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개정법 이전 출퇴근 재해도 산재로 인정”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의 2017년 7월 ‘출퇴근재해인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신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의 2017년 7월 ‘출퇴근재해인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신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뉴시스]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란 근로자가 업무 수행 중 또는 업무로 인해 발생한 질병, 부상, 장애 또는 사망하는 경우 정부(근로복지공단)에서 보험급여(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간병비, 유족급여 등)를 지급하는 제도다. 

2018년 이전까지는 근로자가 출퇴근 중에 재해를 당하였을 때 원칙적으로 산재보험의 보호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다만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산업재해(이하 산재)로 인정했다. 하지만, 2016년 9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상 해당 규정을 삭제하고, 출퇴근 재해에 대해 산재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산재보험법이 개정됐다. 

한편, 지난 2019년 9월 26일에 헌법재판소에서는 산재보험법 개정(2018.01.01.) 이전에 발생한 출퇴근 재해에 대해 개정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함으로써 개정법 이전에 발생한 출퇴근 재해에 대해도 개정법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주에는 근로자가 출퇴근 중에 재해를 당하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과 산재보험법 개정 이전의 출퇴근 재해에 대해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산재보험법 제37조의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따르면 “근로자가 법령에 정한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하되,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산재보험법 상 “출퇴근 재해”에 관해는 같은 법 같은 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하고 있는데, ①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사업주가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사업주가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던 중에 사고가 발생하고, 출퇴근용으로 이용한 교통수단의 관리 또는 이용권이 근로자 측의 전속적 권한에 속하지 않은 경우에 한함)와 ②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출퇴근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회사의 통근버스나 회사가 제공한 출퇴근용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하던 중 사고가 발생해 재해를 당하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고, 평소 자택에서 회사로 도보 또는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던 근로자가 평소 다니던 길로 출근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라도 출퇴근 경로를 일탈하거나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일탈 또는 중단 중의 사고 및 그 후의 이동 중의 사고에 대해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퇴근 후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들어가던 중 발생한 사고나 평소 출근하던 교통편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출근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산재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근로자가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로서 일탈 또는 중단 중에 발생한 사고나 그 후의 이동 중에 발생한 사고라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구입하는 행위(예시:출근하면서 마트에 들러서 화장지를 구입하는 경우) ②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 또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제2조에 따른 직업교육훈련기관에서 직업능력 개발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이나 훈련 등을 받는 행위(예시:퇴근 후 대학원에 다니는 경우) ③선거권이나 국민투표권의 행사 ④근로자가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아동 또는 장애인을 보육기관 또는 교육기관에 데려주거나 해당 기관으로부터 데려오는 행위(예시:출근하면서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경우) ⑤의료기관 또는 보건소에서 질병의 치료나 예방을 목적으로 진료를 받는 행위(예시:퇴근하면서 병원에 들러서 진료를 받는 경우) ⑥근로자의 돌봄이 필요한 가족 중 의료기관 등에서 요양 중인 가족을 돌보는 행위 ⑦제1호부터 제6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행위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라고 인정하는 행위가 해당한다. 

한편, 산재보험법 제37조 제4항에서는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아니한 직종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제1항제3호나목에 따른 출퇴근 재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해 일정 직종에 근무하는 근로자에 대해는 출퇴근 재해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상시로 운전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구체적으로 ①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조제1항제3호에 따른 수요응답형 여객자동차운송사업 ②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제3조제2호에 따른 개인택시운송사업 ③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22조제1항제2호라목에 해당하는 사람이 수행하는 배송 업무(근로자를 고용하지 않은 중소기업 사업주로서 한국표준직업분류표의 세분류에 따른 택배원인 사람을 말함. 퀵서비스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배송 업무를 하는 사람 및 퀵서비스업자)이 이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판정

2016년 9월 산재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던 출퇴근 재해 규정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게 되면서, 2017년 10월에 산재보험법이 개정됐고, 이에 따라 2018년 1월 1일부터 개정법이 시행되게 됐다. 그리고, 다른 법령과 마찬가지로 개정법 시행일인 2018년 1월 1일부터 발생한 출퇴근 재해에 한해 개정법이 적용된다는 내용을 부칙으로 정했다. 그런데,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관련해서 문제가 된 사안은 "과연 법 시행일 이전에 발생한 출퇴근 재해에 관해도 개정된 법령이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업무상 재해에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포함하는 개정 법률조항을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발생하는 재해부터 적용하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부칙 제2조 중 ‘제37조의 개정규정’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라고 결정하면서,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해야 하며, 입법자는 2020.12.31.까지 위 법률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결정을 했다. 이번 불합치 결정의 주된 이유는 “심판대상조항이 신법 조항의 소급적용을 위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개정법 시행일 전에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비혜택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산재보험의 재정상황 등 실무적 여건이나 경제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차별을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적어도 2016.9.29. 이후에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 관해서는 신법 조항을 소급적용해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개정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법 개정 이전에 출퇴근 재해를 당한 근로자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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