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이냐 경험치냐…누구 품에

아시아나 항공 앞. [뉴시스]
아시아나 항공 앞.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을 찾는 본입찰이 지난 7일 마감됐다. HDC-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애경그룹-스톤브릿지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 등이 참여했다. SK, GS 등 유력 대기업의 `깜짝 참여`는 없었다. 올해 안에 매각이 성사되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국적 항공사 세 곳의 주인이 한꺼번에 바뀌게 된다. 일각에서는 각종 악재들로 인해 유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 본입찰 마감…이변 없이 3개 컨소시엄 응찰
금호, `연내 매각` 목표…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또한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도 함께 경영권을 넘긴다.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이 마감일인 7일 오전 보안 등을 이유로 직접 응찰 회사를 찾아가 관련 서류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써낸 가격이 결과 좌우할 듯
 
애경그룹은 본입찰 마감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주관사의 지침에 맞게 준비를 마치고 입찰을 완료했다"고 아시아나 인수 참여를 공식 발표했다. 제주항공 명의로 입찰에 참가한 애경그룹은 막판에 한국투자증권을 컨소시엄에 참여시켰다.

사모펀드 KCGI는 전략적투자자(SI)를 찾기 위해 끝까지 고군분투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SI를 찾아서 함께 입찰에 참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애경은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해외 사례가 많다"면서 국내 3위 항공사인 제주항공을 운영 중인 애경그룹의 인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애초 애경은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거론됐지만, 운용자산이 1조 원을 넘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손잡으면서 이런 시각이 불식됐고, 인수전 막판에는 한국투자증권을 컨소시엄에 참여시키며 자금력을 강화했다.

현대산업개발도 본입찰 후 입장문을 내고 "공정한 매각 주관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든 공정한 매각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금성 자산만 1조5000억 원에 달해 재무구조가 탄탄한 현대산업개발은 과감한 투자로 승부를 거는 미래에셋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사업 다각화 전략을 펴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 인수 시 그룹이 보유한 면세점과 호텔 등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 뱅커스트릿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KCGI는 막판까지 SI를 구하기 위해 유력 대기업과 접촉하는 등 사력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입찰 마감 직후 인수 참여자들이 매입 가격으로 얼마를 써냈을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한국경제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가격 차이가 워낙 많이 나 다른 조건을 볼 필요성이 많이 줄었다”고 말해 그 의미를 더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는 HDC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금액으로 2조5000억 원 가까이 써냈고 애경 컨소시엄이 2조 원에 못 미치는 금액을 써냈다고 전했다. KCGI컨소시엄은 전략적 투자자(SI) 없이 본 입찰에 참여해 두 후보군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파이낸셜뉴스는 '시장에선 애경그룹 컨소시엄의 낙점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제시된 인수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면 항공사 운영 노하우에서 앞선 애경 측이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호나 입찰 참여자 모두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인수가에 대한 궁금증은 커질 뿐이다. 시장에서도 아시아나 인수 가격을 대략 1조 5000억∼2조 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제기
 
일각에서는 유찰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내식 사업 관련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에 따른 박삼구 전 회장 등 경영진 검찰 고발 검토 등 우발채무가 상당해 인수 후보자들이 발을 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입찰이 유찰되거나 매각이 지연돼 내년으로 넘어가면 매각 주체는 금호산업에서 산업은행으로 넘어간다.

매각이 완료되면 30여 년 만에 금호그룹을 떠나게 된다. 지난 1988년 출범한 아시아나항공은 세계적인 항공사로 성장하며 금호그룹의 성장을 끌어왔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전체의 연간 매출 중 약 60%를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였지만, 유동성 위기에 결국 매각이 결정됐다.

한편 매각 여부와는 무관하게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HDC가 자금력이 탄탄하고 애경이 경험치를 상당하다 해도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9조6000억 원(연결기준)이 넘는 부채를 감수해야 하고 노후화된 항공기 교체 및 정비 등에 따른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이 빌린 비행기 비용인 리스 부채는 작년 말 1조4154억 원에서 6월 말 4조2907억 원으로 세 배로 급증했다. 지난 2분기 아시아나항공의 적자 폭도 1241억 원에 이른다.

항공산업의 침체도 피로도를 높인다. LCC의 과잉경쟁과 유가 급등으로 경영상황이 좋지 못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아시아나인수 후 돌발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승자의 저주`를 겪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완료해 매각을 종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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