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오보를 쓴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한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내용이 담긴 법무부 새 훈령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형국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피의사실과 수사상황 등 형사사건 관련 내용의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공개소환 및 촬영을 전면 금지하는 새 공보준칙을 제정했다. 이 준칙은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새 규정에는 구체적인 기준 없이, 오보를 쓴 기자 등 언론에 대해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검찰이 수사 중인 형사사건의 혐의사실·수사경위·수사상황 등 내용 일체를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이 추가됐으며, 사건관계인의 공개소환이 금지되고 출석과 조사·압수수색·체포 및 구속 등 수사과정에 대한 촬영도 일체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대해 각종 시민단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상 '언론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종배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 대표는 성명문을 통해 "법무부의 훈령은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반헌법적인 국가폭력으로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보의 기준과 판단 주체가 불분명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데다, 합당한 절차 없이 기자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말실수 했다고 입을 바늘로 꿰매겠다는 것과 같은 매우 폭력적이고 과격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윤철한 경실련 정책실장은 "검찰의 공정한 조사와 기소를 견제하고 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을 막는 것"이라며 "범죄자나 범죄 예비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사회적 관심이 높은 고위공직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대표는 "오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주체는 법무부가 아니라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면서 "이를 법이나 훈령으로 규제하는 것은 본인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판단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보를 내는 언론은 극소수이고 대다수의 언론이 최선을 다해 국민에게 사실을 알리려 노력하는데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의 책임과 의무를 차단하는 것은 검찰이 말하는 업무방해와 같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언론이 가진 표현의 자유를 통해 시민들의 알권리가 보장돼야 문제제기를 통해 토론을 이어갈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시민의 표현의 자유도 보장하지 않는 것"이라며 "결국 민주주의 시스템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사만의 자유가 아니라 시민들의 자유 모두가 침해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들 역시 법무부 훈령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대놓고 어용언론만 들이겠다는 것 아니냐. 군부독재 시절 언론탄압과 다를 게 있냐"면서 "언론에서 오보를 내면 그에 맞는 처벌을 받으면 되는 것인데 아예 취재를 막는다는 건 언론의 기능을 아예 무력화시키는 조치"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정권이 오보라고 찍고 출입 금지를 받게 된다면 그 기자는 당연히 눈치를 보면서 그 정권이 선호하는 기사만 쓰게 돼 있다. 나라를 이상하게 사회주의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비판은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 토론방에 '조국 파렴치 보도했다고 언론에 보복하는 정권 법무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인권 보호는 핑계일 뿐 조국 비리를 파헤친 언론에 대한 보복이자 비리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언론 및 변호사단체 등의 의견 수렴도 없이 관련 규정을 삽입한 것을 두고 절차상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기자협회·전국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는 "언론 통제 시도를 철회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 측에서는 이와 관련해 "규정안을 전체적으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준칙에 있던 '오보를 한 언론에 대한 대응조치'를 반영하면서 (조치를) 추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 있는 요건보다 출입 제한 등의 조치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제한했다는 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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