구), 원혜영(5선, 경기 부천시오정구), 이종걸(5선, 경기 안양시만안구), 추미애(5선, 서울 광진구을)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가운데 국회의장이 되면서 무소속 신분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불출마할 것이 확실시되고 이해찬 대표는 이미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원혜영 의원도 총선 불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종로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오래전부터 ‘국무총리설’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 전 의장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이낙연 총리의 후임으로 정 전 의장이 유력하다는 설이 정치권에 다시 퍼졌다. 정 전 의장이 이 총리의 후임으로 임명되고, 이 총리는 정 전 의장의 지역구인 종로에 출마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언론을 통해 ‘총리설’에 대해 “그냥 근거 없는 추측인 것 같다”며 “(청와대 등에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종로 재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종걸 의원의 경우는 내년 총선 출마 계획에 변함이 없다. 이 의원 측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총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진·86세대 용퇴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국회 일정이 타이트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기국회 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면 집중적으로 생각을 정리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의원 측도 “추미애 의원이 중진 용퇴론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었다”며 “내년 총선 준비를 변함 없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당 내 “꽃이 져야 열매 맺어”쇄신 목소리 표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이처럼 당내에서는 아직까지 인적 쇄신 필요성에는 원론적 차원에서 모두 공감하는 상황이지만 기존에 거론되던 몇몇 의원을 제외하고는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를 위해 자신이 직접 불출마하겠다고 나서는 의원은 없는 상황이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진과 86세대 ‘대폭 물갈이’ 추진설과 관련해 “임의로 물갈이를 한다, 쫓아낸다고 하는 것은 예의 없는 것”이라며 “중진 중 비공식적으로 출마를 안 하겠다고 한 분이 여럿 있다. 이미 확정한 공천룰에 맞춰 민주적으로 (공천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결과에 의해 도태되는 사람이 생길 것이고 신인들도 들어올 것”이라며 공천 룰에 의한 자연스런 ‘인적 쇄신’ 입장을 밝혔다. 

당 안팎에서는 ‘인적 쇄신’, ‘세대교체’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이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정치권은 86그룹이 장기 독점을 하고 있다”며 “꽃이 져야 열매를 맺는 게 자연의 순리”라고 발언했다. 

반면 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총선 때마다 전문가라고 해서 영입되는 사람들은 별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정치적으로 훈련된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진이나 86세대 용퇴론 같은 주장은 총선 때마다 항상 나왔던 얘기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용퇴를 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피선거권이 보장된 자유민주주의 나라에서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의정활동에서 특별하게 하자가 있다면 그런 사람은 중진이 아니라 누구라도 평가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상철 경기대 부총장·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철희·표창원 의원의 불출마가 당내에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면 좋았을 것”이라며 “두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할 때 ‘민주당이 그동안 86그룹의 기득권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이젠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나도 그만둘 것이니 86그룹도 새로운 진보 진영이 들어올 수 있도록 스스로 진보 기득권 자리를 내놔라’ 이런 메시지를 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교수는 “민주당이 새롭게 태어나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가려면 새로운 진보 진영이 들어와야 하고 집권 여당으로서 전문성이 보강돼야 한다”며 “86을 비롯한 중진이 용퇴를 하는 움직임이 있으면 민주당에 아주 좋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전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대정신에 맞는 세력이 당에 수혈되고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한 방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민주당이 이제 진지하게 고민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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