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얼굴가린 고유정. [뉴시스]
또다시 얼굴가린 고유정.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고유정(36)이 현 남편의 아들을 살해한 혐의가 추가돼 재판에 넘겨졌다.

제주지검 형사 제2부 정태원 부장검사 수사팀은 살인 혐의로 고 씨를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고 씨는 지난 3월2일 오전에 침대에서 엎드린 자세로 자고 있는 피고인의 등 위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에 파묻히게 눌러 뒤통수 부위를 압박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검찰은 고 씨가 의붓아들인 A(5)군을 살해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씨의 의붓아들 살해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지난 7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로부터 현 남편 B(37)의 몸에서 수면유도제인 알프람 성분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고 씨가 지난해 11월 불면증을 이유로 청주의 한 약국에서 구입한 이 수면유도제를 사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씨가 전 남편을 살해하는 데 졸피뎀을 사용한 것처럼 현 남편에게도 자신이 처방받은 수면유도제 성분을 먹여 그가 잠든 사이에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고 씨가 두 차례에 걸쳐 유산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현남편이 의붓아들에게만 친밀감을 표시하자 적대감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을 처음 수사한 청주경찰은 애초에 현 남편 B씨를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었지만, 국과수에서 수면유도제 성분 검출 감정 결과를 통보받고 수사 방향을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청주 경찰은 제주에서 고 씨를 만나 추가 수사를 실시하고, 현 남편과의 대질조사도 벌였다. 고씨는 8차례나 진행된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며 이 같은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6일 청주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증거를 면밀히 분석한 제주지검은 "(숨진 의붓아들에게서)살인으로 볼 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검사가 직접 공판에 관여해서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량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검찰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혐의 입증에는 난항이 예상된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판단이다.

살인에 대한 직접증거 없이 정황 증거만으론 법원의 유죄 심증 형성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제주에서 활동 중인 한 변호사는 "우리 나이로 5살이 넘는 아이가 아버지의 발에 눌려 질식사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사건이다"며 "충분히 범죄에 의한 사망이 의심되지만, 법원이 정황 증거만으로 유죄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세한 증거 관계를 현 단계에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면서 "공판을 통해 증거를 현출해 유죄 입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전 남편 살해 사건'을 심리 중인 제주지법 1심 재판부에 의붓아들 사망 건도 함께 재판받을 수 있도록 병합 신청을 한다는 계획이다.

병합 신청이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고유정 1심 공판이 결심과 선고공판을 남겨둔 상태이고, 피해자 유족도 병합 심리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피해자 유족 측 강문혁 변호사는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고유정 사건 6차 공판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글을 통해 두 사건의 병합 심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고 씨가 저지른 죄에 상응하는 선고가 이뤄지려면 두 범죄에 대한 심리가 한 번에 이뤄져야한다는 판단이다"며 병합 심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연내 선고를 위해 지난 7월 이후 2주 마다 공판을 열어 집중 심리를 진행하는 등 신속한 재판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 병합 심리 신청에 대한 채택 여부는 오는 18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고유정의 7차 공판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