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19.11.04.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19.11.04.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13개월 여만의 만남은 한일 정상회담으로 가는 과정 속에서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공식 정상회담까지는 아니더라도 여건 조성 측면에서 커다란 관문을 넘은 것으로 관측된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 정상회의 등 참석을 위해 태국을 방문 중인 한일 정상은 4일 아세안+3 정상회의 개최 전 약식 환담 형태로 무릎을 맞댔다. 오전 835분부터 46분까지 약 11분간 환담이 이뤄졌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공식석상에서 대화를 나눈 것은 지난해 925일 뉴욕 유엔총회 계기로 마련된 다섯 번째 한일 정상회담 이후 13개월 여 만이다. 지난 7월 이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등으로 최악으로 치닫던 한일 관계와 비교해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 진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한일 두 나라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 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은 최근 두 나라 외교부의 공식 채널로 진행되고 있는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한일 당국간 협의체 외에도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했고, 이에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는 게 고 대변인의 설명이다.

반면 일본 외무성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한일 두 나라 간 문제에 관한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외무성의 이러한 발표는 한국 정부의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이 국제법상 위반이며, 국가간 신뢰 회복을 위한 한국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환담을 둘러싸고 한일 당국의 평가에 적잖은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대화를 통한 해결 방안이라는 미래 관계 해소에 방점이 찍혔다. 일본 외무성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논리로 과거 책임론에 시선이 닿아 있다.

이와 관련 고 대변인은 "일본 측에서 발표한 원칙적 입장이 무엇인지는 발언을 정리한 분이 더 잘 아실 것"이라면서 "다만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한일 양국 (정상)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한일 정상간 만남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고 있지만 만남이 성사된 그 자체로 의미 있다는 게 인식이 청와대 내부에서 읽힌다. 불과 2개월 전만 하더라도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닫던 것과 비교해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