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교수
신용한 교수

시너지(synergy)! 한때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가져다 붙이기만 하면 다 통할 듯이 유행하던 단어다. ‘함께 일하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최소한 1 더하기 1이 3이 되는 느낌으로 함께 모여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뜻의 보통명사화된 말이다. 시너지와는 반대로 ‘링겔만 효과’라는 것도 있는데, 여럿이 뭉칠수록 되려 성과에 대한 각자의 공헌도가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최근 좌우, 진보와 보수 양측으로 첨예하게 갈라진 ‘조국대전’을 거치면서 문재인 정권의 한계를 느낀 반대세력에서 ‘반문연대’를 매개로 한 ‘보수대통합’ 논의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말처럼 ‘보수대통합’만 일어나면 ‘전가의 보도’처럼 불같은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것인가. 시너지 효과를 십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필요조건들이 존재할까?

최우선적으로 가장 본질적인 출발점은 ‘명분이 정확한가?’라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출발점인 ‘명분’으로 흔히들 들고 있는 것이 ‘반문연대’다. 그러나 ‘반문연대’라는 구호는 가치가 수반된 본질적 ‘명분’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두 달이 넘도록 펼쳐진 ‘조국대전’을 거치면서 ‘조국 퇴진’이라는 구호가 조국 전 장관의 사퇴로 현실화되자마자 마치 ‘진공상태’에 빠진 양, 셀프 시상식에 패스트트랙 공천가산점 논란, 박찬주 대장 인재영입 해프닝에 이르기까지 목표의식 없이 풀어지는 현상을 보지 않았는가. 즉, ‘반문연대’라는 구호는 가치적 목표나 본질이 아닌 지나쳐야 할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보수진영은 ‘현상’을 뛰어넘어 가치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더 큰 ‘본질’을 찾아내야만 한다.

두 번째로는, ‘보수대통합’인가 아니면 ‘선거대통합’인가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총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대통합 논의는 어떻게 포장을 하더라도 솔직히 선거 승리를 위한 기술적 측면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기득권 논리에서 추론해 보면 ‘선거대통합’ 가운데 최고의 대통합은 바로 ‘나 말고는 출마하지 마’가 될 것이다. 즉, 진정으로 가치가 수반된 ‘보수대통합’이 아닌 기술적인 ‘선거대통합’의 기득권 논리라면, 이미 기술적인 포장에 이골이 난 국민 대다수로부터 역풍을 맞기 십상일 것이다. 

시너지를 내기 위한 또 다른 조건으로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솔루션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보수대통합’ 논의는 지난해에도 있었고 지지부진하게 계속 인구에 회자되면서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논의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미 노출된 ‘패’를 가지고 드라마 같은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종갓집 또는 기득권의 정점에 있는 세력이 파격적으로 먼저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만 국민 대중에게 감동을 안겨 줄 것이다. “우리 다 같이 내려 놓읍시다” 류의 선언적 구호에 그친다거나 뜨뜻미지근한 행동으로는 ‘사이다’를 찾는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의사결정이라도 대의를 믿고 충실하게 함께 밀고 나가 줄 “굳건한 당내 지지세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외로운 결단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든든한 지지세력의 버팀목이 꼭 필요한데, 각 진영의 최근 상황을 보면 이마저 녹록지 않게 보여진다.

상승 작용 결과가 피드백되면서 더 큰 흐름을 이끌게 되어 결국은 점점 더 크게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게 시너지의 기본이라고 보면 각 진영이 선결 조건들을 채워나가면서 더 큰 파동을 일으킬 신진들을 대거 기용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반문연대’ 기치 아래 심기일전 하자고 해놓고는 또다시 “그 나물의 그 밥”들의 잔치가 된다면, 시너지는커녕 ‘링겔만 효과’에 의한 ‘총선 참패’라는 처절한 쓴맛이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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