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전 노대통령과 인연·든든한 후원자, 골프회동 구설수“나는 정권 내 제1야당 총재” 등 잇따른 돌출발언 야당표적 돼나라종금·장수천 의혹 등 유력 거론·검찰 수사선망 올라대선자금 정국의 핵이 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구속을 시작으로 선봉술, 이영로,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까지 대선자금 수사의 한복판에 노 대통령 측근들이 관심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칭 노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임을 내세우고 있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언행이 연일 언론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나는 정권 내 제1야당 총재” “대통령 측근들의 군기반장” 등 그의 거침없는 돌출발언은 곧바로 야당의 표적이 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강회장에 대해 ‘사설(私設) 부통령’ ‘소통령’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그를 집중 성토하고 있다. 불법대선자금을 수사중인 검찰도 이를 간과할 리 없다. 검찰은 강회장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세간에는 ‘강회장은 누구이고 노대통령과 도대체 어떤 관계이길래?’라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대선 전후만 해도 강금원 회장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런 그의 이름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건 지난 5월 ‘나라종금’ 사건이 정국을 들쑤실 때였다.

‘나라종금’사건은 노대통령 취임 이후 터져나온 첫 측근 비리의혹 사건이었다. 당시 노대통령은 해명 기자회견을 가졌고, 이 즈음 강회장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나라종금 문제와 비슷한 시기 노대통령의 용인 땅 문제가 불거지면서 용인땅 1차 매매계약자가 그였던 것이다. 당시 그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가지면서 용인땅 문제를 해명했고, 노대통령과의 관계를 부각시키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갔다. 그리고 최근 SK비자금 11억원을 받아 구속된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 사건이 측근비리 문제로 확산되면서 그는 다시 얼굴을 드러냈다. 최 전비서관 사건이 SK비자금 선에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전비서관 사건은 노대통령이 한때 운영에 관여했던 생수회사 ‘장수천’의 전대표 선봉술씨를 거쳐 강회장으로까지 이어져 갔다. 수사내용은 대략 이렇다.

노 대통령의 오랜 부산지역 후원자로 알려진 강 회장은 작년 8월 장수천의 부채를 갚기 위해 노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가 내놓은 임야를 19억원에 매입했다가 매매계약을 파기한 후 위약금 2억원을 제외한 17억원을 돌려받지 않았던 것. 결국 용인땅과 장수천 문제는 강회장을 비롯한 노대통령 측근들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노대통령 측근사건이 터져 나올 때마다 강회장은 거론됐다. 최근에는 노대통령과 부부동반으로 골프를 쳐 구설수에 올랐다. 그런데도 불구, 대통령과 골프를 친 이후 강회장은 거침없는 말들을 언론에 내뱉었다.“나는 정권 내 제1야당 총재” “문재인 민정수석도 이번에 갈릴 것” “대통령 측근들의 군기반장” 등을 비롯해 선봉술씨에게 9억5천만원을 빌려준 것과 관련해서는 “하도 징징거려서 줬다”고 말하는 등 듣는 이를 놀라게 할 만한 발언을 일삼았다. 장수천에 빌려준 돈은 30억원 쯤 될 것이라는 것도 그가 한 발언의 일부다. 뿐만 아니라 노대통령의 민주당 탈당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300억원이 증발했기 때문’ 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대통령과 사적으로 골프를 치는가 하면 정치권을 흔드는 발언을 일삼는 그의 언행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를 가리켜 ‘사설 부통령’, ‘소통령’이라고 부르며 집중 성토하고 나섰다. 그만큼 그의 ‘입김’이 미치는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회장의 잇단 돌출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자 시민단체인 활빈단은 “강 회장은 노 대통령의 임기동안 소리없이 자중자애하며 청부(청렴한 부자)로 살고 자신을 꾸짖으라”며 담양산 대나무 회초리와 침묵 마스크, 강력 테이프 등을 발송하기도 했다. 강회장의 이러한 언행에 대해 청와대는 내심 꺼림칙해 하면서도 노대통령과 강회장의 관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골프를 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사생활”이라고 일축할 따름이었다. 그럼 자칭 노대통령의 측근중 측근이라고 말하는 강회장은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과연 노대통령과는 어떤 관계일까. 강회장의 고향은 부산쪽이 아니다. 그는 전북 부안 출신으로 전주공고를 나왔다. 그런 그가 부산과 인연을 맺은 건 80년대초 쯤. 공고를 졸업한 뒤 75년 서울에 영신염공이라는 회사를 차렸다가 80년에 부산으로 사업기반을 옮기면서부터다.

당시는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 강원섬유라는 회사를 세웠다. 지금의 창신섬유의 모태가 된 회사이다. 이후 그는 부산을 기반으로 한 부산경영인으로 활동했다. 사업적 수완이 비교적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강회장은 창신섬유 자회사인 (주)캬라반에서 생산하는 ‘캬라반 담요’의 성공으로 사업가로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패션분야 등과 첨단산업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알짜 부자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매출액만 1천억원대가 넘을 정도. 게다가 그는 몇년전 충북 충주시에 있는 남한강 골프장을 인수하고, 중국 선양 염색합작공장에도 투자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해가면서 승승장구 했다. 부산에서 내로라 하는 기업인으로 손꼽힐 정도, 강회장은 사업가답게 입바른 소리를 잘하고 통큰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한번 맘먹으면 끝을 보는 고집스런 사업가로 회자된다.

그런 그가 노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건 7∼8년전 부산소재 호텔에서 열린 전·현직 국회의원 모임에서다. 당시 강회장은 선거에서 떨어진 노대통령을 정치인으로 높게 평가하면서 후원자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자주 만나 술도 마시고, 이런저런 정치얘기를 하면서 친분을 다졌다고 한다. 노대통령에 대한 강회장의 애정은 대선때 그 ‘깊이’를 드러냈다. 강회장은 노대통령의 인기가 오를 때나 떨어질 때나 한결같이 그의 후견인 역할을 한 것이다. 노대통령의 인기가 상승중일 때 줄을 대려던 몇몇 기업들이 인기하락과 함께 한발 물러설 때 그는 당선가능성과 상관없이 그를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노대통령과 강회장 간의 이런 관계는 대선 직후 더욱 돈독해졌다는 후문. 물론 부산지역내에서 강회장의 입김은 세질 수밖에 없었다. 강회장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부산 상공인 100인회’ 결성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내 포기했다. 당시 부산지역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강회장이 대통령을 너무 내세우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노대통령 측근인사들이 강회장을 불러 “너무 그러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했다는 후문이다. 대선직후 부산 기업들 사이에서 강회장의 입김은 말 그대로 ‘막강파워’로 통했다고 한다. 강회장 자신도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임을 자랑삼아 말하고 다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사실 강회장은 노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사람 중 ‘자금’으로는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최근 발언은 이러한 인연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는 최근 일부 언론과의 회견에서 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난 측근 중의 측근으로 마음 터놓고 서로 막말도 할 수 있는 사이다. 대통령의 측근 중 가장 부자다. 대통령도 내가 성격이 가장 곧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무슨 얘기를 해도 정도로 할 놈이라고 믿으니 신경도 안 쓴다”고 말하는 등 노대통령과의 친분을 십분 과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문재인 민정수석, 이기명씨,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에게 “그릇이 안되면 물러나라”며 직격탄을 날리고, 노 대통령의 ‘정신적 대부’인 송기인 신부를 향해 “정치에 너무 나서지 말라”고 직언하는 등 거침없는 발언을 내뱉었다. 강회장이 일부 노대통령 측근에 대해 ‘총’을 겨눈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는 후문이다. 강회장은 올해 초 조성래 변호사, 송기인 신부 등이 참석한 부산 정개추 모임에 갔다가 그를 알아본 한 인사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전라도가 설치느냐”고 한 말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5월 청와대를 방문해 노 대통령에게 ‘탈호남’식 신당 창당과 문 수석 등 부산 인맥을 비판하면서 노대통령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언을 잘하는 스타일이라서 노대통령이 난처해 할 때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대통령의 대선자금을 수사 중인 검찰의 수사선상에 강회장이 올라가 있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다. 이미 검찰은 강회장이 대선 직전 민주당에 20억원을 빌려주고, 노 대통령의 운전기사를 지낸 선봉술(전 장수천 대표)씨와 억대의 금품이 오간 정황이 포착돼 한차례 조사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검찰은 강회장을 재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대통령 대선자금으로 건너간 강회장의 돈이 의문투성이라며 특검에 강회장 문제를 포함시킬 태세다.한편 야권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강회장과 어떤 관계인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이 사적 관계에 얽매여 측근들의 행태를 방관하지 말고 문제가 있으면 투명하게 밝히고 엄정한 측근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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