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큐셀, 탈중국 후 미국 등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승승장구

[뉴시스]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이번 호는 탈중국을 선언한 후 미국에서 승승장구 하는 한화에 대해 알아본다.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 1위

미국 현지에 공장 세우면서 트럼프 정부 세이프가드 정책 피해

지난 9월 한화그룹이 7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바꾸며 인사를 단행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 한화 기계부문, 한화테크윈, 한화정밀기계, 한화케미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첨단소재부문, 한화에너지 등 7개 계열사다. 인사 단행에 한화그룹은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 에서 경영 내실화를 통해 미래 지속경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인사”라고 밝혔다.

특히 폴리실리콘을 공급하는 한화케미칼의 새 대표이사에는 이구영 한화케미칼 사업총괄 부사장이 올랐다. 이에 한화그룹은 “이 대표는 한화케미칼 한화큐셀 등을 거친 화학 및 에너지분야 전문가”라며 “한화케미칼의 글로벌시장과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를 이끌 적임자”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국내 경영의 불확실성 속에서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사업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인 한화케미칼은 폴리실리콘 설비 증설에 대해 국내보다 해외 사업장을 택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국내 기업 환경이 과도한 규제와 반기업적인 노조, 포화된 국내 시장, 높은 운영비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진 데 기인한다.

한화케미칼은 자회사인 한화큐셀을 통해 태양광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에 1.7GW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을 짓고 올해 2월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해 공장 신설에 1620억 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한화큐셀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 주요 태양광 시장에서 고효율·고품질 태양광 모듈을 기반으로 한 제품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사항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각 국가별 고객들이 요구하는 제품을 맞춤제작 서비스함으로써 주요 시장을 공략하는데 가속화 하고 있다.

미국 주택용 시장 점유율 1위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이 지속적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토대로 한화큐셀은 지난해 미국 주택용 시장 점유율 1위 및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에서 태양광 모듈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한화케미칼이 미국과 유럽에서 인정받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해 1월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2.5GW를 초과하는 태양광 셀을 수입할 때 3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 발생 시 수입품을 규제하는 무역장벽)로 수입되는 모듈의 전량에 30% 관세가 붙었다.

이에 한화케미칼은 미국에 공장을 세워 세이프가드 정책을 피하는 대응책을 선택했다.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셀과 모듈은 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은 중국의 저가 다결정 모듈과 경쟁하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단결정(Mono)모듈을 주로 생산할 계획을 세웠으며 현재 미국 공장의 가동률은 100%를 달성해 생산량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태양광시장은 수요가 급증한 상태로 미국 공장의 생산물량은 미국 현지에서 다 소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태양광협회에 따르면 미국 태양광 누적 설치량은 2024년까지 5.1GW로 높아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20년부터 새로 짓는 저층 아파트와 주택에 에너지 효율 기준이 높은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시장 비중 낮춰

한화큐셀은 3년 전부터 중국시장 비중을 낮추기 시작했다. 2017년 15%에서 올해는 5% 미만으로 10%p나 낮춘 상태다. 업계에서는 “중국은 가장 큰 시장이지만 저가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이라 기업에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중간재 제조업체들은 2012년부터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이기지 못해 줄도산을 겪은 상황이다. 세계 최대 태양광 중간재 시장인 중국에서는 공급 과잉 여파로 웨이퍼(실리콘 기판) 업체들이 줄지어 파산하고 있다. 웨이퍼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폴리실리콘을 공급하는 한화케미칼도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중국의 정책 변화로 추락한 뒤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kg당 17달러선이었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현재 최저로 떨어지며 7달러선으로 추락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중국 정부는 태양광 보조금 삭감안 등을 발표하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내려가게 된 영향 때문이다.

폴리실리콘은 손익분기점이 kg당 12~13달러인 점을 고려했을 때 한화케미칼이 실적을 회복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화케미칼은 생산 물량을 상황에 따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 방침을 세웠고 이로 인해 한화는 진작 탈중국을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연말부터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태양광 업황이 조금씩 개선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30억 위안(약 5000억 원) 상당의 태양광 보조금 정책을 확정 짓고 8월부터 적용한 상황이다. 이에 오는 4분기 중국의 태양광 설치가 급증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한화 태양광 사업 부문은 태양광 소재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올 1분기 흑자로 돌아선 후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