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공식 후계자 알 하셰미 알쿠라이시” 발표

사망한 알 바그다디 [뉴시스]
사망한 알 바그다디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창시자인 아부 바르크 알 바그다디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이와 함께 IS는 공식 후계자 아부 이브라힘 알 하셰미 알쿠라이시를 공개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IS는 알 바그다디의 사망과 함께 공식 후계자로 쿠라이시를 발표했다. 다만 사진이나 신상 정보는 공개하지 않아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S의 발표 후 서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IS 추종자들은 쿠라이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나섰다.

BBC와 인디펜던트, AP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쿠라이시는 IS 지도부에 해당하는 슈라위원회에서 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쿠라이시를 “미국에 맞서 싸웠던 베테랑 ‘지하드(이슬람 성전)’ 전투원으로 ‘지하드 학자이자 전사, 성직자’”라고 소개했다. 또 쿠라이시가 이슬람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속했던 쿠라이시 부족의 후예라고 덧붙였다.

IS가 새로운 지도자를 쿠라이시 부족의 후예라고 주장한 데는 ‘칼리프 국가’라는 유사 국가 체제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가 배어 있다는 풀이다. IS는 미국 주도 국제연합국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이라크와 시리아 점령지를 상실했지만 ‘칼리프’라는 지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IS가 속한 수니파 학자들은 이슬람 세계의 종교·정치 최고지도자인 칼리프의 핵심 조건으로 쿠라이시 부족의 혈통을 요구해왔다. BBC는 “IS가 쿠라이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바그다디의 후계자로 선택했자면 더 이상 ‘칼리프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쿠라이시가 새로운 지도자의 실명이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바그다디 역시 본명은 이브라힘 아와드 알바드리 알사마라이로 칼리프 지위에 오리며 정통성 확보를 위해 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ABC는 “IS의 새로운 지도자가 예언자 무함마드가 속한 쿠라이시 부족 출신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자신들의 지배력에 정당성을 만들기 위한 방법일 뿐”이라며 “IS의 새로운 지도자가 영토를 잃었음에도 자신을 칼리프로 여긴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영국 인디펜던트 역시 “IS가 공개한 명칭은 일종의 이슬람식 존칭으로 새로운 IS 지도자의 실명은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쿠라이시가 하지 압둘라로 불려왔던 이라크 군 장교 출신 IS 고위층과 동일 인물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압둘라 카르다시라고도 불리는 하지 압둘라는 바그다디의 오랜 측근이다. IS가 이라크 북서부 소수민족 야지디족을 대상으로 납치와 학살, 인신매매를 자행할 때 종교적 정당성을 제시한 인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는 과거 그를 IS의 최고위급 이념가 중 한명이자 바그다디의 후계자로 지목한 바 있다. IS 홍보매체 알 아마크의 경우 지난 8월 바그다디의 후계자로 카르다시가 내정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쿠라이시가 이라크 출신 인물이라면 IS내 시리아 파벌이 동요할 수 있다.

한편 AP통신은 “IS가 바그다디의 후계자로 쿠라이시라는 인물을 제시했지만 그 이름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IS는 출신 부족과 혈통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지도자들을 호칭하는데 이 명칭은 자주 바뀐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