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의원 질의에 심각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의원 질의에 심각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여야가 2일 전날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가 고성과 막말로 파행을 빚은 데 대해 대립각을 세웠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감이 파행 요인으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청와대에 대한 고압적·의도적 질의를 지적하며 책임을 돌렸다. 반면 한국당은 무능과 독선의 ‘역대 최악의 청와대’가 되려 호통을 치는 등 국회를 모욕했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형국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서면브리핑에서 “한국당의 답변 강요와 억지로 20대 국회의 마지막 운영위 국감이 파행됐다”며 “참으로 유감스럽고 국민께 죄송하다”고 표명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안보 불안과 경제 위기로 몰아가기 위해 한국당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일방적 답변만을 강요하고 고압적 질의를 반복했다”면서 “국민의 대의기관다운 모습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익을 위한 비판적 국감을 넘어 국정 실패를 바라는 것으로 의심되는 발언도 나왔다”면서 “피감기관 관계자들에 대한 심한 모멸감을 주는 질의가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민감한 안보 문제와 관련해 불안감만을 조성하려는 의도성 질의는 실망 그 자체였다”며 “20대 국회 마지막 국감의 끝마무리에 발생한 파행은 한국당의 책임이 크다”고 질타했다.

다만 야당에게 고성으로 맞선 청와대 참모진들에 대해서도 “청와대 역시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좀 더 성숙한 태도를 보이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어제 운영위 국감은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의 무능과 무지, 무책임과 뻔뻔함을 확인한 슬픈 날이었다”며 “청와대 참모들이 보여준 모습은 국민과 국회 무시, 독선과 오만방자였다. 역대 최악의 청와대이자 악몽의 드림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정의용 안보실장은 ‘북한 미사일이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했다”, “이호승 경제수석은 경제 수장으로서 당연히 숙지하고 있어야 할 기초적인 수치도 답변을 못하고 쩔쩔맸다” 등 청와대 참모진을 한 명씩 거론하며 지적했다.

특히 “국감 내내 거짓 변명과 훈계로 일관하더니 급기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질의에 강기정 정무수석이 고성과 호통을 치는 상상할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어이없는 패악질을 저질렀다”며 “그것도 정식 답변 자리도 아닌 배석 자리에 앉아 저지른 행동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를 말려야 할 노영민 비서실장은 오히려 함께 소리를 지르며 가세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방관했다”며 “역대 최악의 청와대가 얼마나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지 그 민낯을 드러냈다”고 질타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의 행패는 명백한 국회 모욕이다.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그 오만함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당사자들은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대통령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날 밤 늦게까지 진행된 운영위에서 야당과 청와대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우기지 말라”는 발언이 도화선이 돼 파행되고 말았다.

나 원내대표는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 속에서도 청와대가 우리 안보가 튼튼하다고만 강조한다고 지적하고 정의용 안보실장과 언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나 원내대표가 “어거지로 우기지 마시라”고 하자, 정 실장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냐. 뭐가 어거지냐. 정확하게 말씀해보시라”고 맞섰다.

그 가운데 정 실장 뒷줄에 앉아 있던 강기정 정무수석이 “답변을 요구해 놓고 우기지 말라가 뭐냐”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가 “강기정 수석”이라고 고성을 외치며 저지하자 강 수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 원내대표를 향해 삿대질을 하고 고함을 치며 “우기지말라니가 뭐냐고”, “내가 증인이야”, “똑바로 하시라”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당 의원들도 “이게 뭐하는 거냐”고 고성을 주고받으며 국감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건방지기 짝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강 수석은 “말씀 조심하시라”고 응수하는 등 양측이 큰 목소리로 서로를 비판했다.

결국 국감은 밤 10시45분께 중지됐다가 1시간 뒤에야 다시 열렸다. 이후 차수 변경을 거쳐 2일 0시20분께 마쳤다.

국감이 재개되자 강 수석은 발언대에 서서 “본인의 발언으로 정상적 회의진행에 지장을 초래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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